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7. 19. 09:39



이번주 <해피투게더>는 보양식 특집으로 이운재, 유상철 전 국가대표 선수와 한준희 해설위원 그리고 개그맨 양상국, 김지호가 출연을 하였다.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있고 게다가 최근 한국 축구를 둘러싼 잡음들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우연히도 전 국가대표선수와 해설위원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혹시라도 이와 관련된 얘기나 의견들이 나오지는 않을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는 없었다. 물론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기에 예능프로그램에서 다룰만한 내용은 역시 아니었던 것이다.

아쉽게도 기대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한국 축구를 빛낸 두 명의 전 국가대표선수와 깨알같은 해설로 눈부신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 한준희 해설위원의 축구 뒷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언제나 한국 축구를 이야기하다보면 어김없이 2002년 월드컵을 언급하게 되기도 하는데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참으로 영광스러운 순간인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해피투게더>의 게스트로서 그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재미와 웃음이라는 측면에서는 역시나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리고 함께 출연한 양상국과 김지호가 개그맨으로서 부족한 웃음을 채워줄거라 생각했지만 긴장감 때문이었는지 큰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다. 그런데 예상외의 인물이 이번 방송을 맨 앞에서 이끌며 큰 웃음을 빵빵터트려 주었는데 바로 박명수였다.


<해피투게더>를 시청하다 보면 문득 박명수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한다.

해투에서 박명수는 상당히 기복이 심한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주고 있다. 멘트조차 하지 않고 방송에 모습조차 거의 잡히지 않다시피 존재감이 없다가도 또 어떤때는 빵빵터지는 폭탄 멘트를 연거푸 날리면서 그 누구도 말리지 못하는 돌출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바로 박명수다. 마치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마냥 그를 지켜보는 유재석과 박미선은 불안불안하면서도 예상치도 않았던 메가톤급 웃음폭탄을 날리기라도 하면 누구보다 기뻐하는 것이 바로 두 사람이다.


박명수는 소소한 웃음을 연타로 날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게다가 토크 위주로 많은 게스트들이 출연을 하기 때문에 어떤 방송보다도 해투에서만큼은 빠른 진행을 구사하는 유재석때문에 도무지 박명수가 스스로 치고 나갈 기회를 포착하기란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 방송을 보다 보면 그의 멘트가 묻혀버리거나 움찔움찔하는 순간들이 여전히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보양식 특집에서는 달랐다.

한번 분위기를 제대로 탔다하면 유재석은 고사하고 독설누나 박미선 조차도 박명수의 거침없는 질주를 막아낼 방법이 도통 없었던 것이다.


다리부상으로 오랜만에 출연한 박미선에게 이른감이 있다며 추석후에나 출연할 것으로 생각했는데라는 독설로 말문을 열면서 이번 방송에서 그의 큰 활약이 예고되었다. 얼핏보면 부상으로 힘들어하는 선배에게 버릇없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바쁜 스케줄을 쪼개어 직접 병문안을 갈 정도로 누나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애틋했다. 박미선 역시 그런 박명수가 내심 고마운 눈치였는데 병문안은 왜 왔느냐며 묻자 그저 누나가 방송국에 영향력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갔다라는 식으로 부끄러운듯 얼버무렸다. 정이 많은 박명수가 고마웠는지 전과 달리 박미선은 그의 멘트에 적극적으로 응하며 리액션으로 보답을 해주기도 했는데 참으로 보기 좋은 선후배의 모습이었다.


박명수는 이날 쉬지않고 내달렸다. 절친인 유재석 조차도 그의 엉뚱하고 유치찬란한 질문을 받아주고 거들어주느라 연신 식은 땀을 흘릴 수 밖에 없었는데 의외로 박명수의 질문은 생각만큼 그리 나쁘지 않았다.

선수들의 뛰는 모습을 보며 몸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어떻게 판단하는지, 패널티킥을 실축하여 경기를 패배로 가져간 선수가 미안한 마음에 그날 회식을 쏘는지라는 질문은 참으로 유치했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한 부분이기도 했다. 게다가 한준희 해설위원이 오래전 패널티킥 실축한 선수가 주위의 비난과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이민을 갔다라는 일화를 들려주었는데, 갑자기 박명수가 상대방 나라로 이민을 갔느냐고 되묻는 바람에 모두는 경악을 금치못했지만 그의 엉뚱한 상상력은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이런 돌발적인 요소들이 바로 박명수만이 할 수 있는 해투에서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유재석이나 박미선, 신봉선은 게스트들에게 그런 유치찬란한 질문을 던지지 못한다. 그것은 개인적인 궁금함을 넘어서 자칫 상대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궁금할 수 있는 부분들이기도 한데, 바로 그런 것들을 박명수가 대신 짚고 넘어가 주는 것이다. 그게 뭐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온 몸으로 받을 수 밖에 없지만 그런 부분들을 그냥 흘러보낸다면 조금은 심심하고 웬지 허전하지 않을까?

