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4. 6. 11. 09:32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은대구' 역으로 좋은 연기를 펼치고 있는 이승기가 9일 새벽 액션 장면을 촬영하는 도중 소품용 가짜 칼에 눈을 찔리는 바람에 긴급히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부상 직후 이승기는 촬영을 강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였지만 생각보다 눈 부상이 깊은 관계로 정밀 검사를 요하는 의사의 권유로 촬영장으로 다시 복귀하지는 못했습니다.

어제 오후내내 '각막손상' '안구 내 전방출혈'이라는 생경한 단어들이 실시간 검색어에 꾸준히 오르면서 이승기의 건강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음을 반증하기도 했는데요.

급기야 SBS는 오늘 11일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본방 대신에 스페셜 방송을 긴급편성하고 12일에는 10회분을 방송한다고 밝혔습니다.


전후사정이 어찌됐든간에 부상을 당한 연기자의 안위가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과감히 촬영을 전면 중단시키고 결방을 결정한 제작진의 빠른 조치는 환영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이승기의 부상으로 불가피하게 예정되어 있던 본방이 방송될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해들으면서, 여전히 '생방송' 드라마의 고질병이 조금도 고쳐지지 않았다라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저 좋아하는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며 제 시간에 맞춰 딱딱 드라마가 방송되면 그에 만족할 뿐, 한 회분의 드라마가 어떤 고통의 과정을 겪으며 피 말리는 혈투 끝에 가까스로 전파를 타는지 알 턱이 없습니다. 그저 이번처럼 누군가의 생각지도 않았던 부상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한번 드라마의 열악하고 치열한 제작환경을 탄식할 뿐 또다시 시간이 지나면 언제그랬냐는듯 모든 것은 잊혀지고 맙니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할만큼 큰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위보다는 촬영에 임해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던 이승기의 마음, 어쩌면 그는 자신이 비워놓은 자리 때문에 혹여라도 동료 배우들과 제작진 및 스태프들이 피해를 보지는 않을까 염려했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 역시 생방송으로 찍어내다시피 해야만 하는 작금의 드라마 제작환경을 누구보다 이승기 본인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일날 오전까지 촬영을 하는 드라마도 허다한 판국에 이틀 전에 당한 부상으로 오늘 결방을 할 수 밖에 없다면 그나마 여건이 나은 편이라고 나름 위안을 삼아야 할까요? 오십보 백보일 뿐입니다.

수많은 배우들이 성토를 하고 아찔한 부상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여전히 '생방송' 드라마의 고질병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라는 현실만 매번 재확인할 뿐이죠.


작년 '불의 여신 정이'의 여주 문근영도 촬영 도중 장비가 얼굴에 스치면서 눈 주위에 가볍지 않은 부상을 당하여 한 주 결방이 된 것을 기억합니다. 당시에도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되었는데 다행히도 내주 방송 분에 문근영이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눈 주위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충혈된 상태로 열연을 펼치는 모습이 짠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승기 역시 자신의 부상이 채 아물기도 전에 카메라 앞에 모습을 비출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누구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이 바닥의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마음이 더 착잡하고 무겁기만 합니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KBS 새 일일드라마 <뻐꾸기 둥지> 제작발표회에서 장서희는 "한국에서 생방송처럼 드라마를 찍는 과정을 장점으로 생각한다" 고 밝혀 관심을 끌었는데 그 이유가 솔직하여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바로 시청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드라마를 찍을 수 있어 좋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아마도 고질적인 '생방송' 드라마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칠 수 없는 이유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시청률 하나로 중도폐지냐 연장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드라마 현실에 시청자들의 민감한 반응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구미에 맞게 시나리오를 조금씩 다듬어 나가는 치열한 눈치싸움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닐 것입니다.


분명 '생방송' 드라마의 대안으로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고, 그럴 경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더욱 완성도 있는 드라마를 시청자 앞에 선보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장서희가 속 시원히 밝혀준 것입니다.

시청자의 반응을 살펴볼 수도 없고 시기적으로 맞물리지 않으면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 버려 모두가 꺼리고 있는 것이 '사전제작' 드라마의 실정입니다. 기껏 만들어 놓고 방송도 제대로 타보지도 못한 채 사장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사전제작' 드라마를 두고 속된 말로 도박놀음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입니다.


물론 이승기가 부상당한 것이 '생방송' 드라마의 제작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억지 인과관계를 엮어보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이제는 전보다 조금은 나아졌겠지하고 생각하다가도 이런 갑작스러운 사고를 통하여 여전히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 열악한 제작환경이 안타까울 뿐이며, 혹시라도 초를 다투는 촬영이 아니었다면 좀 더 배우들의 안전에 신경을 쓰고 사전에 사고를 막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너포위'의 결방이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은 이승기의 부상이 하루빨리 완쾌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또한 이런 넋두리를 늘어놓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생방송' 드라마의 현실이 바뀔리는 만무하겠지만, 반복적으로 누군가의 부상소식이 전해질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 만큼은 결코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며, 이승기의 빠른 쾌유와 건강한 모습으로 시청자와 조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 :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 공식홈페이지>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