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4. 19. 09:58



총 20부작 한국형 블록버스터 첩보액션드라마 <아이리스2>가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도 조금의 여운도 남지않는 허무하고 황당한 엔딩이었다. 과연 이러한 엔딩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해주기 위해서 그동안 밤낮없이 달려왔던 것인가 안타깝고 원망스럽게까지한 마무리였다.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두겠거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끝까지 드라마를 챙겨보았던 시청자들의 분노와 배신감은 극에 달했으며 역대 최악의 드라마에 꼽힐 것이라는 비난도 서슴치 않고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첫 회분이 나간 이후 줄곧 시청자들의 차가운 외면을 받기는 했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참고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단원의 막이 내려진 최종회에서는 <아이리스2>가 도대체 왜 시청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었는가를 자명하게 설명해 줄 뿐이었다.

출연한 모든 배우들과 스탭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촬영에 매진한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전작의 명성을 잇기는 커녕 누를 끼쳐버린 졸작으로 오랜시간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아이리스2>에 200억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되었다며 호들갑 떤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드라마의 처음과 끝 모두를 지켜보았지만 그 막대한 비용이 도대체 어디에 사용된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우스개소리로 제작비를 빼돌린 것이 아닌지 국정감사를 해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엄청난 제작비의 사용출처가 너무나도 궁금하다. 혹시 해외로케를 위해 움직이느라 항공료와 숙박비로 태반이 지불된 것은 아닐까?

최후의 결전을 앞둔 유중원의 무리들이 모인 곳이 다름아닌 플로팅아일랜드였다. 참으로 상징적인 장소가 아닌가?

하지만 각설하고, 무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여라도 그 넓은 장소를 대여하느라 또 많은 제작비가 사용된 것인가?

그 넓은 공간을 단지 10명에 불과한 인원으로 물샐틈 없이 감시하라는 유중원의 지시에 실소를 금할 수 밖에 없었다. 블록버스터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하는 결전의 장소에 모인 이들의 구성이 너무나도 조촐하고 초라했기 때문이다.

전작과 구태여 비교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 넓은 공간을 감시할 수 있을만큼의 엑스트라 배우들을 좀 더 채워넣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여기저기 제작비가 사용되느라 더 많은 인원을 채워넣을 만큼의 여력은 없었나보다.

그 정도의 인원이라면 NSS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유중원 무리들의 감시를 피해서 충분히 잠입하고도 남을만큼 그 곳은 넓고 또 넓었다. NSS가 시끌벅적하게 들어갈 필요도 없이 조용히 잠입하여 모두 저격해버려도 충분할 지경이었다. 굳이 넣지 않아도 될 핵폭탄이 터지는 CG에 돈을 들이지 말고 차라리 이런 부분들에 더 신경을 썼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그리고 쓸데없는 부분에 비용을 들이지 않았더라면 시종일관 무차별적으로 들이대는 PPL의 엄습 또한 시청자들은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뜬금없이 로봇청소기가 돌아다니는 모습에서는 한바탕 웃을 수 밖에 없었으며, 최후의 발악을 하듯 산발적으로 등장해대는 PPL들은 가히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아이리스2>가 흥행에 참패를 한 이유 중의 하나로 멜로의 부재를 빼놓을 수 없다.

그저 멜로가 약했던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한 말일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장혁과 이다해라는 배우가 그처럼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일까? 물론 이 부분은 각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하기 때문에 섣불리 지적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동안 시청자들의 수많은 의견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처럼 두 사람의 그림이 어울리지도 아름답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았다라는 사실이다.

스토리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주연 남녀배우의 그림이라도 그저 아무런 이유없이 보기 좋고 잘 어울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은 어찌보면 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이다. 반면에 장혁과 마찬가지로 기혼자인 이범수와 상대역 임수향은 어느순간 어느장소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더라도 묘하게 끌리고 몰입을 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나아가 임수향은 후반부에서 장혁과 함께하는 씬마저도 그와의 케미를 자연스럽게 유발해내며 아낌없는 매력을 뿜어내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장혁의 상대역인 이다해에게는 아쉽게도 그런 부분이 전무했고 작가의 역량 부족인지 아니면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을 수수방관해버리기 일쑤였다. 처음부터 드라마를 챙겨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두 사람이 결혼까지 생각했던 오래된 연인이란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일까?

