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7. 9. 09:58



이번주 <안녕하세요>에는 최초로 외국인이 고민사연을 가지고 출연하였는데, 흑인에 대한 선입견이 너무나도 고민인 케냐유학생 스탠리 하위는 일전에 방청객으로 한번 출연한 적이 있는 낯익은 얼굴이었다. 잠깐의 인터뷰였지만 당시에도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던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자신의 고민을 가지고 이번에는 직접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인데 아쉽게도 우리들의 부끄러운 모습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언급한 것처럼 스탠리의 고민은 바로 흑인에 대한 선입견이었는데 굳이 그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어떤 내용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을 쉽게 해 볼 수 있을만큼 고질적인 우리들의 편견과 관련된 낯뜨거운 이야기들이었다.

그는 고려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케냐에서 온 유학생이었다.

하지만 얼큰한 찌개안주와 함께 소주를 무척이나 즐기고 좋아하는 스탠리는 한국을 사랑하는 만큼 한국어 또한 유창하게 구사하고 있었다. 신동엽도 놀랄만큼 그의 걸쭉하고 맛깔난 욕퍼레이드는 토종 한국인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살아있어 모두를 놀라고 당황스럽게 만들 정도였다.


스탠리가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바로 한국사람들의 따뜻한 정과 안전하다라는 인상때문이었다.

부정기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각국의 치안유지 상태와는 별개로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언급하는 부분들 중에 하나가 바로 치안이 잘 정비되어 안전하다라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인데 스탠리 또한 그런 부분들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우리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들, 밤늦게 포장마차나 편의점에서 가볍게 술 한잔을 한다거나 늦은밤에 쇼핑을 즐기고 편하게 친구들과 거리를 누비는 행동들은 어떤 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행동들일 것이다. 물론 일부 흉악범죄가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여타의 외국과 비교를 해본다면 우리나라에서 느끼는 외국인들의 안전하다라는 느낌은 생각보다 높은 수준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나라의 치안상태가 엄격하고 안정되어 있다라는 것에 기인하기 보다는, 한국사람들의 천성 자체가 난폭하고 위험한 기질이 없고 대체적으로 온화하고 다정다감하기 때문에 그들이 받아들이는 국가의 안전한 이미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스탠리가 한국을 사랑하는 것과는 반대로 그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지하철에서 그가 자리에 앉아 있으면 옆자리가 비어 있어도 도무지 사람들이 앉지 않는다고 한다. 흑인이기에 혹시 몸에서 심한 냄새가 날 것이라는 억측을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두 세자리가 비어 있어도 좀처럼 자신의 곁에 와서 앉지를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는 위축되고 미안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오해나 착각일 수도 심지어 자격지심과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기에 정확히 판단을 내리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 피부색이 검다보니 자연스럽게 낯선 사람들에게는 강한 인상을 풍기게 되고 상대방을 위축시켜 편하게 다가갈 수 없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흑인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선입견이나 고정관념들에서 비롯된 것일텐데 알게 모르게 미디어가 만들어낸 편향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린시절부터 흑인들은 거칠고 난폭하며 문제만 일으킨다라는 위주로 영상매체들을 통하여 접하다 보니,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편협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흑인들을 바라보게 만들 수 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그들을 멀리하게 되는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여지도 충분히 있는 것이다.


스탠리가 생각하는 흑인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오해는 바로 모두가 미국에서 온 것이라는 단순한 착각이었다.

가 밝힌 것처럼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흑인들은 모두 미국에서 왔을 것이란 착각과 이상한 기대감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의 출신을 미국이 아닌 케냐라고 밝히면 적잖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기 일쑤였고 그런 반응들은 고스란히 스탠리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이것은 비단 인종차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조국에 대한 모독으로까지 비춰질 수 있는 문제이기에 당사자는 더욱 상심이 클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시장에서 아줌마들이 불쑥 자신의 몸이 신기하다며 만지고 가는 것은 더욱 불쾌하고 기분 나쁜 일이었다.

마치 동물원에서 신기한 동물을 본 것도 아닌데 멋대로 자신의 몸을 만지고 가는 일을 당하게 되면 누구라도 불쾌할 수 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물론 오해에서 빚어진 일일 수 있다. 이영자가 언급한 것처럼 연예인들이나 몸이 좋은 청년들을 보면 아줌마들이 불쑥 터치를 하며 좋아하는 일이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 아줌마들이 반가운 마음에 하는 돌발적인 스킨십에 대한 문화적 차이일 수도 있기에, 무조건 인종차별과 같이 악의적이고 나쁜마음에서 기인한 건 아니라는 것도 스탠리가 알아주었으면 했다.


스탠리의 친구로 함께 출연한 가나 출신 샘은 웃음이 많고 유쾌한 청년이었다.

그 역시도 스탠리와 마찬가지로 지하철에서 생긴 일화를 소개하였는데, 빈자리가 있어서 무심결에 앉으려고 했더니 어떤 아줌마가 앉지 못하게 다리를 쭉펴고 올려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대뜸 우리나라는 왜 왔느냐며 화를 내면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쪽의 말만 듣고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 주변에서 늘상 볼 수 있는 장면이기에 샘에게 무슨 오해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 아줌마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서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였다. 단순히 어투에서 느껴지는 감정 뿐만 아니라 자리에 앉지 못하도록 자신의 두다리를 얹어 올렸다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적대적인 행위이기에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 아닐 수가 없는 일이다. 물론 이런 일들이 극소수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라는 말처럼 외국인들이 잠시동안 한국에 머무르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일련의 모습들은 그들이 다시 한국으로 발걸음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스탠리의 한국인 친구가 들려준 일화는 샘의 것보다 더욱 충격적이었다.

한국어를 말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할 것이란 생각에 그의 앞에서 대놓고 엉덩이가 크고 다리는 왜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긴거냐며 큰소리로 외모 비하를 하고 낄낄대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아저씨는 대놓고 깜둥이 운운하며 흑인비하를 서슴치 않았는데 자신의 딸도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다른 외국인이면 몰라도 흑인 남자친구는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발언을 하여 스탠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였다고 한다.

물론 스탠리와 샘이 겪어왔던 일련의 인종차별적인 모습들 중 일부는 문화적인 차이에서 빚어진 오해에서 비롯된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냉대하게 바라본 것이기에 흑인으로서 받게 되는 차별과 상처들은 쉽사리 아물지 않고 고스란히 남을 수 밖에 없어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스탠리가 마음 고생을 하면서도 한국에서 컴퓨터공학을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조국 케냐에 돌아가서 낙후된 IT산업을 일으키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케냐의 IT산업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먼훗날 한국과 케냐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커다란 포부가 그에게 확고히 있었다.

사람의 됨됨이는 보지 않고 피부색이나 나라의 이미지로만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달라는 스탠리의 당부와 한국을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랑한다고 당당히 밝힌 샘의 밝은 모습을 보니 참으로 부끄럽고 미안한 생각만 들 뿐이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이 한국인들에게 길을 물어보는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백인들이 길을 물어보면 되지도 않는 몸짓 발짓을 섞어가며 어떻게 해서든지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반대로 동남아인이나 흑인들이 다가오면 얼굴 표정부터 일그러지고 제 갈길 바삐 걸어가며 외면하는 우리들의 이중적인 모습들이 고스란히 방송을 통해 전해졌던 것이 생각나 더욱 씁쓸함이 더해갔다. 나는 아닐까? 나는 절대로 그들을 왜곡된 시선과 편협한 마음으로 대하지 않을 자신이 분명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한참동안 되뇌이고 또 되뇌어 볼 수 밖에 없었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안녕하세요>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