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9. 9. 10:33



몇주간 집밥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맨발의 친구들>은 프로그램 정체성에 대하여 여전히 고민을 하고 있는 눈치다. 물론 어영부영 먹방이라는 컨셉으로 시간을 끌고 있는 맨친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 역시도 곱지만은 않다.

다이빙과 자작곡 프로젝트를 끝내고 집밥이라는 소재로 이어지면서 프로그램이 그럭저럭 안정적인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애초 맨친의 취지를 떠올려본다면 삼천포로 빠져버린지 한참은 된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집밥이라는 소재로 방송을 꾸려나가고는 있지만 김나운과 홍진경 편이 소개되면서 과연 그들이 선보이고 있는 음식들로부터 우리 어머니들의 소박한 집밥이라는 단어를 흔쾌히 갖다붙일 수 있는지 그것도 의문이다. 그저 자신들의 홍보를 위하여 방송을 역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구심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예인이 아닌 요리연구가의 집밥은 과연 어떤 것일까?

이번에도 집밥을 떠올리기보다는 그저 단순홍보로 그치고야 말 것인가라는 궁금증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분명 요리연구가 이혜정의 음식들은 이전에 소개되었던 김나운, 홍진경과 비교해봐도 뒤떨어지지 않을만큼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냉장고 속에 소박하고 간결하게 자리잡고 있던 음식들을 보관하고 있는 용기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일반가정에서도 흔히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용기부터 음료를 마시고 난 뒤에 재활용하고 있는 PET용기들, 잠시 스쳐지나갔던 한 장면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는 어려웠지만 요리연구가답지 않은 의외의 소박한 모습에 이전과는 달리 불편한 마음들이 조금씩 사라져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런 것도 편견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한가지 사항만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일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편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그녀의 요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또 다른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듣고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은 갖춘셈이란 생각에 어느때보다 온전히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요리연구가 이혜정편에서 기억에 남는 두 단어는 효소와 장독대였다.

그리고 음식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강한 애착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은 단순히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이 아닌 음식 자체에 국한되어 있다라는 판단도 들었기에 불편한 마음은 느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요리연구가의 최고의 보물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각종 효소들이 숨쉬고 있는 지하창고에 있는 장독대들이었다.

이혜정의 집안 전체에는 약 60여개의 장독대가 있다고 했다. 남편이 집에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몰라도 장독대안에 무엇이 있는지만큼은 정확히 알고 있다며 멤버들의 궁금증에 유쾌한 답을 내놓는 그녀의 센스가 돋보이기도 했다.


이혜정은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고 하는데 요리를 하는 그녀를 위해 부모님은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바로 장독대 때문이었다.

현재 그녀의 딸 역시도 요리를 하고 있지만 자신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안에 자리잡고 있는 무거운 장독대때문에 쉽사리 이사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이 살고 있지만 세월이 흘러 자신 역시도 딸에게 장독대 가득한 이 집을 물려줄 생각이고 그 딸의 아이들 역시도 요리연구를 이어감으로써 대대로 이 장소를 물려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요리를 사랑하는 집안답게 참으로 현명하고 지혜로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단순히 더 좋고 훌륭한 집으로 이사가기를 떠올리기 보다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이 곳에서 다음 세대의 삶까지도 그려보는 이혜정과 그녀의 부모님의 깊은 생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식 먹는데에만 치중하고 있는줄 알았지만 강호동은 이혜정의 음식을 맛본 후 아주 정확한 느낌을 말해주었다.

아무래도 음식맛을 내기 위해서 자극적인 맵고 짜고 단 다양한 맛들을 가지고 있는데 전혀 불쾌하다라는 느낌이 없다라는 것이다. 정곡을 찌르는 강호동의 궁금증에 이혜정은 다음과 같은 요리 철학을 내놓았다.


"음식을 하면서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똑똑한 사람이 있어서 주위가 편안하면 굉장히 그 똑똑함이 좋은것인데, 똑똑한 한 사람 때문에 주변이 불편하면 그 사람이 없는 편이 차라리 나은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언제나 튀는 맛보다는 어우러지고 조화로운 것이 더 좋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조화로움의 중심에는 언제나 효소가 있다."


비법이었다. 그리고 요리연구가다운 내공이 느껴지는 요리 철학이 아닐 수 없었다.

그저 맛있는 음식만 만들기에 혈안이 된 것이 아니라 조화로움을 생각하는 그녀의 요리철학, 이것은 비단 요리에만 국한되는 철학이 아닐 것이며 이러한 철학이 있기에 그녀의 음식이 더욱 남다르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방송내내 이혜정은 좀 더 챙겨주고 마련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피력하였다.