최후의 장면, 정유건이 핵폭탄을 실은 채 헬기속에서 지수연과 지난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은 전혀 슬프지 않았다.

그녀와의 사랑했던 소중한 추억들을 떠올리는 장면은 아마도 최종회에서 가장 슬퍼야만 했던 주요장면이었을텐데, 두 사람의 멜로가 철저히 부재였던 탓에 조금의 슬픔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저 왜 정유건이 저리도 이기적인 모습으로 그녀와의 이별을 일방적으로 고하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만 할뿐이었다.

그가 구태여 핵폭탄을 끌어안고 자폭을 해야만 했던 것일까?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느낀다고 했다. 무모하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정유건의 행태는 바로 그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까? 물론 정유건은 핵폭탄이 터지기 바로 직전에 숨을 거둔 것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이건 작가의 판단착오이며 욕심이라 말하고 싶다. 

슬픔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정유건을 홀로 자폭하게 만들기보다는 그저 사랑하는 연인의 품에 안겨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게했다면 오히려 시청자들은 더 큰 슬픔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몫은 엉뚱하게도 이범수와 임수향에게 돌아가 버림으로써 장혁과 이다해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핵폭탄을 바다에 투하해 버렸으면 그만인 일인데, 작가의 욕심은 결국 화려한 CG처리로 핵폭탄을 공중에서 폭발시킴으로써 시청자의 분노도 함께 터트려 버렸고, 무인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애꿎은 섬 하나만을 박살내버리며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최종회에서 가장 이해되지 않는 장면, 바로 윤시혁의 총구가 왜 정유건이 아닌 유중원을 향했는가이다.

이것은 <아이리스2>가 총체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혹여라도 그가 유중원을 제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라도 그의 입을 통해서 설명해 주었더라면 이처럼 황망하지는 않았을텐데 어디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회 분에서 윤시혁은 정유건에게 죽을만큼 얻어터지며 기절을 하였다.

그렇다면 기절에서 깨어난 그의 복수의 대상은 바로 정유건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윤시혁은 아이리스의 신분을 숨기고 NSS에 오게된 첫날부터 정유건 팀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그가 언젠가는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대상이란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예상했던 것처럼 그에게 죽을만큼 맞고 기절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윤시혁은 애꿎은 유중원에게 화풀이 할 것이 아니라 정유건에게 총구를 겨누어야만 했는데 도대체 왜 그랬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자리에서 유중원의 목숨을 앗아갈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연화의 눈물어린 설득에 힘입어 어머니를 외치며 기폭장치를 거두려는 유중원에게 그 누가 총을 들이댈 수 있을까?

극적인 전개상 누군가는 유중원을 죽여 핵폭탄의 기폭장치가 구동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 인물이 윤시혁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종국에는 정유건이 자폭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억지로 이어나가게 해야만 했으니 지켜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낯선 풍경이며 그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첨예한 대립상황에서 윤시혁이 다가오는 것을 정말로 아무도 몰랐다는 것은 끝까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단언코 <아이리스2>의 후속작은 없어야 할 것이다.

대미를 장식했던 김소연의 등장을 너무나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려 화가 치밀어 올랐던 것은 비단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런 장면을 위해 오랜시간 그녀의 등장을 목빠지게 기다렸던 시청자들은 너무나 큰 허탈함과 황당함으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또다른 블록버스터 첩보드라마가 언젠가는 만들어지겠지만 잊지말고 <아이리스2>를 거울로 삼아 이와 같은 처참한 결과가 반복되지 않기를 끝으로 바랄 뿐이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아이리스2>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