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2014. 5. 15. 07:57



군것질거리 특히 과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는 입에 달고 살았던 기억이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과자를 먹고난 후 입안이 텁텁하고 개운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차츰 멀리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어린 시절 이후로 단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_-) 그저 과자를 대하는 나의 마음이 그래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보니 마트만 가면 진열되어 있는 과자들을 가리키며 사달라고 조르는 탓에 점점 과자를 집으로 들이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었고, 눈 앞에 알짱거리는 과자들을 보니 어느샌가 그것들을 아이와 함께 오물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 모습에 새삼 놀라는 요즘이다. 앞으로도 제법 과자를 섭취할 것만 같은 불길한 생각이?


특별할 것 없지만 최근에 감자종류의 과자들만 주구장창 먹어대던 아이가 덥썩 집어 들은 과자를 포스팅해 본다. 이름도 참 낯설고 겉보기에는 그럴듯 해 보이는 같은 브랜드의 조금은 다른 맛 두가지의 과자다.



음...과자 이름이 좀 길다.

파란색 통이 레돈도 럭셔리 크림 웨이퍼(Redondo Luxury Cream Wafers, Cookies and Cream)고, 붉은색 통이 레돈도 럭셔리 크림 초코 웨이퍼(Redondo Luxury Cream Wafers, Chocolate)다.

마치 집에서 쓰는 가루 세제의 통과 같은 재질과 느낌인데, 안에 어떤 상태로 포장이 되어 있을지 짐작은 대충 간다.


  


통을 두르고 있는 이미지컷은 상당히 고급스러움을 풍기고 있는데 실제로 맛 또한 그에 상응할 지 두고봐야겠다.

 


레돈도 럭셔리 크림 웨이퍼 : 열량 124.3Kcal / 나트륨 73mg

레돈도 럭셔리 크림 초코 웨이퍼 : 열량 128Kcal / 나트륨 69mg


기본 열량과 나트륨의 함량은 위와 같은데 평소 과자를 자주 먹는 편도 아니고 일일이 열량과 나트륨을 체크하면서 먹지도 않기 때문에 다른 제품과 딱히 비교할 수가 없는 점이 조금은 아쉽다. 컵라면 나트륨이 보통 1500~1800mg이라고 하는데 그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량이라고 해야하나.. 하기야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먼저 레돈도 럭셔리 크림 웨이퍼.

통 속을 열어보니 역시나 비닐포장이 또 한 번 되어 있다. 비닐을 뜯어보니 대략 15개 안팎의 과자가 담겨 있는데 통만 보면 과대포장 느낌인데 비닐포장 속에 담긴 과자는 생각보다 차 있어 애매하다.





다음은 레돈도 럭셔리 크림 초코 웨이퍼.

'초코' 라는 단어가 추가되어 있어서인지 비닐포장에는 '초콜릿'이라는 단어가 삥 둘러서 여러 나라의 언어로 쓰여져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하지만 좀 더 예쁘게 배열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조금은 성의가 없어보이는 디자인이 과자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마저 반감시켜버려 아쉬움이 남았다. 차라리 크림 웨이퍼의 화이트 처리와 같이 아무런 인쇄도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포장이며 디자인이며 다 무슨 소용인가? 부질없다. 과자니까 그저 맛 만 있다면 모두 다 용서가 된다.

하지만 입 맛이 변질된 것일까?

달다. 그저 단 것 뿐만이 아니라 한 입 베어물고 씹은 뒤에 입 안 전체로 퍼져나가는 단 맛이 웬지 달콤하고 부드럽다는 느낌보다는 씁쓸함의 여운이 좀 더 길게 남았다. 크림 웨이퍼든 크림 초코 웨이퍼든 단 맛의 강약 차이만 있을 뿐 전체적인 느낌은 동일했는데, 아무래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입 맛도 변해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뽀로로를 열심히 시청하던 아이가 어느샌가 다가와서 애처로운 눈빛으로 과자를 요구하길래 순순히 내어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또 하나를 요구하길래 이 맛에 대해서 얼마나 강렬히 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취해보았는데, 아이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며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당장에라도 대성통곡할 준비태세를 갖췄다.

아이는 이 맛을 좋아했다. 이전에 줄곧 먹어왔던 감자까까와는 차원이 다른 식감에 반해버린 것이다. 하나를 원하고 또 하나를 원하는 아이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껴 과자 뚜껑을 황급히 닫아 보관해 두었다. 


그저 내 입 맛에 맞지 않을 뿐 과자의 맛에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며칠에 걸쳐 아이와 함께 과자를 다 먹은 뒤 문득 들었던 생각은 커피와 함께 즐겼다면 분명 그냥 먹었을 때보다 훨씬 좋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다음에도 혹시나 아이가 마트에서 이 과자를 집어들고 온다면 꼭 커피와 함께 먹어볼 생각이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