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10. 8. 10:25



SBS 가을 개편을 맞이하여 <생활의 달인>이 일요일 오전으로 자리를 옮기고 <월드챌린지-우리가 간다(이하 우리가 간가)>가 정규 편성이 되어 시청자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지난 6월 파일럿 방송으로 첫 선을 보였던 <우리가 간다>는 영국의 '울쌕레이스대회' 에 직접 멤버들이 참가하여 큰 감동과 재미를 안겨주었는데, 30kg이나 되는 양털포대를 짊어메고 경사진 오르막과 가파른 내리막을 질주하는 기록경기에서 처녀출전임에도 불구하고 백성현이 당당히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가능성을 엿보았다.


<우리가 간다>는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며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하고 있는 전 세계의 수많은 이색대회를 소개함과 동시에 멤버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그들의 이색대회가 어떻게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었는지를 체험하고 확인해보는 프로그램이다. 

파일럿 방송에서는 맏형 윤태영과 강한 승부욕이 남달랐던 서지석이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지만 정규편성에서는 두 사람 대신에 이지훈과 이종수가 합류하였고 기존 멤버였던 전현무, 박효준, 백성현은 자리를 유지하였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좀처럼 볼 수 없고 독특한 케릭터로 발전 가능성이 많아 보였던 윤태영과 서지석이 빠져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새롭게 꾸려진 다섯 멤버들의 역할 분담 만큼은 확실해 보였는데, 우선 전체적인 방송의 진행과 흐름을 이끌어 주는 전현무, 몸개그에 탁월한 모습을 보여준 박효준, 그리고 전 세계의 이색대회를 온 몸으로 소화해 낼 만반의 준비가 끝나보이는 이종수, 백성현, 이지훈까지 다섯 멤버의 도전정신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고 절실해 보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우리가 간다> 역시 첫 방을 통하여 몇몇 불안한 요소들이 눈에 띄었는데 우선은 다섯 멤버들을 강력하게 리드할만한 맏형의 부재였다.
세계의 수많은 이색대회는 각기 형태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강도 높은 것들이 부지기수인데, 멤버들이 연습과 훈련을 통하여 좌절과 포기하고 싶은 마음들을 다잡을 수 있도록 팀의 맨 앞에서 이끌어 줄만한 맏형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가장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파일럿 방송에서 맏형이었던 윤태영이 비롯 낯선 예능프로그램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다소 까칠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어도, 동생들이 지치고 고통스러웠던 순간에 자신의 안위보다는 그들을 다독이고 품에 안아주며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맏형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했던 윤태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현 멤버들 중 그 역할을 과연 누가 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멤버의 구성 또한 다소 식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백성현과 박효준을 제외한 나머지 세명의 멤버들은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었는데 이종수와 이지훈은 <우리동네 예체능>, 그리고 전현무는 여러 예능프로그램들을 통하여 익숙하게 접해왔던 인물이기에 신선한 느낌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같은 맥락으로 파일럿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우리가 간다>가 정규방송으로 편성되기를 바랬던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프로그램 포맷의 신선함이었다. 물론 '도전'이라는 취지하에 유사한 방송들이 있어왔지만 토크와 예능 천지인 트랜드에 편승하지 않고 오로지 '도전'이라는 이름하에 낯선 환경에 몸을 던져 이색대회에 참여하는 모습들은 그 자체만으로 건강한 재미와 간접적인 문화체험까지 할 수 있다라는 점은 <우리가 간다>가 가지고 있는 최대 경쟁력이었다.

억지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도전과 목표달성이라는 것에만 열중했던 그들의 땀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함과 흥미로움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정규방송으로 편성된 <우리가 간다> 첫 방에서는 웬일인지 파일럿 방송에서 보여졌던 신선한 모습들이 조금은 퇴색된 듯한 느낌이었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겠지만 여타의 방송들과 마찬가지로 먹방에 열중하는 모습이 습관처럼 비춰졌고 연습과 훈련에 열중하는 순간에도 재미와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들이 심심치 않게 보여졌던 것이다. 게다가 불가피한 부분일 수 있겠지만 인기있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짜깁기해 놓은 듯한 구성들은 자칫 첫 방송부터 이미 한계에 다다른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제 겨우 첫 방송이고 제작진측에서도 다각적인 시도를 통하여 프로그램의 포맷을 안정화시켜가는 과정이기에 조바심을 내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만 자칫 방송이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점만큼은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그리고 첫 방부터 어수선하고 산만한 모습들은 웬지 해외촬영에 대한 제작진의 부담감과 조급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는데, 같은 방송사 프로그램인 <맨발의 친구들>은 방송 초반 해외촬영을 통하여 현지인들의 삶에 동화되어 자급자족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저조한 시청률과 해외촬영으로 인한 제작비의 부담으로 인하여 국내촬영으로 돌아서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정체성을 찾지 못한채 길 잃은 미아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우리가 간다> 제작진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닐 것이며 불안함과 조바심이 나는 것은 당연지사일 수 있다. 좋은 취지로 야심차게 첫 걸음을 내딛었지만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저조한 시청률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하루아침에 폐지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방의 여러 아쉬운 모습들을 단번에 상쇄시켜준 모습도 분명 있었는데,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네덜란드에 도착한 멤버들이 좋은 방을 얻기 위해서 즉석에서 제기차기를 선보였던 장면이었다. 다양한 국적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있는 광장 한 복판에서 그들을 즉석에서 섭외하여 함께 제기차기 게임을 선보였던 장면은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나아갈 길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기도 했다. 새로운 문화에 마음이 열려있는 관광객들은 멤버들의 제안에 흔쾌히 동참하기로 했는데 처음 해보는 제기차기에 조금은 어색해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상당히 흥미로운 관심을 보여주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었다. 그리고 멤버들과 팀을 이루어 제기차기를 하는 동안 웃음은 떠나질 않았고 승부를 떠나 새로운 문화에 열정적으로 호응해주는 모습은 지켜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흐뭇할 수 밖에 없었다.

제기차기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길 수 있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기꺼이 안아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알려준 것인데, <우리가 간다>라는 프로그램이 단순히 세계의 이색대회를 체험하고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우리의 놀이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된다는 점은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파일럿에서 정규방송으로 전환된 것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여 첫 방송 시청률이 4%대에 머무르면서 못내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 <우리가 간다>를 통하여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축제 그리고 이색대회를 접할 수 있고 그 안에서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나아가 우리나라의 다채로운 놀이문화를 전 세계인들에게 소개함과 동시에 우리들만의 이색대회를 발굴해보자는 취지만큼은 무엇보다 반갑기만 하다.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기는 하지만 제2의 <맨발의 친구들>이 되지 않기 위해 제작진이 어떤 히든카드를 단단히 준비하고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가 된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SBS 월드챌린지-우리가 간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