엔터이슈2019. 9. 10. 17:10



OCN 타인은 지옥이다 (토,일 오후 10시30분)


웹툰작가 김용키의 원작을 드라마화한 '타인은 지옥이다'는 상경한 청년이 서울의 낯선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타인이 만들어낸 지옥같은 일상을 겪어내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이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총 10회분 중에 4회가 방송되었으며, 평균 시청률은 3% 중반대를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국내드라마 일간검색어는 첫 방 이후 내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이 나오고 있지 않아서 다소 아쉬움은 남는다.


지난 3-4회분부터 중심 인물인 이동욱이 본격적으로 스토리의 중심에 들어오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끌고 있는데, 조금씩 임시완을 압박해가는 이동욱의 소름끼치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살인이 아닌 예술이다.



'타인은 지옥이다' 3회분 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이동욱은 치과의사 '서문조'역을 맡고 있다. 

303호를 쓰고 있는 종우(임시완 역)의 바로 옆방인 304호에 머물고 있는 문조는 벽에 작은 구멍을 내어 종우의 일거수일투족을 엿본다. 무슨 이유때문일까? 다른 이들처럼 단순히 죽이기 위해?


"나는 예술을 하는거에요. 그냥 살인이 아니라."


문조는 고시원의 입주민들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는 독립된 행동을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의 등장에 앞서 고시원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괴력으로 조폭을 제압해버린 기혁(이현욱 역)이 멋대로 형사까지 죽여버린 것을 알게 된 문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혁의 목숨을 빼앗아버렸다. 그동안 수고했어라는 한마디를 남긴채. 


허락받지 않은 살인은 문조에게 있어서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신의 통제를 벗어났기 때문에.




왜 자꾸 웃음이 날까?



왜 자꾸 절 보고 웃으시는 거죠?


미안해요.. 그냥 좋아서요.


종우는 문조가 자신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웃음을 짓는 것이 못마땅했다.

왜 자꾸 웃는걸까?


문조는 종우를 보고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종우 역시 자신과 같은 부류의 존재라는 것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문조는 이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문조는 종우를 보면 숨길 수 없는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자신과 너무나도 같은 존재를 마주했기 때문에 극도로 흥분된 상태임을 반증한다.




과연 문조는 종우를 죽일까?



주인공 피아니스트는 어떻게 죽이는데요?


시그니처 방법이 있어요. 

연주회를 앞둔 밤이 되면 도구 같은것은 전혀 안쓰고 맨손으로 누군가의 목을 졸라서 죽이는 거에요. 그리고는 계속 관찰하는 거에요. 죽을때까지. 계속...

주인공의 심리가 뭐냐면 자신의 가늘고 새하얀 두 손으로 타인의 꺼져가는 체온을 직접 느끼고 싶은거죠. 


근데.. 꺼져가는게 아니라 타오르는 거 아닐까요?

타인의 목을 조를때 두 손이 차가운 피아노 건반이 아니라 마치 수천도의 불덩이로 확 느껴지는 것처럼 느끼고 싶은 것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범죄물을 쓰고 있는 종우에게 문조는 자신이 살인하면서 직접 느꼈던 순간들을 친절히 설명해준다. 

물론 눈치 채지 못하게 아주 조심스럽게 말이다. 


문조는 종우가 마음에 든다. 

문조를 제외한 고시원 인물들은 종우를 죽이고 싶어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하지만 문조의 생각은 다르다. 

좀 더 종우를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문조는 지금 당장 종우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고시원의 주변 인물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을 눈치채고 수사에 나선 순경 정화(안은진 역)가 늦은 시간 치과에 방문하던 날 문조는 정화를 죽이려했다.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한 것을 느끼면 문조는 주저하지 않고 즉각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종우에게는 그렇지 않다.


종우의 내적 욕망을 분출시켜 기혁과 같은 존재로 만들어 버릴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지금 당장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종우의 억눌린 욕망이 삽시간에 터져버리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고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조커를 떠올리게 하는 최고의 1분



종우는 한 눈에 봐도 무게가 상당히 나가는 큰 자루를 쌍둥이 형제가 힘들게 옮기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무엇에라도 홀린 듯 그들의 뒤를 밟는다. 이때 마침 문조는 형제를 몰래 지켜보는 종우를 발견한다. 종우가 아닌 다른이였다면 문조는 서슴치 않고 형제를 지켜보는 인물을 그 자리에서 제거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조는 형제에게 자루 안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종우에게 확인시켜줄 것을 요구한다. 자루 안에는 고양이 시체가 들어있었고 종우는 너무 놀라 그 자리를 황급히 떠나고 만다.


고양이 시체를 보고와서 그런가 맛이 좀 그런데...


이상하네 좋은 고긴데.

뭘 그렇게 놀래요? 이게 무슨 사람고기라도 될까봐 그래요?


문조는 종우에게 맥주 한 잔 할 것을 권하며 냉장고에서 육회를 꺼내어 놓는다.

육회를 먹는 종우를 바라보며 문조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살며시 짓는다. 순간 종우는 문조의 야릇하고 미묘한 표정 변화를 마주하게 되며 순간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 

정말 인육인가? 


그 순간 이동욱의 표정은 압권이었다.

마치 조커에 빙의된 듯 괴기스러운 미소가 소름돋을만큼 공포심을 순간 자극했다.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거울을 바라보며 수없이 반복해야만 완성해 낼 수 있는 표정이었다. 

드라마 속 인물과 완벽하게 혼연일치 되지 않으면 절대 드러낼 수 없는 그 표정을 이동욱은 완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런 그의 앞에서 함께 연기하고 있는 임시완은 이동욱의 표정 때문에 가위눌리지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그의 엔딩 장면은 한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이동욱 인생작 될까?



2016년 '도깨비'와 2018년 '라이프'에 이어 2019년 '타인은 지옥이다'는 이동욱의 인생작을 갱신시킬 조짐이 다분해 보인다. 


한없이 무거워만 보였던 눈꺼풀과 초점이 엇나간듯한 이동욱의 시선이 이토록 공포스럽게 한순간 바뀌어버릴 수 있을거란 생각은 이전에 하지 못했다. 당장에라도 상대를 잡아먹을 듯 응시하는 그의 숨막히는 연기 덕분에 심장을 옥죄는 듯한 최고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타인은 지옥이다' 의 다음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