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9. 24. 09:18



"그것은 명령입니까?"

원하고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해줄 수 있다는 가정부 박복녀(최지우 분), 얼핏 램프의 요정 지니를 떠올리게 하는 그녀였지만 아찔하게도 그녀는 원한다면 사람까지 죽일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원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절대로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방송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수상한 가정부>의 첫 스타트는 우선 성공적으로 보인다.

사람이 아닌 로봇을 연상케하는 최지우의 무표정과 딱딱한 말투 그리고  "그것은 명령입니까?" 는 벌써부터 유행어 조짐을 보이며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아내의 49재가 끝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불륜녀와의 멋진 재회를 꿈꾸는 은상철(이성재 분) 역시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원성과 비난을 살만한 준비가 철저하게 끝나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이르다.

수상한 가정부 박복녀로 변신한 최지우의 연기가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웬일인지 그녀의 모습은 얼마전 종영한 <직장의 신 미스김>의 김혜수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수상한 가정부> 제작발표회에서 최지우는 김혜수의 케릭터와 겹치는 부분에 대해서 별다른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드라마 속 박복녀의 모습은 미스김과 유사한 점이 너무나도 많아 보였는데 철저한 완벽주의자이자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떠나보낸 은상철은 4남매와 가정을 대신 돌봐줄 가사도우미를 소개받았다.

바로 수상한 가정부인 박복녀였다. 그런데 첫 등장부터 참으로 수상할 따름이었다.

그녀의 출근 시간은 아침 7시였는데 30분 일찍 집 앞에 도착한 그녀는 무작정 집 밖에서 7시가 되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7시에 집안에 들어선 그녀는 4남매가 어질러 놓은 집안을 스캔하며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브리핑하였고, 가족들이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모두 집으로 돌아왔을때 약속한 모든 일들은 거짓말처럼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죽은 엄마의 음식맛을 적어놓은 레시피만 보고도 완벽하게 구현해 내는 것도 모자라 수학올림피아드 경시대회의 문제를 간단히 풀어내었고 소지하고 있는 가방속에서는 적시적소에 참으로 다양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모습까지도 어느것 하나 미스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혹자는 미스김이 직장이 아닌 가사도우미 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아 다소 식상하다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박복녀는 미스김과 다른 점이 한가지 있었다.

"박복녀씨는 말이죠..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지 합니다.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사람을 죽여달라고 하면 정말로 사람을 죽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정말로 그런 부탁을 하시지는 않겠죠 하하하..."


 

 

 


이게 무슨 말일까?

농담도 때가 있고 정도가 있는것인데 사람을 죽여달라고 하면 정말 죽일지도 모른다니 섬찟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넌지시 건넨 소개소 소장의 아찔한 말은 은상철을 비롯한 4남매의 호기심을 극도로 자극해 버린다.

정말일까? 진정 원한다면 사람을 죽일 수도 그보다 더한 모든 욕망들을 완벽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꾼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그 무엇인가를 하지만 램프의 요정 지니가 곁에 없기에 그저 마음속의 숱한 욕망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그러져 버린다. 


하지만 원한다면 모든지 다 해준다는 박복녀의 존재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비록 철저하게 미스김과 닮아 있는 박복녀이지만 그녀의 모습은 모든 욕망과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에 있어 차이가 있었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호기심마저 자극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은상철을 비롯한 4남매는 그녀에게 무엇을 원하고 해주기를 바랄까?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들이 과연 어떤 소원을 그녀에게 부탁 아니 명령할 것인지 궁금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것 하나만으로도 <수상한 가정부>의 박복녀는 <직장의 신> 미스김과 다르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복녀는 집안에서 잡은 벌레를 죽이지 않고 창문을 열어 그대로 살려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원한다면 사람을 죽여줄 수 있지만 정작 박복녀는 자신의 의지로 벌레 한마리조차 죽이지 않고 살려보내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추악한 욕망마저 눈 앞의 현실로 구현해낼 수 있는 박복녀는 평범한 가정속에서는 너무나도 위험한 존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호기심많고 유혹에 약한 어린 4남매의 곁에 박복녀의 존재는 더없이 위험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위기감은 곧바로 막내딸인 혜결에게 현실로 닥쳐버렸다. 죽은 엄마를 만나고 싶은 절실한 심정에 혜결은 박복녀에게 명령을 내린 것이다. 바로 엄마가 목숨을 끊은 강 속으로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하지만 박복녀의 존재가 은상철과 4남매에게 위험하고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치는 것은 아니었다.

엄마의 존재를 잊기 위해 모든 흔적을 불태워버리라는 명령을 부여받은 박복녀는 지체없이 마당에서 엄마의 물건들을 송두리째 태워버린다. 하지만 불태워진 엄마의 흔적들을 바라보며 4남매는 엄마에게 했던 지난 잘못된 행동들을 떠올리고 반성하며 그리워하게 된다. 물론 엄마에 대한 미안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진정 마음속에서 떠나보내는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박복녀의 역할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극단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무너진 가정을 되살릴 수도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박복녀는 냉장고 문에 죽은 아내의 생일카드를 붙여 놓았다.
옷장 속 철이 지난 은상철의 양복들을 정리하다가 박복녀는 우연히 생일축하카드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은상철은 별다른 감흥없이 죽은 아내의 생일카드라는 얘기를 듣고 그냥 적당한 곳에 두라고 하였는데 박복녀는 그것을 가족 모두가 쉽게 볼 수 있는 냉장고 문에 붙여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발견한 이는 없었다.

그 안에 어떤 내용이 적혀있는지 그리고 그 내용이 은상철의 가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그토록 엄마의 빈자리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4남매조차도 수시로 열고 닫는 냉장고 문에 붙어있는 생일카드를 발견하는 사람은 없었다. 수상한 가정부 박복녀가 생일카드를 냉장고 문에 붙여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무너진 가정의 평화를 되돌려놓기 위한 묘책이 아닐지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수상하고 궁금할 따름이며, 무엇보다 수상한 가정부 박복녀로 연기변신한 최지우가 미스김의 아류 케릭터라는 오명을 말끔하게 벗어낼 수 있을지도 기대가 된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SBS 수상한 가정부>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