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6. 17. 10:29



<맨발의 친구들> 이효리와 함께 떠난 "서로 친해지기" 프로젝트 편이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기도 했지만 이효리와 함께 떠난 지리산 MT는 분명 강호동을 비롯한 멤버 전원에게 있어서 더욱 단합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효리는 실내 게임에서 뿐만 아니라 야외 촬영에서도 특유의 리더십과 진행 실력을 펼치면서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서먹한 멤버들이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가교역할마저 톡톡히 해내주었다.

진작에 떠났으면 좋았을 것을 고되고 힘들었던 두 차례의 해외촬영을 마치고 이제서야 친해지려고 애쓰는 그들의 모습이 안쓰럽고 짠하기까지 했지만, 누구나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해 나가는 것이기에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앞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차가운 물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멤버들의 각오와 열정만큼은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물론 안타깝게도 유세윤의 잠정 하차와 김범수의 예상치 못한 부상, 그리고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강호동과 투톱으로 멤버들을 리드해 나갔던 이효리의 부재로 또다시 위기에 봉착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고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도 있듯이 그들은 잘 이겨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 회분의 게스트로 머물러 있다 떠나보내기에는 이효리의 존재감은 너무나도 컸고 자리매김이 확실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이럴진대 제작진이나 맨친 멤버들은 또 얼마나 허전하고 아쉽기만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녀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언제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며 방송 후 잡음 또한 적지 않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보다 손윗사람에게 너무 버릇없이 굴고 건방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태반이기도 하지만, 프로그램의 재미와 웃음을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그녀의 톡톡튀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분명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라는 것이 지난 방송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만약 프로그램에 기여도 못한채 웃음과 재미는 커녕 단순히 멤버들의 기분만 상하게 하는 존재였다면 얘기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효리성복통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강호동의 모습은 안쓰러웠지만 재밌는 상황을 연출해냈고, 예쁘고 섹시한 후배 유이를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부터 현중과 시윤, 은혁능수능란하게 다루며 그들의 숨겨진 끼와 재능을 드러낼 수 있도록 조우하는 모습들은 역시나 예능검은띠인 그녀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해낼 수 없는 역할들 뿐이었다.


조금은 도가 지나친 것이 아닐까라는 염려가 들 정도로 시종일관 이효리는 강호동을 구박하며 싸늘하게 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그녀의 버릇없고 스스럼없는 행동들이 맨친의 수장인 강호동에게는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것들인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옆구리를 거침없이 발로 걷어차며 강호동을 면박주고 아픔을 건네주기도 했지만, 정작 살갑게 강호동의 잠자리를 염려하고 챙기며 그의 곁에 누워 애교를 부리며 마음을 풀어준 것도, 어설픈 상황극으로 민망하기 그지 없었지만 굶주림에 슬퍼하는 그를 뒤에서 따뜻하게 안아주며 손수 끼니를 챙겨준 것도 모두 이효리였다.


 

 

 


<맨발의 친구들>은 아직 멤버들의 케릭터가 뚜렷하게 드러나 있지 못하여 번외의 에피소드가 태반으로 부족하다.

시청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충족시켜주고 프로그램이 풍성해지기 위해서는 제작진이 마련한 다양한 미션과 게임도 필요하겠지만, 멤버들 스스로 고유의 케릭터를 창출해내고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세력다툼과 치열한 번외 경쟁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필요하다. 한 회에 머무르지 않고 시청자들이 다음편을 기대하고 또다시 본방사수를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들이다. 


지금은 국민 예능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런닝맨>도 초창기 시절에는 수많은 질타와 비난을 받았었다. <패밀리가 떴다> 시즌2가 시즌1의 큰 인기를 이어나가지 못한채 흐지부지 막을 내린 이후 무거운 발걸음을 시작하였던 <런닝맨>은 국민MC 유재석을 데뷔 이후 최대의 위기로 몰아가며 온갖 위기설이 난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런닝맨>은 어느새 국민예능으로 거듭나며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제작진이 매회마다 제시했던 게임들과 미션들은 도무지 신선하지 않았고,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그들의 모습도 좀처럼 공감을 받지 못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시청자들이 조금씩 프로그램에 몰입을 하고 찬사를 보내며 서서히 인기가 올라가기 시작하였는데 바로 멤버들의 고유한 케릭터가 자리잡은 시점부터였다. 


지금은 에이스로 활약을 하고 있는 송지효는 처음엔 민폐케릭터였다. 오죽하면 여전히 최약체로 분류되고 있는 지석진마저 초반에는 도대체 잘하는 것이 뭐냐며 구박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지효와 개리가 월요커플로 자리를 잡으면서 홍일점의 매력을 발산하였고, 스스로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고 여배우답지 않은 털털한 모습을 보이며 급기야 게임에서도 발군의 에이스로 등극하였다.

배신의 아이콘이자 아시아 프린스로 등극한 이광수도 처음에는 소심하고 상처받아 삐지기 일쑤인 모습으로 그다지 큰 매력이 없는 케릭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김종국과 대결을 해도 이제는 결코 뒤쳐지지 않으며, 오히려 잔머리와 배신의 노하우로 똘똘 뭉쳐 그를 곤경에 빠트리며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한껏 충족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그 외의 멤버들도 이제는 확고히 자신만의 고유한 케릭터를 찾아내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유재석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때로는 말도 안되는 유치한 프로젝트와 미션들마저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은 아이템의 신선함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런닝맨> 멤버들 각자의 힘이 한 곳에 집중되어 상승효과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효리의 등장은 제작진과 멤버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강호동 뿐만 아니라 멤버 전원들과 티격태격하며 그들의 숨겨진 끼와 재능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를 자연스럽게 검증해내는 과정들은 앞으로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하는지, 그리고 과연 그들이 고유한 케릭터를 완성해내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방송전 미리 기사를 통해 전해진 것처럼 지리산 MT를 떠난 맨친 멤버들은 잠자리에 들기전 허심탄회한 속마음을 꺼내놓으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이효리의 진행으로 멤버들이 서로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갈 수 있었던 "돌직구 업&다운" 코너에서는 최근 강호동을 둘러싸고 있는 위기설에 대해서 멤버들과 본인의 진심어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과연 이효리가 없었다면 이런 돌직구 코너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멤버들 전원의 속마음을 들어보고자 했지만 실상은 수장인 강호동의 속마음을 들어보고자 했던 것이 제작진의 숨은 의도였을 것이다. 그리고 동생들과 수많은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의 위기설에 대해 속마음을 꺼내기에는 참으로 부끄럽고 머쓱한 일일 수 밖에 없었지만, 어떤 말을 해도 다 들어주고 이해해줄것만 같은 동생 효리의 존재는 강호동의 마음을 활짝 열수 있게 해 주었다.


이제 이효리는 떠났다.

자신이 없더라도 강호동에게 직언을 하라며 멤버들에게 거침없는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후배 유이에게도 남자들 틈에서 살아남고 사랑받으며 큰오빠 강호동을 다루는 법을 전수해주는 장면들은 인상적이었다.

비록 짧은 여행이었지만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었던 그녀가 떠난 이후 잠시동안 강호동과 멤버들은 또다시 우왕좌왕하고 방황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녀 아니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구할 수 만은 없다. 이효리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지겠지만 그녀가 멤버들과 제작진에게 남겨두고 떠난 화두가 무엇인지 곰곰히 되짚어보고, 앞으로 그들이 헤치고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해주고 떠난 만큼 이제 남겨진 몫은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물론 시청자들의 따뜻한 관심과 기다림의 미덕도 함께 수반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SBS 맨발의 친구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