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8. 14. 09:17



그야말로 갈때까지 다 간 끝장을 본 경기였다.

<우리동네 예체능> 배드민턴 세번째 경기인 부산 두구동팀과의 대결, 그 중에서 0-2로 지고 있는 벼랑끝 상황에서 세번째 경기로 출전한 강호동-존박 조는 수차례의 듀스에 듀스를 거듭하며 배드민턴 한 경기에서 낼 수 있는 최대점수인 15점까지 이어간 끝에 마침내 값진 승리를 거두며 명승부를 연출해 내었다.

두 사람의 승리가 무엇보다 값졌던 것은 비록 뒤쳐지는 실력이었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쳤다는 점이었다. 비록 강호동-존박 조의 경기가 이날 방송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분량을 차지하면서 다소 지루하다는 평도 나오기는 했지만 예체능 방송사상 유례없는 명승부였다라는 점에 있어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강호동-존박의 경기, 과연 예체능팀이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에 있어서 마지막 14-14까지 숨막히게 경기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지난주와 이번주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본 시청자들이라면 두 사람이 승리를 했다라는 경기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 편집본에서 이만기-이지훈조가 등장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혈전을 예고하듯 서브를 결정하는 셔틀콕이 어느 한 방향을 가리키지 않고 똑바로 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우연도 있었지만, 사전에 경기결과를 추측할 수 있는 편집본을 내보내는 우를 범하였기에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반감된 것도 사실이었다. 스포츠경기에서 경기결과를 미리 알고 보는 것처럼 싱거운 것은 없는 일이다. 시청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편집본을 만들어 내보내는 것은 이해하지만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부분들은 과감히 제외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고질적으로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경기 도중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외침들이었다. 자신의 팀이 이기기를 바라며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알지만 상대선수의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소음들 그리고 경기가 이어지는 와중에 코트를 넘나들며 격려하는 모습들은 아무리 예능프로그램이란 점을 감안한다해도 보기좋은 모습들은 결코 아니기에 출연진들의 세심한 주의가 앞으로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명승부를 연출해 낸 강호동과 존박.

두 사람의 환상적인 호흡은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친동생처럼 존박을 무척이나 아끼는 강호동과 그를 형처럼 잘 따르는 존박은 결전의 장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짬을 내어 즉흥적으로 호동쇼와 존박쇼를 연출하면서 돈독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선 바쁜 스케줄로 배드민턴 연습을 얼마만큼 하는지에 대한 강호동의 질문에 존박은 일주일에 한 번정도 밖에 연습은 못하지만 동영상을 통하여 이미지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강호동의 관심은 배드민턴 얘기보다도 직접 촬영을 하며 카메라에 비치는 존박의 앵글을 묘하게 잡으면서 그를 난처하게 만드는데 있었다. 이런 모습이 방송이 되느냐며 강호동의 앵글에 불만을 품은 존박이었지만, 그러한 장난에 굴하지 않고 더욱 기이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맞받아쳐주는 넉살좋은 여유를 보이기도 했는데 두 사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이 날의 명승부를 예고하는 듯 보였다.


강호동-존박 조에 앞서 예체능팀은 두 세트를 내리 내어주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였다.

두 번의 동호인들과 경기에서 패배를 한 예체능팀은 3연패의 굴욕만큼은 벗어나고 싶었지만 이대로 간다면 0-3으로 완패를 당할 위기에 처해버린 것이었다.

비록 예체능팀중 약세로 분류되는 선수들이 나가기는 했지만 남아있는 상대팀의 선수들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강한 조만 남아있는 상태였는데, 0-2로 뒤져있는 상황에서 예체능팀의 에이스인 이만기-이지훈 조가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어차피 운으로 이길 수 없다는 판단하에 누구보다 호흡이 좋은 강호동-존박 조가 위기에 빠진 예체능팀의 구원자로 등장을 하게 되었다.


 

 

 


시작은 좋았다.

서비스득점과 스매시로 내리 두 점을 먼저 얻은 강호동-존박 조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팀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 선수들의 몸이 서서히 풀리고 낯선 방송환경에도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경기는 박빙의 양상을 띄어간 것이다.

한 점을 앞서 가면 두 점을 거둬가며 역전에 역전을 반복하면서 엎치락 뒤치락하며 좀처럼 경기 결과를 가늠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숨막히는 경기를 이어가면서 양팀 선수들은 온 몸을 던져가며 셔틀콕을 받아내기 위한 열정을 시종일관 보여주었다. 자칫 부상이 염려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온 몸을 내던진 것이다. 


