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7. 12. 09:57



여배우가 출연한 토크쇼에서 연기보다 복싱이야기를 더 많이 전해들을 수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대표와 여배우, 이 두 단어를 모두 소화해내는 인물 바로 이시영이다. 건강한 웃음이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시영은 바로 대한민국 복싱 국가대표이자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여배우이다.

악역부터 코믹한 재벌녀까지 다양한 이미지변신을 통하여 로맨틱 코미디 퀸의 반열에 오른 사랑스러운 여배우이지만, 2010년 전국생활체육복싱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그 후 여러 대회를 석권해 나가면서 마침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복싱선수로 우뚝 선 진짜 국가대표 여배우가 바로 이시영이다. 본업인 배우로서 받은 연기상보다 복싱대회에서 받은 트로피가 더 많은 여배우이며 화려한 드레스보다 운동복이 더욱 잘 어울리는 그녀가 <무릎팍도사>에 출연하여 그토록 사랑하는 복싱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려주었다.


이시영이 그토록 애착을 갖고 있는 복싱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바로 드라마의 배역때문이라고 들었는데, 정작 대중들은 그녀가 권투선수로 등장했던 작품을 접해본 기억은 없다. 이유는 바로 <부자의 탄생>으로 호평을 받은 그녀가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반전시키기 위하여 권투선수로 등장하는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무산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소속사에서는 차마 이런 얘기들을 그녀에게 전해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미 복싱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린 이시영은 중도에 그만두지 않았다.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과연 끝까지 무언가를 해낸 적이 있나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 흔한 다이어리나 일기조차도 시작은 창대했지만 흐지부지하기 마련이었고 대학교도 의상디자인과를 졸업하였지만 그 역시도 배우의 길을 선택하면서 결국 끝을 맺지 못했던 것이다. 하나라도 끝을 한번 보자라는 심정으로 이시영은 복싱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고, 자신을 코치해 준 스승에게 정식 시합에 내보내 줄 것을 부탁하게 된 것이다. 아쉽게도 처녀 출전한 생활체육복싱대회에서 그녀는 압도적으로 맞기만 하고 패배를 당하였지만 그녀는 조금도 괴롭거나 비참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시작한 일의 끝을 비로소 보게되어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체급별로 나눠지는 모든 종목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복싱 역시도 체중감량에 대한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했다. 복싱선수들이 가장 경계하는 음식은 다름아닌 물이었는데 밥한공기와 물반컵이 같은 양일 정도로 물의 무게는 생각보다 컸다. 차라리 물을 마실바에는 공복을 다스릴 수 있는 밥을 먹으라고 할 정도이니 일반인들이 듣기에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복싱대회에 거듭 출전하다보니 어느새 체중에 민감해진 이시영은 아무리 복싱을 사랑하고 정식 선수로서 진지하게 임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얼굴이 알려진 여배우로서 감독관 앞에서 체중 측정을 위해 자신의 벗은 모습을 보여주기란 참으로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처음에는 속옷, 반바지, 민소매티를 모두 입고 체중측정에 나설 수 밖에 없었는데 그만큼 다른 선수들보다 물도 못마시고 밥도 덜 먹은채로 체중계에 오를 수 밖에 없다보니 큰 손해가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옷을 입고 재면 옷의 무게만큼 체중을 더 줄여야 하므로 손해였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기에 많이 참여하면서 쑥스러운 것보다는 먹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계속된 체중조절로 더이상 참을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자 차라리 물을 마시고 옷을 벗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체중측정을 하는 계체일 당일 아침, 속옷을 입게 되면 물조차 마실 수도 없지만 창피함을 무릅쓰고 속옷을 벗고 재면 바나나를 하나 먹을 수가 있기에 결국 그녀는 후자를 선택하게 되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 그녀의 고민이 참으로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어느새 여배우가 아닌 복싱선수로서의 마인드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매 경기마다 체중 측정을 하는 감독관은 항상 동일한데 처음에는 창피해서 옷을 다 입었던 이시영이 시간이 갈수록 옷을 하나 둘 벗어가더니 결국 팬티만 입고 체중계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너도 결국은 다른 선수들처럼 똑같아지는구나라며 감독관도 그녀의 모습을 어느새 인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시영은 여배우에서 복서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시영은 2013년 최종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8kg급에서 우승하며 태극마크를 달게 되었다.

