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6. 27. 10:06



SBS <짝>의 결방으로 대체 방송된 파일럿 프로그램 <월드챌린지-우리가 간다 (이하 우리가 간다)>, 비록 시청률면에서 지난주보다 큰 폭의 하락을 가져오며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였지만 결코 73분이란 시간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으며 군더더기없는 완벽한 기승전결로 마무리가 되면서 정규편성의 기대를 한껏 부풀려 주었다.  

최근 들어 국내를 벗어나 전 세계의 다양한 모습들을 전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속속 전파를 타고 있지만, <우리가 간다>는 여타의 프로그램과 견주어봐도 결코 뒤지지 않을만큼 건강한 재미와 함께 간접적인 문화체험까지 할 수 있다는 나름의 경쟁력과 유익한 점도 분명 있었다. 어설픈 억지 웃음이나 재미가 없어도 충분히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간다>는 첫 방송만에 충분히 증명해 보였다고 생각한다.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며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는 전세계의 수많은 이색대회들은, 그 자체가 관광상품이 되어 수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며 문화를 알리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지역 축제가 있기는 하지만 전세계의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이며, 그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이색대회가 없기에 <우리가 간다> 제작진은 먼저 세계의 이색대회를 몸소 체험하고 종국에는 우리나라에도 그에 못지 않은 이색대회를 발굴하고 만들어보자라는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그 중에서 하나의 대회에 멤버들이 참여하여 입상하라는 것이 첫 목표였다.

제작진의 야심찬 계획과 제안으로 시작된 <우리가 간다>의 멤버는 윤태영, 전현무, 박효준, 서지석, 백성현 이렇게 5명으로 꾸려졌다. 전현무를 제외하고는 예능에서 좀처럼 자주 보기 힘든 얼굴들이기에 입담이나 깨알같은 웃음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너무나도 부합되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이 처음으로 도전하게 된 종목은 영국 울쌕대회 (The Tetbury Woolsack Races 2013)였다.

1972년 처음 시작되어 올해로 31회를 맞이하게된 영국 글로스터주 테트버리 마을 축제의 대회로 양털포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던 모습에서 유래되었는데, 양털포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220m의 거리를 달리는 기록경기로 멤버들은 남자 개인전과 4인계주경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무려 30kg의 포대를 짊어지고 평지를 걷기에도 힘든 노릇인데 경사진 오르막과 가파른 내리막을 질주해야하는 만큼 강한 체력과 근력이 요구되는 경기이며 자칫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한 경기였다.


 

 


멤버들은 약 한달이란 기간동안 전담 트레이너와 함께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 피나는 훈련에 매진하였는데, 전현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본체력들이 갖춰진 상태여서 큰 무리없이 연습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드디어 영국으로 건너간 멤버들은 홈스테이를 하며 하룻밤을 신세졌는데 짧게나마 영국 일반가정의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올리브를 보고 대추라고 착각한 서지석이나 아스파라거스를 보고 아보카도나 아스파라긴산이라고 하는 멤버들 덕분에 생각지도 않았던 소소한 웃음도 자아낼 수 있었다.


울쌕대회를 위하여 이동하던 멤버들은 우연히 물수제비대회를 펼치고 있는 곳에 이르렀는데, 전세계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역 이색 대회가 존재하고 있기도 했지만 유독 영국에서는 이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소한 장난들을 대회로까지 유치하면서 참여를 유도해내고 나아가 전세계의 많은 관광객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모으는 모습에 내심 부럽기까지 했다. 


대회 전날 경기가 펼쳐질 장소에 사전답사를 나간 멤버들은 생각보다 가파른 코스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포대를 들지 않고 맨몸으로 달려도 숨이 막히고 다리가 풀릴만큼 전코스는 결코 평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달려야 하는 심리적인 부담감마저 더해질 것을 생각하니 모두가 아찔할 따름이었다.

대회 당일이 되자 마을은 이미 축제 분위기로 한층 무르익어 있었다.

게다가 싸이를 닮은 박효준의 즉석 강남스타일 공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온 멤버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어주었고, 그 사이에 한국에서 공수해 온 전통부채를 나눠주며 깨알같은 한국 알리기에도 멤버들은 힘을 보태어 눈길을 끌었다. 방송을 지켜보면서 소소한 대회나 축제를 통해서 지역 경제도 살리고 나아가 전 세계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라는 것이 시종일관 부러울 따름이었다. 모두가 즐기고 흥겨운 시간들을 보내면서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마저 활짝 열어두는 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이처럼 풍성하게 결실을 맺은 것일테고 이런 아이템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도가 또 한번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드디어 울쌕대회가 시작되었다.

코스길이 220m, 포대무게 30kg, 최대경사 30도인 코스.

개인전에는 백성현과 박효준이 출전을 하게 되었고, 단체전에서는 박효준 대신 늦은밤까지 훈련을 거듭한 덕분에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전현무가 출전을 하였다.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모두 하나같이 건장하고 탄탄한 체격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도 무거운 포대를 메고서 달리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중간중간 체력이 고갈되어 포대를 땅에 떨어뜨리고 엎어지는 모습들이 속출되자 멤버들은 하나같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하지만 이와는 상반되게 지켜보는 관중들은 모두가 즐거운 표정 일색이었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이 또한 축제의 하나였기에 그저 승패를 떠나 편하게 즐기고 어울릴 수 있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던 것이다. 