분명 실력은 동호인팀이 한 수 위인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나 사정없이 쏘아대는 조명불빛과 자신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지인과 가족들의 수많은 시선들은 동호인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긴장감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렇게 땀을 흘리냐는 말에 '니가 드가봐라' 라고 한 숨을 내쉴 정도로 숨막히는 긴장감, 결국 이러한 긴장감은 온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게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승패를 가르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였다.

이와는 달리 강호동-존박 조는 긴장감보다도 사소한 실수가 문제였다. 몸을 던지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드롭샷도 인상적이었지만 허탈함을 배가 시키는 사소한 실수들은 두 사람의 몸을 굳게 만드는 가장 큰 악재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돈독한 사이에서 빚어진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실수에 대하여 조바심을 내는 대신 평정심을 유지하며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존박이 실수할때면 강호동은 큰소리로 나이스파트너를 연신 외쳐대며 그의 사기가 혹여 떨어지지 않도록 시종일관 신경을 써준 것이다. 결국 강호동의 믿음과 파이팅 덕분에 존박은 경기가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고 상대방의 허를 찌르며 차곡차곡 포인트를 거둬가면서 최종스코어를 14-14까지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점을 남겨놓은 상황, 서로 과감한 샷을 하지 못한 채 공을 넘겨주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존박의 과감한 스매시로 경기는 예체능팀의 승리로 돌아갔다. 승리의 기쁨을 감추지 못한 강호동은 단숨에 존박을 어깨에 걸머쥐다가 내동댕이치는 세리모니와 함께 제작진의 카메라앞에 다가와서 포효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 얼마나 간절히 바랬던 승리였을까? 단순히 방송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운 날씨에 그동안 흘려왔던 땀의 결실을 이제서야 맛보게 된 그 느낌은 경기를 직접 뛰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희열일 것이다. 그리고 유례없는 명승부를 펼쳐보여준 강호동과 존박, 두 사람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격려하는 모습은 예체능 방송의 존재의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했다.


너무나도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며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를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지만 더욱 흐뭇하게 만든 것은 승리를 한 팀과 아쉬운 패배를 한 팀의 경기소감이었다.

1회부터 본방사수를 했다는 동호인 선수는 몸을 던져가며 최선의 노력을 다한 강호동의 모습에 찬사를 보내주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나날이 발전해가는 예체능팀의 실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월등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패배를 당한 아쉬움이 컸을테지만 끝까지 스포츠맨십을 지키며 환하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승리한 상대 선수들을 격려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보기좋았다.

그렇다면 소중한 승리를 거둔 예체능팀 강호동의 경기소감은 어땠을까?


"솔직하게 얘기할까요?

내가 잘해서 이기는 것보다 상대방이 미끄러지길 바랬습니다. 제발 좀 미끄러져서 실수하기를 바랬습니다.

상대방의 슬럼프를 진심으로 바랬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수가 승리를 축하해주고 있습니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자신과 팀이 잘해서 이긴 경기가 아니라 한 수 위인 상대팀이 긴장감으로 넘어지는 실수 하기를 바랬다는 그의 소감은 얼핏 들으면 농담이나 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승리에 대한 절박한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단순히 구력과 실력만 놓고 본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팀이 방송이라는 긴장감 떄문에 실수하기를 바랬고 우여곡절끝에 자신의 팀이 승리를 거두어 기쁘기는 하지만, 그런 선수들이 자신들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있다라는 것이 부끄럽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강호동의 솔직한 모습은 흠잡을데 없는 명승부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물론 아직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며 샴페인을 터트릴 입장은 더더욱 아니었다.

강호동-존박 조의 최선을 다한 경기 덕분에 세트스코어 1-2로 네번째 경기를 앞두게 되었고, 예체능 사상 최초로 한 동네와의 경기가 2주분에 걸쳐 방송을 타게 된 것이다. 다음주에는 예체능팀의 에이스인 이만기-이지훈 조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상대팀의 최강 에이스조와 숨막히는 결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말해왔듯이 승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강호동-존박의 경기가 승리로 끝나 예체능팀이 잔칫집 분위기로 바뀌기는 했지만 설상 졌다하더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명승부를 펼친만큼 박수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한가지 덧붙이자면 예체능팀과 상대로 하는 동호인팀들이 방송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져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현장에서 방청한 사람들의 의견으로 미루어보아 그런 억측들은 접어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게다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로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송에 참여하면서 누구보다 자부심과 강한 애착이 남다른만큼 그저 방송을 위해 일부러 져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방송을 온전히 바라보지 않고 시시콜콜하게 딴지를 걸고 색안경을 끼고 볼 것만이 아니라 생활스포츠를 널리 알리고 건강한 삶을 도모하려는 제작진과 출연진 및 동호인들의 각고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우리동네 예체능>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