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4. 24. 09:05



장규직(오지호 분)은 본디 마음이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조금은 촌스럽고 무뚝뚝하긴 했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남부러울 것 없이 곱게 자란 금빛나(전혜빈 분)는 그런 그가 너무나 좋았다. 가진 것 하나 없었지만  옆에 있으면 편안하게 기댈 수 있어 좋았고 언제 어느순간에서도 자신을 지켜줄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갖게 해줬기에 장규직을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순간 장규직은 그런 그녀를 외면한 채 조용히 떠나버렸고, 오랜시간이 지나 제이장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금빛나는 반가움을 숨길 수가 없었다. 떠난 그가 한때는 원망스럽고 미웠지만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이기에 지난 일들은 모두 용서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지나버린 탓일까? 따뜻하고 순수했던 장규직은 온데간데 없었고 그저 날카롭고 차가운 냉혈한으로 그는 변해있었다. 무엇이 그를 이처럼 다른사람으로 바꿔놓은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제이장이라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팀장의 자리에까지 오르기 위해 장규직은 피눈물나는 각고의 노력을 다하였다. 비겁한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결코 두렵지 않았다. 그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전쟁통같은 취업난 속에서 낙오되고 패배자로 남는 것 그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결국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은 장규직은 당당하게 대기업에 입사하였고 승승장구하여 지금의 자리에 서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신의 황금같았던 젊은 시절을 아낌없이 모두 받쳐서일까? 장규직은 회사를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였다.

그에게 제이장이라는 회사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장소가 아닌 목숨바쳐 충성을 다할 수 있는 조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바로 그런 회사를 향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장소일 뿐이며 노예 멍멍이 운운했던 미스김을 향해 핏발을 세우며 분노를 표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애사심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장규직이 회사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모두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다.


부하직원의 사내연애와 임신 사실을 딱 한달만 눈감아주면 한 가정이 행복해질 수 있었다.

이례적으로 정규직 계약직을 막론하고 직원들 모두 똘똘뭉쳐 한 목소리를 내며 부하직원의 비밀을 숨겨줄 것을 장규직에게 애원하며 부탁을 하고 나섰다.

하지만 장규직은 절대로 그럴 수 없었다.

자신만 눈감아주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회사를 속이고 상사를 속인 부하직원의 행동을 모른척 넘어간다는 것은 그에게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회사가 뭐가 아쉬워서 계약직 임산부에게 돈을 써가며 계약 유지를 하느냐며 막말을 쏟아내긴 했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회사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본다면 아쉽게도 그의 막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부하직원의 임신 사실을 회사에 보고할 것인지를 두고 벌인 장규직과 미스김의 숨막혔던 씨름대결.

오죽했으면 자신의 업무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일에 미스김이 발벗고 나섰을까?

만약 미스김이 나서지 않았다면 과연 장규직은 그 길로 나가 회사에 보고를 했을까? 아니 혹여라도 씨름대결에서 미스김을 이겼다해도 그는 무척이나 망설였을 것이다. 당장에는 회사의 권익을 위해 자신의 의지대로 밀어붙이려 했겠지만 그가 천성적으로 악한 인물이었다면 미스김과의 씨름대결조차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는 미스김과의 대결에서 스스로 패배의 길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흔쾌히 부하직원의 임신 사실을 숨겨주었더라면 멋진 상사로 기억될 터인데 구태여 전직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미스김에게 패배를 하고 개망신당하며 못된 상사로 스스로 낙인을 찍어버린 것이다.

그가 왜 힘들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는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장규직의 판단이 결코 미련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그저 회사라는 거대조직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분명 장규직과 같이 악역을 도맡아해내야 하는 인물이 불가피하게 필요했을 뿐이었다. 개개인의 사정을 일일이 다 봐주고 넘어간다면 회사는 그저 애들 놀이터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분명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공과 사를 구분지어줄 역할을 해내야만 회사가 정상적으로 경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내체육대회가 끝나고 임신 축하 뒷풀이에도 끼지 못한채 쓸쓸히 홀로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장규직이 그 어느때보다 슬프게만 보였다. 우연히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함께 자리에 앉은 미스김은 장규직이 왜 일부러 씨름에서 져주었는지 듣고 싶었다. 

하지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평소 미스김이 칼같이 처리해내는 업무와 마찬가지로 회사의 입장에서 회사의 권익을 보호해야하는 것이 바로 장규직에게 주어진 업무였기 때문이다.

장규직은 그저 오늘도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다한 것 뿐이었다. 누구에게 칭찬받고 싶다거나 인정받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따뜻한 상사로 남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오로지 회사를 위해 오늘도 수많은 업무중의 하나를 하려한 것 뿐이었다.

그렇다면 미스김은 장규직의 마음을 이해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의 행동이 결코 미련스럽거나 못나 보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업무를 최선을 다해 하고자 했던 마음 그것 뿐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장규직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일 것이다.

업무에 있어서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월등한 능력과 성과를 보여주는 것도 부족하여 상사의 비위마저 너무나 잘 맞춰주는 장규직은 그저 능력도 없이 아부만 떨줄 아는 인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비록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해내는데는 번번히 실패하고 있지만 그와 같은 인물이 회사에 단 한명도 없다면 과연 좋다고만 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분명 장규직처럼 살아주어야 하고 또 존재해야만 한다. 오늘도 내일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가 승승장구하며 건재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인물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직장의 신>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