마치 타지 생활을 하다 오랜만에 집에 온 자식들을 대하듯이 멤버들을 바라보며 잘 먹는 모습에 흐뭇해하는 이혜정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요리연구가 이혜정편에서는 집밥이라는 소재를 통하여 그녀의 요리철학과 인생이야기들을 겻들여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재 보고 있는 이 프로그램이 예능인지 아니면 다큐 혹은 생활정보 프로그램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김나운 편을 시작으로 멤버들은 집밥의 대가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고 그들이 챙겨준 음식들을 독거 연예인들에게 전해주는 방식을 몇주째 고집하고 있는데 그럭저럭 시간은 잘 흘러가고 있지만 반복되는 비슷비슷한 설정들이 벌써부터 지루하고 식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화제가 된 푸드파이터 강호동의 설거지 먹방이 한 두번은 큰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도 삼세번 반복되니 벌써부터 식상하다라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식상하고 지루함에 허덕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바람을 선사하며 자칫 다큐로 마무리 될 뻔한 맨친을 예능으로 돌려놓은 인물이 나타났으니 바로 단숨에 먹방계의 샛별, 먹방요정으로 등극한 에이핑크의 정은지였다.

최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정은지의 모습을 자주 볼 수가 있는데 그녀의 이미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여자아이돌답지 않게 털털하고 꾸밈없이 자연스럽다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그녀가 맨친이라는 생경한 프로그램에 나와 주목을 받았던 것은 지난 자작곡 프로젝트에서 강호동과의 멋진 호흡을 맞춘 이후였다. 대선배 강호동과 짝을 이루어 무대에 올랐던 정은지는 특유의 붙임성으로 멋진 가창력 뿐만 아니라 예쁜 그림마저 그려내며 훌륭한 무대를 꾸며주었는데, 유이의 부재로 집밥프로젝트에 잠시 합류하게 되었고 급기야 이번주에는 먹방요정으로 거듭태어나게 된 것이다.


정은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순히 방송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요리연구가의 맛있는 음식을 누구보다 먼저 먹어보고 싶은 순수한 모습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마음을 강호동도 알았는지 자신의 손아귀에 든 음식을 누구에게 양보해 본 적 없는 그가 정은지에게 기꺼이 음식을 건네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야 만 것이다. 연이어 퀴즈를 맞춘 강호동은 이번엔 묵은지 등갈비찜과 사태편육까지 얹여 한 입 분량을 완성해 냈다. 두세겹으로 쌓인 음식을 단번에 입안으로 넣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는데, 시종일관 정은지는 강호동에게 한 입만 먹게해달라며 조르기 시작하였다.

'한 입만 주시면 안되요'라며 애처롭게 바라보는 정은지에게 강호동은 결국 마음이 약해져 숟가락을 넘겨주었는데, 모두의 걱정과 염려와는 달리 정은지는 근성있게 가득쌓인 숟가락을 한 입에 먹는데 성공하였다.

혹여나 비참한 모습으로 마무리되지는 않을지 내심 조마조마하기도 했지만 정은지는 멋지게 한 입을 성공하였고 덕분에 자칫 지루하고 무거운 다큐로 흘러갈 뻔했던 맨친이 원래는 예능프로그램이었음을 제대로 상기시켜주었다.


정은지의 거침없는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음 퀴즈의 정답을 맞춘 김현중은 자신이 담은 음식을 넣지 못하고 입만 떼는 바람에 기회를 상실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음식을 손에 넣기 위하여 정은지를 비롯한 나머지 멤버들은 거듭하여 가위바위보를 하였고 결국 또다시 그녀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모두의 우려를 종식시키고 정은지는 숟가락 위에 가득 쌓여있는 음식들을 한 입에 넣는데 또다시 성공을 하였는데, 바로 옆에서 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김현중은 '얘 뭐야'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고 정은지의 소탈하고 털털한 모습에 강호동마저도 한바탕 웃으며 두손 두발 모두 들 수 밖에 없었다. 


여자아이돌이 방송에서 거침없이 음식을 먹는 모습은 참으로 오래간만에 보는지라 유쾌하면서도 신선함마저 느낄 수가 있었다. 더욱이 보는 사람마저도 즐거워질만큼 맛있는 음식을 너무나도 더 맛있게 먹고난 후 해맑게 웃어보이는 정은지는 유이의 빈자리를 느낄 수 없을만큼 제 역할을 잘해주었는데, 갑작스러운 그녀의 활약에 고정합류시키면 안되는냐는 의견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잠시 자리를 비운 유이가 바싹 긴장해야할 듯 보인다.

요리연구가 이혜정편은 언급한 것처럼 전보다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최대한 화려움을 자제하고 집밥이라는 소재에 접근하려는 모두의 노력이 돋보여 긍정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맨친 자체가 원래는 예능프로그램이기에 웃음포인트가 너무나도 절실한 시점이었는데 붙임성좋고 성격털털한 정은지의 합류 그리고 그녀가 방송에서 제대로 보여준 먹방의 모습은 애초 계산에는 없었던 제작진의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생각을 해보았다. 지루하고 식상함으로 치달았던 집밥프로젝트에 있어서 잠시였지만 정은지의 합류는 새로운 활력소가 된 것만은 절대로 부정할 수 없어 보였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SBS 맨발의 친구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