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7. 30. 10:53



6주간에 걸친 <맨발의 친구들> 다이빙 미션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비록 화려한 볼거리는 없어 큰 화제가 되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그들의 도전을 높이 샀던 이유중의 하나는 바로 순수한 도전이란 점에 있었다. 타 방송의 다이빙처럼 멋지고 화려한 스킬을 구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물과 높이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보고자 시작된 미션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순수하게 그들이 단점이라 명명한 것들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름 만족할 수 있었다. 물론 재미와 감동은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극복하고자 했던 것을 이겨내는데 그들은 결국 성공하였고 그 자체만을 두고 본다면 프로그램의 존재의 이유를 찾아볼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맨친의 취지가 이런 것은 아니었기에 시한부 방송이란 느낌은 여전히 지울 수가 없다.

두 차례의 해외촬영 후 제작여건의 문제로 국내촬영으로 전환된 시점에서 우여곡절 끝에 단점을 극복한다는 취지로 바뀌면서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 시간들이었다. 그나마 부족하고 어색하기만 보였던 다이빙 미션을 진행하면서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점을 극복해냈다는 것이 아니라 멤버들 사이가 처음보다 단단해지고 돈독해졌다는 것에 있었다. 단점을 극복했다는 성취감보다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하나의 멤버십이 생겨 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번 다이빙 미션은 성공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40대 중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미션을 완수해 낸 강호동과 윤종신, 경기전까지 컨디션 난조로 모두를 걱정시켰지만 역시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김현중, 팀의 에이스로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던 은혁, 홍일점이었지만 오빠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끝까지 존재감을 잃지 않았던 유이, 갑작스러운 합류로 난항을 예고했지만 특유의 예능감으로 프로그램을 살려낸 은지원, 그리고 다이빙 미션의 시발점으로서 두려움을 꿋꿋하게 이겨낸 윤시윤까지 모든 멤버들은 자신이 극복해내고자 했던 것들을 이겨내는데 성공을 하였고 그 길의 끝에서 그들은 비로서 하나가 되어 있었다.


플랫폼 1차시기에서 총 5명의 심판중 두 명의 심판에게서 10점 만점을 받아낸 김현중은 30점 만점의 난이도에서 1점이 모자란 29점을 받아내며 모두를 놀라게 하였다. (총 5명의 심판중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점수로 총점이 정해진다.) 스스로도 성공적인 입수를 느낄 수 있을만큼 그의 입수자세는 완벽에 가까웠고 부족함을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경기당일전까지도 컨디션 난조와 함께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김현중은 실전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고 멤버들 중 가장 완벽한 모습으로 모두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모두가 진지한 도전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해 준 이는 바로 은지원이었다.

자칫 국제대회의 위상에 흠이 갈 수도 있는 위험도 있었지만 그는 철저하게 선을 넘지 않으며 지켜보는 모두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해주는 예능천재다운 면모를 발휘하였다. 스프링보드 위에 올라간 은지원은 심판들에게 허리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넙죽하였다. 긴장되고 떨리는 그 순간 계산된 행동인지는 모르겠으나 웃음을 줌과 동시에 자신의 긴장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나름 묘안을 낸 것이다. 물론 그의 행동이 국제대회의 위상에 어울리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순위 경쟁보다도 다이빙 자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기에 은지원의 행동은 이해될 수 있었고 모두의 긴장감을 덜어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은지원은 연습때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는 못하여 아쉬움을 남겼다.

