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4. 22. 10:29



강호동이 6년만에 <맨발의 친구들>로 SBS 일요예능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야심차게 포부를 드러낸 <맨발의 친구들>이 과연 어떤 방송일까 자못 기대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그 첫방송이 드디어 막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아직은 부족함과 아쉬움이 컸던 첫방이었다.

참 행복을 찾아서 문화교류를 이끌어낸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드러내기에는 한 회분의 방송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감동과 재미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는다는 것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다시한번 재확인시켜주는데에 그쳤다는 것으로 <맨발의 친구들>의 첫방송을 냉정하게 요약해 볼 수 있었다.

야심찬 취지와 더불어 강호동을 필두로 한 화려한 출연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맨발의 친구들>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을까? 


우선은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달리 구성에 있어서 너무 진부하고 식상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앞으로 방송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맨발의 친구들>은 20년 가까이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2012년 종영된 KBS2 <체험 삶의 현장>의 해외편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그쳤다.

비록 현지인들처럼 살아가면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진정한 참행복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겠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프로그램의 큰 축이었던 하루동안 일을 해서 돈을 번다는 포맷은 <체험 삶의 현장>과 크게 다를 바 없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는 그저 식상하고 진부해 보일 뿐이었다.

게다가 돈의 액수가 중요하지는 않겠지만 그나마 얼마되지 않은 돈을 기부에 사용하거나 현지인들에게 되돌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급자족에 사용하기 위해서 비싼 제작비를 들여가며 구태여 외국에 나가서까지 생고생을 해야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다. 


식상하면서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포맷은 사소한 곳에도 있었다.

게릴라 콘서트를 하는 것도 아닌데 제작진이 시종일관 이동할 때마다 출연진들의 두 눈을 굳이 가려버린 것이다.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일까?

낯선 곳에서 단순히 출연진들의 불안 심리를 더욱 극도로 높이기 위한 장치로 보이는데, 그것이 도대체 프로그램의 진행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혹시 두 눈을 가리고 이동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기 위한 도구인걸까?

제작진이 출연진들의 두 눈을 가리면서 이동하는 이유에 담긴 숨은 의도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사족에 불과해보였다. 눈을 가리고 움직이는 모습을 시종일관 보여주는 탓에 흐름만 뚝뚝 끊길 뿐이며 조금의 궁금증도 유발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보는 내내 답답하기만 했을뿐 숨겨진 의도따위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야심찬 취지와는 달리 <맨발의 친구들>이 혹여라도 글로벌 민폐 프로젝트로 전락하지는 않을까에 대한 우려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윤종신을 비롯한 4명은 자급자족을 위하여 베트남 여행의 상징인 씨클로 기사로 첫발을 내딛었다.

한낮에 40도가 넘나드는 고온의 날씨에서 홀몸으로 움직이는 것도 버거운 일일텐데, 사람을 태우고 한시간 남짓되는 거리를 씨클로로 돈을 벌라는 것은 상당히 무리해보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은혁과 윤시윤은 어렵게 호주여행객들을 태우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낯선 초행길인 탓에 결국 은혁은 길을 잃어버렸고 예상시간보다 더욱 지체되어 도착지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사전에 조율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흔쾌히 탑승을 허락했던 호주여행객으로서는 무더운 날씨에 참으로 힘겹고 고달픈 시간이었을 것이다. 해외여행객들에게 돈만큼 중요한 것은 시간일텐데 호의로 베푼 것이 이처럼 고생으로 돌아올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나마 은혁의 빠른 판단으로 자신이 태운 승객의 비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무마되기는 했지만, 지켜보는 내내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첫 회분에서 강호동을 비롯한 또다른 팀이 게를 잡는 모습이나 그것을 판매하는 과정들이 아직 보여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시장에 등장함으로써 또 얼마나 많은 인파가 붐빌 것이며 불편함을 초래할지, 혹여나 다른 상인들에게까지 피해가 가지는 않을지 염려가 되는 것은 결코 지나친 오지랖만은 아닐 것이다.


 

 


다소 가혹한 시청소감을 늘어놓기는 했지만 <맨발의 친구들>이 그저 실망감만 안겨준 것은 아니었다.

진부하고 식상한 구성이 눈엣가시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한편으로 이색적인 것은 6년만의 SBS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한 강호동의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라는 점이었다.

강호동이라는 인물을 기점으로 진행되는 방식이 아닌 출연진 각자의 역량과 능력에 따라 방송분량이 나눠지는 덕분에 상대적으로 그에게 모든 포커스가 집중되지 않았던 점은 의외의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첫방송에서 성실함과 끈기있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준 예능신성 윤시윤의 발견은 무엇보다 큰 수확이었고 인상적이었다.  

예상외로 유세윤과 윤종신이 씨클로 호객행위에서 참패를 겪은 것과는 달리 윤시윤은 부족한 영어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태우는데 성공하였고, 호주여행객이 잘못 지불한 비용을 끝까지 쫓아가서 받아내는 열의를 보이면서 앞으로 그에게 많은 기대를 걸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원초적인 부분, 바로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취지와 함께 감동과 재미를 어떻게 모두 잡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도 <맨발의 친구들>을 좀 더 지켜봐야하는 이유중의 하나일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하지만 첫방송에서 안겨주었던 실망감과 아쉬움을 앞으로 어떻게 극복하고 풀어나가게 될지 아직은 궁금하다. 

물론 <맨발의 친구들>이 거창한 취지에 짓눌려 다큐에 머무르지 않고 감동과 재미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는 일은 결코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혹여나 잡을 수 있다하더라도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며, 물론 그 몫은 다름아닌 시청자에게 있다. 첫방송에서 갖게 된 아쉬움과 실망감을 잠시 내려놓고 낯선 환경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출연진들의 노력과 흘리는 땀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이해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 방송부터 입이 마를 정도의 찬사와 칭찬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첫걸음이 아쉽다해서 모든 것을 속단해 버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이 부분에 있어서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끝까지 조심하고 경계해야할 부분은 남아있다.

바로 한류의 인기에 편승하여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면 절대 안된다는 점이다.

출연진들의 구성을 살펴보면 아시아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스타들이 몇몇 있다.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구성상 분명 출연진이나 제작진들에게는 힘들고 고달픈 시간이 수도없이 찾아올 것이다. 바로 그 순간에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한류의 인기에 편승하고자 한다면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돌이킬 수 없이 크게 훼손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제작진이 첫회부터 연예인이자 한류스타라는 이점을 최대한 배제하고자 부단히도 노력하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제 첫걸음을 내딛었을 뿐이지만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않고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진정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절대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글로벌 민폐 프로젝트로 오명을 남길 것인지 아니면 모두의 우려를 잠재운 채 예능버라이어티의 또다른 장르 개척의 시발점이 될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맨발의 친구들>이란 프로그램 제목속에서 알 수 있듯이 출연진들은 아무런 계획도 없이 맨발로 생소하고 낯선 환경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그들의 문화속에 동화되고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문화교류를 이끌어 내야하는 막대한 소명을 안고 있다. 단순히 스튜디오 안에서 주어진 대본에 따라 웃고 즐기는 조금은 편한 방송이 아니기에 이들에게는 좀 더 많은 시간과 너그러운 이해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며, 단순히 첫 방송만으로 성패를 판단하지 말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안겨줄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SBS 맨발의 친구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