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5. 3. 09:50



<천명>에서 최랑 역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김유빈양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천생 배우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과연 그 어린 나이에 이토록 애절하고 가슴아픈 연기를 짧은 기간 노력과 연습만으로 감당하고 소화해 낼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역배우의 애절한 연기를 보며 이토록 가슴저리고 슬펐던 적이 또 있었을까? 아마도 타고난 배우의 기질이 없었다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일만큼 김유빈양에게는 어떤 칭찬을 쏟아붓는다 하더라도 부족해 보일 뿐이다.

<천명> 4회분에서는 이와 같이 김유빈양의 애절한 연기가 절정에 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극 초반부터 매회 진행될때마다 이전의 모습을 뛰어 넘어서는 김유빈양의 탁월한 연기는 가히 연기신동 연기천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만큼 시청자들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도 모두 사로잡아버렸다.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하였다.

일촉즉발 의금부 관원들에게 쫓기며 동굴에 몸을 피하던 아버지 최원은 더이상 딸과 함께 도망을 칠 수 없을만큼 큰 부상을 입었다. 차디찬 동굴속에 아픈 딸을 두고 떠나야만 하는 아비의 심정은 이루말할 수 없을 만큼 가슴 아팠지만 이대로 관원들에게 붙잡힌다면 아픈 딸을 치료할 기회조차 그에게는 주어지지 않았기에 홀로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랑이는 아버지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아플때마다 더 아프기만한 침을 놓으며 자신을 괴롭히기만 하는 아버지가 미웠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아픈 병을 낫게 하기 위함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위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호해주는 아버지가 있기에 비록 아프지만 꾹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버지가 자신만을 남겨두고 떠나려한다. 나쁜사람들이 아버지와 자신을 해하려하는데 세상 누구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슬프기만 했다. 그런데 자신을 바라보며 반드시 돌아오겠다며 홀로 떠나려하는 아버지를 랑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자신 곁에 남아 있어만 준다면 다시는 아픈 침을 놓아도 생떼를 부리지 않을 자신도 있었지만 아버지는 지금 자신을 떠나려한다.

죽어도 아버지와 기약없는 이별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나이지만 몸으로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다시 떨어지면 웬지 아버지의 모습을 두번 다시 볼 수 없을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최원은 주저없이 떠나야만 했다.

고사리같은 두 손으로 자신의 옷자락을 잡으며 애원하는 딸 아이를 두고 지금 당장 몸을 피해야만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랑이가 이토록 자신을 붙잡으며 울음을 터트리고 있지만 더는 지체할 시간이 그에게는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관원들이 쏜 화살에 맞은 자신을 보며 놀란 딸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저 커다란 침을 맞은 것 뿐이라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지어보일 수 밖에 없는 아비의 심정은 너무나도 가슴아팠다.

 

"내가 아버지 잡으면 아버지 죽어?"

최원은 고개를 젓고 싶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절대로 죽지 않아. 무슨일이 있어도 랑이 혼자두고 아버지는 절대로 죽지 않아라고 그는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대로 허무하게 잡혀버린다면 딸을 치료할수도 그런 기회를 얻을 수조차 없다는 것을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냉정해야만 했다. 가슴아프고 두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당장 떠나야만 했다.

랑이는 비로소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그 말이 헛된 약조가 아니란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저 어리광피우고 떼를 부릴만한 어린 아이였지만 아버지가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뒤를 돌아보다 혹여라도 잡히지는 않을까 미련조차 남겨두지 않도록 조용히 등져 돌아앉았다.

최원은 뛰고 또 뛰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 랑이를 위해서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딸의 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앞만 보고 내달렸다. 떠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랑이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지만 자신에게 돌아오겠노라 다짐하였던 아버지의 약조를 믿고 또 믿었다.


죽기보다 싫은 아버지와의 이별을 감내해야만 하는 김유빈양의 연기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애절한 슬픔을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하였다.

슬픔을 표현하는 눈물연기는 수위조절을 잘못하면 감정과잉으로 자칫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김유빈양의 초롱초롱한 두 눈이 빨갛게 부어오르며 흘러내리는 눈물은 몇 번을 다시봐도 질리기는 커녕 매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리고 진정 아버지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옷자락을 꼭 쥐고 있었던 손끝에서 조차도 애절한 슬픔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틋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다. 아역배우가 이리도 복잡한 심경을 온몸으로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김유빈양의 연기를 보기위해 <천명>을 시청한다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아이의 연기는 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열연을 하고 있는 김유빈양이 걱정도 된다.

관원들에게 쫓기는 이동욱의 품에 안겨 지붕을 넘나드는 장면이나 의금부 노비로 끌려가는 장면에서는 제작진이 나름 조심스럽게 촬영을 했겠지만 충분히 부상의 우려가 있는 아찔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여린 몸으로 감당해내기에는 조금 벅차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 것은 기우가 아닐 것이다. 유난히도 사극에서는 배우들이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의 하나라도 그러한 위험이 없도록 좀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김유빈양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동욱과 강별은 천군만마를 얻은 심정일 것이다.

사극연기가 처음인데다가 아역배우와 애절하고 슬픈 감정을 나눠야 하는 일이 쉽지 않을텐데 김유빈양이 이처럼 호연을 펼치고 있으니 아마도 없던 감정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바라보며 감정을 잡지 못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극에서 아역배우들이 짧게 출연하며 아쉬움을 남기는 것과 달리 김유빈양의 출연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물론 회가 거듭될수록 처음보다 어려움과 아픔이 많겠지만 아무쪼록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작품을 마무리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역배우 때문에 드라마를 지켜본다는 말이 성인배우들에게는 그다지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김유빈양의 연기는 칭찬을 해도해도 아깝지 않을만큼 시청자들에게는 큰 즐거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천명>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