심혈을 기울이며 연습했던 회전입수에서 배치기로 마무리를 지은 것인데, 당사자는 아팠겠지만 물 밖으로 나와 아픔을 호소하며 바닥에 엎드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은 그의 엉뚱한 행동에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은지원은 밝게 웃을 수 만은 없었다. 연습때만큼의 실력을 내지 못하여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한채 자신의 점수를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는 장면에서 그가 얼마만큼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지를 엿볼 수가 있었다. 그저 장난치는데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그는 정말로 진지한 도전을 하였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다이빙 미션의 시발점이었던 윤시윤은 마지막 시기 10미터의 높이에서 뛰어내리며 자신의 단점을 완벽하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록 완벽한 입수자세를 보여주지는 못하였지만 그 높이에 서서 피하지 않고 뛰어내렸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의 도전은 완벽하게 성공을 거둔 셈이다. 가족들과 멤버들 그리고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두려움없이 뛰어내릴 수 있었던 그의 용기는 앞으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언급한 멤버들 외에도 모든 출연진들은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며 다이빙 미션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고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오랜 촬영기간 끝에 찾아오는 허탈함과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라는 의문점이 남기 때문이다.

6주간에 걸친 다이빙 미션이 마무리가 된 시점에서 이제는 프로그램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애초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탓에 출연진과 제작진 뿐만 아니라 시청자 역시도 피곤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도무지 맨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내심 이번 다이빙 미션을 진행하면서 그들 나름대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어느정도 정하지는 않을까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사를 통해 전해진 바로는 다음 프로젝트가 내 인생의 첫경험이라는 주제하에 자작곡을 만드는 미션이라고 전해져 또다시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멤버들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직접 정하여 체험하고 이를 토대로 가사를 만들고 노래로 완성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하는데 다이빙보다 더욱 더 삼천포로 빠지는 듯한 느낌뿐이다.


자작곡 미션은 대략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행이 될지 불 보듯 뻔한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직접 체험한 이후에라는 전제조건이 달려 있어 변수가 될 수 있기는 하겠지만 이미 MBC <무한도전>과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에서 이와 유사한 맥락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큰 사랑을 받은 적이 있어 식상할 따름이다. 자작곡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기는 했지만 분명 이 분야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것은 뻔한 일이고, 바쁜 스케줄속에서 체험한 것들을 발판삼아 우여곡절 끝에 창작의 고통을 겪은 뒤 완성된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며, 미니콘서트를 열어 성황리에 마무리 지을거란 예상은 누구나 충분히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선하지가 않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누구보다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새롭지가 않기에 거는 기대감도 크기가 어렵다.

맨친 제작진 역시도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꽃보다 할배> 등의 프로그램들이 왜 그리도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지 모를리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운이 좋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이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처음부터 화제가 됐다라는 것이다. 변덕이 죽 끓듯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TV앞에 단단히 잡아 놓고 그들을 웃기고 울리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프로그램이 잘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다려 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잘 됐기에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또 모인 것인데 출연진들 개개인의 역량이 절대로 뛰어나고 잘나서 성공을 거둔 것은 결코 아니다. 그저 한가지 공통점을 찾아낸다면 바로 신선한 소재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맨발의 친구들> 역시 어려움은 있었지만 두 차례의 해외촬영분에서는 적지 않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왜 해외에 나가서까지 생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건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제작 여건상 불가피하게 국내촬영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채 이리저리 방황하고 차이며 처음의 취지를 이어나가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과감하게 폐지를 하는 것이 정답이지 않을까? 억지로 멤버들의 단점을 찾아내어 극복해 나가려는 모습들은 즐겁고 유쾌하기 보다는 그저 측은하고 안쓰러울 뿐이다.


애초의 취지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맨친, 그런 의미에서 프로그램의 이름은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해외에서 맨발로 자급자족하며 현지인들와 어우러지며 삶의 행복과 보람을 찾는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이름이 단단한 족쇄가 되어 번번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이제와서 프로그램 이름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니 처음의 취지대로 해외에 나가 생고생을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잡음은 끊임없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새삼 새로운 소재로 프로그램을 꾸려나가기에는 버겁기만 하고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멤버들의 몸과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지쳐만 갈테니 참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 아닐 수가 없다. 프로그램의 존폐를 결정하는데는 여러가지를 고려해 봐야겠지만 다음 미션이 자작곡으로 결정된 지금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그것은 비단 자작곡 미션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성공을 거둔다는 전제와는 별개의 얘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SBS 맨발의 친구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