그런데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이시영은 국가대표가 되었다는 기쁨도 마음껏 누리지 못한채 편파판정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한편에서는 시종일관 계속하여 이시영을 밀어붙인 김다솜 선수가 우세했다는 것과 또 한편에서는 평가기준인 유효 타수에서 이시영이 우세했기 때문에 판정에는 문제가 없다라는 식으로 엇갈린 의견들이 나왔던 것인데, 복싱계의 유력인사들과 수많은 매스컴들이 그녀의 경기를 두고 서로 엇갈리는 의견들을 쏟아내며 급기야 복싱경기의 공정성 시비와 존폐마저 언급되면서 큰 논란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경기를 직접 뛴 선수로서 이시영의 생각은 무엇일까?

우선 복싱이란 종목이 그 어떤 스포츠보다 정직한 운동이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이 운동처럼 앞으로 살아간다면 무슨일이든 다 잘 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복싱을 계속하고 있다고 이시영은 밝혔다. 때문에 편파판정에 대한 논란은 그 누구보다 당사자에게는 참으로 가슴아프고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이시영은 판정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떠나서 그런 말들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잘못인 것 같다라는 말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단순히 그녀에게 유리한 판정으로 결정되어 경기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라는 말들이 나와 속상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런 논란이 애초에 흘러나오지 않도록 경기를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더욱 남았던 것인데 이것은 어찌보면 배우가 아닌 선수로서의 정직한 마인드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물론 국가대표 최종전에 올라온 선수를 가볍게 압도적으로 제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여배우라는 타이틀이 이점이 아닌 오히려 편견을 극복해내야하는 패널티였다라는 것을 좀 더 인지하고 불필요한 논란들이 불거지지 않도록 더 좋은 경기력으로 완벽한 승리를 얻어냈더라면 좋았을텐데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해서 이런 논란들이 더욱 커져버린 것만 같아 죄송스러웠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비인기 종목인 복싱의 인기를 여배운인 이시영을 통하여 얻어내볼려는 심산이 아닌지 복싱협회를 의심하기도 했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억측과 오해들은 땀흘리며 경기를 준비해 온 당사자에게는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치를 경기에서는 이기든 지든 간에 이런 논란들이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최선의 경기를 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더욱 인상깊게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복싱을 너무나 사랑하는 그녀가 여타의 인터뷰나 방송에서 복싱 언급을 자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궁금했는데,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만큼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자신의 경기를 취재하러오는 사람들 때문에 선수들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게다가 자신의 발언이 의도와는 달리 복싱에 대하여 잘못 전해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국가대표 선발이 되었다라는 것을 모두의 앞에서 자랑하고 기쁨을 나누고 싶었지만 그녀는 결코 그럴 수 없었고, 마치 죄인처럼 묵묵히 지낼 수 밖에 없었던 처지가 너무나도 안타깝기만 했다. 그리고 자신의 한마디로 인하여 함께 운동하는 선수들이나 감독들에게 혹여나 피해가 가지는 않을까하는 염려가 그녀의 마음속에 항상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다. 땀 흘린만큼 보답과 관심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일텐데 그녀에게는 조금도 그런 모든 것들이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시영은 나약하거나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선수들이나 감독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미안한 마음을 앞으로 갖지 않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훈련하여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을 하고 편파판정 논란이 생기지 않을만큼 훌륭한 경기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우여곡절끝에 지금은 국가대표라는 자리에 서게 되었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는 그녀의 다짐에서 여배우가 아닌 복싱 선수로서의 올곧은 마음가짐을 보게 되었고 그동안 그녀를 색안경쓰고 바라보았던 이들도 그녀의 진심만큼은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연기와 복싱 모두 이시영은 남들보다 한 발 늦게 도전을 하였다.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연기와 복싱 그 자체가 아닌 그녀를 바라보는 수많은 편견들이 버겁게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악바리같은 근성과 노력으로 자신이 마주한 현실을 피하거나 굴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고 마침내 이겨낸 그녀의 열정은 너무나도 뜨거웠다. 여배우 복서 이시영의 꿈을 향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다. 2014년 아시안게임이 개최될 예정인데 또다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하여 세계의 여러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그녀를 꼭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응원해본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MBC 무릎팍도사>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