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5. 29. 09:17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애초부터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경기에서 운에 기대고 기적을 바라는 것은 부질없는 욕심일 것이다.

야심차게 대구 어웨이 경기를 떠난 <우리동네예체능 (이하, 예체능)>팀이 월성유나이티드와의 볼링대결에서 0:4라는 퍼펙트 패배를 당하며 결국 쓰라린 아픔을 맛보았다.

비록 짧은 연습기간이었지만 진심을 다해 임했던 경기인 만큼 패배후에 밀려오는 아쉬움과 떨쳐버릴 수 없는 미련때문에 멤버들은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애초 <예체능>이 승패를 떠나 생활스포츠를 국민들에게 보다 널리 알리고 건강한 생활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시작했던 것만큼 승패에 연연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한 것 하나만으로도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상당한 구력을 가진 대구 월성동 유나이티드와의 볼링대결, 전체프레임이 아닌 단 세프레임만 가지고 진행된 룰은 예상했던 것보다 큰 변수로 작용을 하였다. 혹여라도 한프레임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마지막에 역전을 당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출중한 실력을 가진 상대팀이라해도 가족과 지인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제 실력을 펼쳐보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역시나 평소와는 달리 월성동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은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였고 조금씩 흔들리는 그들의 모습은 <예체능>팀에게 잠시나마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예체능>팀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았다. 어웨이 경기로 낯선 환경속에서 빠른 시간안에 레인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에 더하여 비록 카메라에 익숙한 그들이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가까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막히는 볼링 경기를 펼치는 것은 더욱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수근은 다 잡은 승리를 허무하게 놓쳐버렸고, 가장 믿었던 맏형 이병진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좌절을, 루키 안형준은 부담감을 극복해내지 못하였고, 끝으로 마지막 희망이었던 조달환마저 초심자의 한계를 끝내 넘어서지 못하면서 퍼펙트 패배를 당하고야 말았다.

모두가 연습때의 실력 반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 너무나도 허무하고 아쉬운 패배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찌보면 오랜 시간동안 스포츠를 즐겨온 생활체육인들을 단시간의 연습만으로 이겨보겠다는 생각은 과한 욕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급한 것처럼 승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시민들과 어우러져 그들과 함께 숨쉬며 땀을 흘리고 화이팅하는 모습만으로도 프로그램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예체능>이라는 프로그램을 시발점으로 스포츠 동호회들이 조금씩 부활하고 활기를 얻으며 동기부여가 되는 모습들이 전해지기 시작하였고, 저마다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의지와 열정들이 쏟아지면서 <예체능>은 국민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을 어느정도 마련한 듯 보인다. 하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이른감이 있다. 분명 프로그램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좋은 취지와 생활스포츠를 널리 알린다는 것은 좋으나 프로그램 내적으로 아직 다듬고 보완해야 문제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예체능>이 국민예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가장 다듬고 보완해야하는 부분을 먼저 꼽아본다면 바로 편집에 있다.

이번 볼링 경기를 예로 들어보면, 레인을 타고 볼링공이 굴러가는 모습을 시작으로 멤버들 얼굴 한번 비추고 관중석 모습까지 비추는 모습을 슬로우로 편집하여 보여주었는데 이런 장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수도없이 반복되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사람만 바꼈을뿐이지 한 두번도 아닌 슬로우편집과 동일한 방식의 장면들이 보여진 탓에 상당히 지루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스포츠 경기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온전히 함께 느끼기 위해서는 스피드있는 편집이 필요하다. 게다가 <예체능>이 다큐나 스포츠중계가 아닌 예능프로그램이란 것을 알고는 있지만 경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중간중간 인터뷰까지 삽입되는 바람에 도무지 경기에 몰입을 할 수 없었던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결도 아닌 이상에야 인터뷰 장면의 삽입과 지나치게 슬로우 장면을 남발하며 여러각도에서 촬영한 장면들을 반복적으로 내보내는 것은 그저 분량늘리기로 보이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은 제작진이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볼링대결을 보여주기 위해 무려 한달이라는 시간을 소모하였는데, 기다린만큼 돌아오는 만족감이 떨어진 것은 비단 <예체능>팀의 허무한 패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극적인 긴장감을 높임과 동시에 속도감있는 편집으로 손에 땀을 쥐는 박진감을 살려내는 것을 병행해야만 스포츠 경기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해주었으면 한다.


출연진들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지난회에서 4연승을 거두게 되면 김연아 선수가 경기를 펼치는 소치동계올림픽에 응원 방문을 떠난다는 약속을 받아낸 그들은 이제 시민들과의 경기 대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한다는 동기부여가 충분히 갖춰진 상태가 되었다.

이루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가 그들에게 생긴만큼 이전보다 더욱 승리를 위해 연습에 매진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초심을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단순히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닌 <예체능>의 취지를 살려 남녀노소 누구가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를 예능과 결합하여 널리 알린다는 사명감을 잊지 않고 좀 더 건강한 습관과 행복한 인생을 제안하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어느순간에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매회 자신들에게 주어진 대결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차곡차곡 승리를 다져간다면 그들이 그토록 바라는 소치방문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끝으로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힘을 보태어 주어야만 한다.

언급한 것처럼 <예체능>은 결코 멤버들의 승패가 중요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한다. 멤버들이 생각보다 허무하고 무기력하게 패배를 했다고 해서 밑도 끝도 없는 비난과 야유를 보내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그들이 익숙하지 않은 한 스포츠 종목을 소화해내기 위해서 바쁜 시간을 쪼개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는지 그 노력만큼은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 멤버들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만족할만큼의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는데서 마주하게 되는 좌절과 극심한 스트레스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들의 승패에 연연하기보다는 시청자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유쾌하게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인 만큼 그 어떤 방송보다도 시청자들의 너그러운 이해와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고 긍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는 따끔한 지적은 필요하겠지만 출연진들이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만을 두고 터무니없는 비난은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


한 경기를 마치고 다음 경기를 위해 <예체능>팀은 또다시 땀을 흘리고 연습에 매진할 것이다.

그들이 흘린 땀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그들의 노력에 답할 것이다.

수십년간 전국을 돌며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장수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처럼 과연 <우리동네 예체능>이 전국의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오랜시간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생각이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우리동네 예체능>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