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여행2016. 12. 21. 09:03



암사시장 근처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개성 한가손만두는 이미 근방에서 유명한 음식점이었다.

온전히 다녀간 손님들의 입에서 입으로 그 맛이 전해져 자연스레 유명세를 얻게 된 동네 음식점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이 만두 맛이 좋고 고유의 특색이 있는 것은 분명할 것이기에 한가득 기대감마저 부풀게 한다.






저 문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다.

식사시간을 넘긴 어정쩡한 시각에 빈틈없이 손님들로 꽉 차 있을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데, 생각보다 내부는 협소했고 테이블도 몇 개 되지 않아 좌석 간격도 상당히 타이트했다. 

잠시 잠깐 당황한 기색으로 머뭇거리자 무척이나 바빠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셨다.

홀 서빙을 직접 하고 계셨는데 느껴지는 포스로 보아 사장님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된다. 


웨이팅을 할 만한 공간이 절대로 없었기 때문에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도 날씨가 춥지 않았는데 문을 나서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일행들이 안으로 일정한 시차를 두고 계속해서 들어가서는 도통 나오지를 않는다. 살짝 안을 들여다보니 안은 완전히 포화상태였다. 음식을 날라야하는 통로는 이미 대기 손님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다행히도 사장님께서 먼저 주문을 받아주셨고 금방 자리가 날거니 잠시만 참으라고 말씀해주셨다.





벽에 내걸린 단촐한 메뉴판만 보더라도 이 집이 만두 하나로 승부를 보는 곳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생만두를 포장해서 가져갈 수도 있는데 10개에 6천원이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몇몇 사람들이 들러서 만두를 포장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0여분 정도 후에 자리가 나서 앉은지 얼마되지 않아 주문한 만두국을 마주할 수 있었다.

사골 국물에 절반쯤 잠겨 있는 큼지막한 만두가 7개였고 떡도 바닥에 몇 조각 있었는데 모양이 제각각인 만두의 투박한 외관이 더욱 식욕을 자극했다. 

음식점에서 단품 만두요리를 사먹은 것이 아마도 6년전쯤 인사동 쌈지길 뒷골목에 있던 유명한 만두집이었는데 그 이후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만두의 맛은 제법 매콤한 편이어서 아이들이 먹기에는 다소 버거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진한 사골 국물의 간은 다소 심심한 편이었는데 매콤한 만두 맛을 완화시켜주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국물과 만두 때문에 조명을 받지 못할 뻔한 몇 조각의 떡은 의외로 쫄깃한 식감이 휼륭했는데 메뉴에 떡국이 따로 있는 것이 의아했던 부분을 말끔하게 해소시켜주었다. 





맛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김치의 맛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특유의 내음과 아삭거림이 특색이었는데 한 접시 후딱 비우고 다시 한번 부탁드리려고 했지만 너무나 바쁘신 것 같아서 그냥 참기로 했다. 





김치맛 만큼이나 묘한 풍미를 내뿜었던 초맛이 꽤나 강했던 양념장이다. 

사골 국물에 풀어서 먹는 건 아닌 것 같고 만두에 살짝 얹여서 먹는 용도인 것 같은데,

매콤한 김치 만두소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양념장까지 더한다면 맛이 지나칠 것 같아서 한 켠에 치워두었다. 하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마지막 남은 만두 하나를 양념장과 곁들여 먹어보았는데 오히려 만두맛을 배가시키는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백수를 목전에 두고 올해 6월에 귀천하신 할머니께서는 만두를 옹골지게 잘 빚으셨다.

그 맛을 보기 위해서 명절 전날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친지들이 하나둘 온돌방에 모여 앉아 외할머니께서 손수 준비하신 재료로 함께 만두를 빚으며 두런두런 얘기 나누던 모습은 여전히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개성 한가손만두에서는 할머니가 정성스레 손수 빚어 잘 끓여주신 그 맛을 아주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돈을 주고 사먹는 음식에서 이런 느낌을 받으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그 여운이 꽤나 오래갈 것만 같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