개인전 첫주자인 박효준은 가파른 오르막길에 고전하기 했지만 끝까지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가까스로 결승점에 도착하여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의 모습에서 역시나 만만치 않은 경기임을 확연히 알 수가 있었다. 끝까지 레이스를 완수한 낯선 이방인에게 관중들은 모두 박수갈채를 보내며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서 마지막 개인전에 참여한 백성현은 함께 달리는 선수가 부저가 울리기도 전에 먼저 뛰어나간 모습에 욱했던 나머지 반드시 이기겠다는 집념에 불타올라 종반까지 선두를 내달렸다. 하지만 역시나 마의 구간인 오르막길에서 서서히 한계에 다다랐고 결승점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다리가 풀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백성현은 당당히 개인경기 결과 5위에 랭크되며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였고, 그의 뺨과 어깨에 새겨진 태극기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체전에도 참가해야 했던 그는 개인전에서 체력을 모두 소진한 탓에 좀처럼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모두를 염려하게 하였다.


드디어 4인이 계주로 펼치는 단체전이 시작되었다.

첫 주자인 윤태영은 초반 스타트에서 삐끗하기는 했지만 이후 평정심을 되찾아 선두와 별차이없이 두번째 주자인 백성현에게 바통을 넘겨주었다. 하지만 역시나 개인전 출전으로 체력이 모두 소진된 백성현은 또다시 오르막길을 내달려야 했기에 점점 뒤쳐지고야 말았다. 처음 울쌕포대를 짊어지는 것도 역부족이었던 세번째 주자 전현무는 모두의 염려를 불식시키며 한번에 포대를 짊어지고 최선의 질주를 다하였다. 비록 앞에 달리고 있는 선수들과 점점 격차가 벌어지기는 했지만 그는 어느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레이스에 임하였다.


꼴찌로 바통을 이어받은 마지막 주자 서지석은 사전 인터뷰에서도 밝힌 것처럼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삽시간에 선두를 따라잡아버리며 모두를 놀라게 하였다. 마치 맨몸으로 달리는 것과 같았던 그의 질주는 거침없었고 마침내 역전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오르막길에 접어든 그는 초반 오버페이스 때문에 급속도로 체력이 악화되었다. 멤버들과 관중 모두 하나가 되어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었고 해설자마저 목청이 터져라 코리아를 외쳐댔지만 한번 떨어진 체력은 도무지 회복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서지석은 결승점을 눈 앞에 두고 바닥에 쓰러지고야 말았다. 페이스 배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상대방의 등을 보며 달리고 싶지 않았던 그였기에 초반에 무리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도무지 일어날 기색이 보이지 않던 서지석은 마지막 힘을 내어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승점에 도착하였다. 아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였지만 멤버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해주었고, 마치 한 편의 영화와 같은 감동적인 레이스를 펼쳐준 한국팀에게 관중 모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자신떄문에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는 자책감을 하기도 했지만 그는 결코 패배자가 아니었다.


처녀출전으로 먼 타지에 와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감동적인 레이스를 펼쳐보여준 한국팀에게 모든 사람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들 모두가 승리자였고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동생들의 선전이 너무도 고마웠고 자신이 좀 더 잘하지 못했다라는 자책감때문에 눈물을 흘린 윤태영의 마음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잘해주었고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며 팀도 잘 꾸려주었다. 단순히 연장자여서가 아니라 든든하게 동생들을 챙기며 팀을 이끌어온 그는 훌륭한 리더였다.


"오늘 한국에서 온 손님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대회에서 그들의 크나큰 열정에 모두가 박수를 보냅니다."

머나먼 대한민국에서 온 멤버들을 끝까지 챙겨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주의원은 감동적인 레이스를 펼쳐준 이방인들에게 다시한번 박수를 보내줄 것을 모두에게 권하였다.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는 것에 비길바는 아니지만 이런 것도 바로 국위선양이 아닐까? 정정당당하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레이스를 완수해낸 멤버들 모두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대회 참가명 <We Are Going>

국경을 넘어 인종을 넘어 모두가 하나 되어 외친 이름 "코리아"

체력의 한계를 느낄 수 있었던 40도의 경사를 이겨내고 얻어낸 34초라는 단축시간은 720시간의 훈련이 전혀 무색하지 않을 만큼 값진 결과였고 조금의 아쉬움도 남지 않았다. 

비록 저조한 시청률로 많은 관심을 모으지는 못하였지만 분명 <우리가 간다>는 여타의 프로그램들과는 차별화된 그들만의 경쟁력과 힘을 느낄 수가 있었으며, 수많은 토크쇼와 억지 웃음을 유발하는 예능프로그램에 지쳐있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축제 그리고 이색대회를 소개하며 그 안에서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월드챌린지-우리가 간다>의 정규방송 편성을 강력하게 추천하며,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지막 자막이 반드시 현실로 이뤄지기를 바래본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SBS 월드챌린지-우리가 간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