그런 유치한 질문들을 뭐하러 하느냐며 곁에서 창피해하는 유재석이지만 남의 눈치 보지않고 거침없이 내지르는 박명수를 바라보며 속으로는 내심 흐뭇하고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박명수의 엉뚱발랄한 질문과 유아틱한 궁금함들은 모두를 당황시켰지만 자연스레 유재석과 티격태격하는 모습들을 유발하며 깨알 같은 웃음을 자아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오죽하면 평소 박명수의 개그에 큰 호응이 없었던 신봉선마저도 천재같다며 그의 모습에 감탄을 마다하지 않았을까?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수문장 이운재 선수도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자격증을 따야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박명수는 또 궁금했다. 대한민국 명실상부 최고의 골키퍼인데 왜 자격증을 따야되느냐며 질문을 던진 것이다. 옆에서 보다못한 유재석이 그럼 운전을 잘하는데 뭐하러 면허증을 따요라며 반문을 하자 모두는 유재석에게 속이 다 시원하다며 큰 호응을 보내주었다. 그런데 박명수의 반응이 참으로 재밌었다. 그 상황에서 기가 죽어 어물쩡 넘어갔더라면 그의 존재감은 한순간에 사라졌을텐데 "혼자해! 기분 나쁘면 혼자해!" 라며 발끈해버린 것이다. 예상치 못한 박명수의 반응에 유재석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고 연신 미안하다며 사과를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지켜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그의 밑도 끝도 없는 철없는 반항스러움이 참으로 재미있기만 했다. 연신 티격태격 어이없는 것으로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는 게스트들 또한 방송에 출연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한 편의 콩트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박명수는 1970년 동갑내기인 한준희 해설위원과 생소한 첫 만남이었지만 묘한 어울림으로 시선을 끌었는데 그의 유치한 궁금증은 여기에서도 빛을 발했다. 2014년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개최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박명수는 한준희 위원에게 브라질 가서 신나게 즐기겠네라며 부러움의 시선을 한껏 보낸 것이다. 과연 이런 질문들을 작가들이 써줄리는 만무할텐데 엉뚱한 그의 궁금증과 부러움은 단순히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진심으로 부러운 눈치에서 비롯된 것이며, 덕분에 말문이 막혀버린 한준희 위원의 표정이 박명수와 묘하게 겹치면서 큰 웃음을 자아낼 수 있었다.


평소 사우나에서 진행되는 토크보다 박명수는 야간매점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재석과의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미각차이가 소소한 웃음을 주고 있기 때문이며 야간매점에서 그의 역할은 명확히 자리잡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재석 또한 음식에 대한 맛의 평가에서 만큼은 박명수에게 많이 의지하고 기대는 것이 사실인데 두 사람의 갈리는 평가에서 소소한 웃음들이 자연스럽게 속출하는 것이다.


이운재의 소고기+인삼 보양식을 먹고난 유재석은 힘이 부쩍 난다며 연신 과시를 했다. 이에 박명수 또한 유재석의 멘트를 받아주며 서로 번쩍 들어올려보겠다며 힘자랑을 했는데 테이블 위로 유재석을 내동이치는 괴력명수를 받아쳐, 유재석은 음식이 나오는 입구로 박명수를 내던져 보내려고 하여 큰 웃음이 터져버렸다. 두 사람의 깨알같은 몸개그에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웃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불혹의 나이를 넘긴 두 사람이 이처럼 어린아이마냥 철없이 구는 모습들은 그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희귀한 장면들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유상철의 마를 갈은 음료 보양식을 먹은 박명수는 정력에 좋다는 말을 듣자 거침없이 원샷을 하기에 이르렀고 넘쳐나는 힘을 과시해보려는 듯 음료잔을 당수로 쳐 내려고 하였다. 평소 웃음에서 만큼은 냉정함을 잃지 않는 박미선 조차도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박명수의 웃음포인트에 정신없이 웃기에 바쁜 모습이었고 후배 개그맨들도 역시 그의 큰 활약에 내심 부러운 눈치뿐이었다. 


아쉽게도 이번주 해투는 자기야에게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주었다. 하지만 해투의 저력은 꾸준함이다. 오랜시간동안 변함없이 시청자들과 조우하면서 행복한 웃음바이러스를 전해주는 방송이 바로 해투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시청자들에게 편안한 웃음을 선사하며 사랑을 받고 있는 저력은 무엇보다 국민MC 유재석의 힘이 가장 크겠지만, 곁에서 그를 받쳐주며 홀로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언제나 노심초사하고 있는 박명수가 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닌가 다시금 생각해보며 앞으로도 그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본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해피투게더>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