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4. 6. 16. 09:24



최근 눈 여겨 보고 있는 '관찰 동거예능' <룸메이트-'같이 살래?'>가 예상 외의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첫 회부터 나름 재밌고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던 저로서는 <룸메이트>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우선 <룸메이트>에는 20~40대까지 세간에 얼굴이 알려진 인물들이 출연하고 있는데, 누구 하나 화제성면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 없을 정도로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부터 청장년층까지 두루두루 섭렵할 수 있을법한 출연진들과 최근 트랜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쉐어하우스'라는 소재를 갖추고 있으니, 잘 다듬고 조바심 내지않고 꾸려나간다면 기라성같은 동 시간대의 타 예능프로그램들을 조금씩 끌어내릴 수 있을거란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지난 7화까지 방송을 탄 <룸메이트>의 성적표는 아직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시청률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지만 한 주 동안 쏟아져나오는 <룸메이트> 출연진들의 일거수일투족 기삿거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5%남짓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룸메이트>를 재밌게 시청하고 있었던 이유중의 하나는 처음부터 리얼리티라는 점을 완전히 배제한채 톡톡튀는 시트콤으로 선을 긋고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제 아무리 리얼을 표방한다해도 분명히 한계가 있을거란 생각에 그저 가볍게 볼 수 있는 시트콤이라 생각하니 그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했습니다. 게다가 마치 시나리오가 주어진 것처럼 첫 회부터 자신만의 고유한 케릭터를 모두 갖춘 채 빠른 속도로 융화되어 나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한 편의 잘 짜여진 시트콤 그 자체였고, 11명이나 되는 출연진들의 이름 뿐만 아니라 맡은 배역(?)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구분되어 몰입도도 높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시청자들이 적지않은 실망과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며 점점 더 멀어지고 외면하는 것 같은데, 구태여 <룸메이트>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이유를 구구절절 늘어놓지는 않겠습니다. 이미 수긍이 가는 이유들을 여러 매체에서 요목조목 짚고 넘어간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룸메이트>가 동네북 마냥 질타를 받을만큼 식상하고 지루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기대가 조금 높았던 것에 대한 아쉬움의 반증이 시청률 저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출연진들이 지나치게 많으면 정신산만해지기 일쑤이며 특히나 유명세를 타고 있는 특정인물들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서 많은 분량을 할애하기 마련인데, 아직까지는 어느 한 인물에 치중하여 방송분량을 몰아주는 모습없이 나름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는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여 다행스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어느덧 7화가 방송되면서 이제 인물들의 케릭터도 완벽하게 자리잡았고 스스럼없이 장난도 치고 속 깊은 고민도 털어놓는 사이가 되었는데 도무지 시청률이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허허실실 몇 번은 웃고 넘어갔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은 이제 '셰어하우스'라는 본연의 프로그램 취지를 제작진이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단계로 넘어가는 듯 보입니다.

단순히 트랜드에 편승하여 반짝 관심을 끌어보고자 한다면 <룸메이트>는 한 주가 다르게 시청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갈 것이 뻔합니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연예인들 몇 명의 힘만으로 모든 세대를 아우르고 있는 타 예능프로그램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죠.


연예인이란 감투를 떠나 온전히 자신만의 고유한 생활을 영위해오던 20~40대의 인물들이 함께 살면 과연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며 긍정적으로 생활의 패턴에 변화가 생길지에 대한 모습을 이제는 진심으로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진 겁니다.

단순히 연예인의 잔뜩 꾸며지고 설정된 프라이버시를 지켜본다는 것만으로 도통 흥미가 생기지 않는 것이죠. 이제는 '셰어하우스'라는 본질에 더욱 촛점을 맞춰야만 하는 시점에 다다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룸메이트>는 아직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는데, 대표적으로 신성우와 찬열의 관계를 들 수 있습니다.

신성우는 나이 차가 20년이 넘는 찬열과 한 방을 쓰면서 어색하고 낯설어하기보다는 음악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또한 찬열 역시 대선배와의 서먹함이 낯설고 어렵기는 하지만 피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죠. 이런 두 사람의 노력 덕분에 20년이란 갭은 조금씩 좁혀지게 되었고, 마침내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대선배에게 들려주면서 긴장 초조해하는 찬열의 모습은 묘한 재미와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게다가 까마득히 어린 후배의 다듬어지지 않은 음악을 늦은시간에도 불구하고 신성우는 귀 쫑긋 세워가며 섬세히 조언해주고 다듬어주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급기야 찬열은 쑥쓰러움을 이겨내고 신성우의 연극 쫑파티에 참석하여 그가 오랫동안 열정을 쏟아부었던 작품의 대미를 함께 축하해주었고, 답으로 신성우는 찬열의 음악방송 현장에 음식을 싸들고 찾아가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앞으로 <룸메이트>가 나아가야할 정답과도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처럼 '쉐어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중에 하나인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끊임없이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그저 어울려서 늦게까지 놀고 마시기만 하는 모습보다는 함께 살면서 서로의 고민도 들어주고 때로는 응원도 해주며 전보다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모습을 제시해주어야만 이 프로그램의 존재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때로는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몰래카메라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화제와 관심을 모으기 위해 불필요한 몰래카메라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자초하기 보다는, 오히려 서로의 일상을 챙기고 피곤에 찌들은 멤버들을 다독거리는 모습들이 지긋지긋한 커플놀음보다 훨씬 군더더기 없이 좋아보입니다.


<룸메이트>의 영역은 참으로 애매모호합니다.

이쪽으로 가면 '우결' 이 되고 저쪽으로 가면 '나혼자산다'의 확장판이 되며 우왕좌왕 하다간 연예인판 '짝'도 됩니다. 어떤 미션이 주어진다면 자칫 '인간의 조건'이 될 수도 있겠군요.


그러나 애매모호함속에서도 <룸메이트>가 나아가야 할 길 만큼은 명확합니다.

'같이 살래?' 라고 물어봤다면 보는 이로 하여금 정말로 '같이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던 사람들이 함께 살게 되면 과연 어떤 좋은 점이 있은지 혹은 어떤 점을 조심하고 감내해야만 하는지를 11명의 출연진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야만 합니다.

물론 그 과정속에서 바쁜 스케줄이나 혹은 끝내 적응하지 못한채 <룸메이트>를 떠나는 멤버도 생기겠지만 그것마저 함께 살다 보면 응당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가감없이 보여주면 되는 것입니다. 


<룸메이트>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출연하는 만큼 여전히 보여줄 것이 무궁무진합니다.

첫 회에서 출연진들이 산더미같이 실어왔던 짐들을 보며 모두 단단한 각오로 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 그저 잠시 머물기 위해 온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겨우 7화가 나간 시점에서 제작진은 초조하거나 조급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화제와 억지 관심을 끌어모으려고 노심초사하기보다는 프로그램의 근간인 '쉐어하우스' 라는 소재를 출연진들이 어떤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것만 고민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