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4. 16. 08:53



<직장의 신>이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과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한가지 꼽아본다면 바로 아무 생각없이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등장하는 배우들 모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맡은 바 역할을 다해내고 있어, 골치아픈 연기력 논란을 시시콜콜 언급할 필요도 없어 편안한 마음으로 드라마를 지켜볼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가끔씩 지나친 과장과 함께 조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전개로 당황스러울때도 없지 않아 있지만,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때로는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야 할때도 분명 있음을 간과하기 어렵다.


<직장의 신>은 기본적으로 현실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는 있지만 더불어 판타지에 기초를 두고도 있기에 다소 과장된 장면들이 매회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직장의 신>을 애청하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이러한 과장된 장면들을 그다지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또 이해해 준다는 점이다. 다소 부풀려진 감이 없지는 않지만 직장 생활속에서 흔히 한번쯤은 겪을 수 있는 일들을 기반으로 묘사하고 있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도대체 이 장면은 이해할 수가 없어라고 따지고 넘어가기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직장의 신>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지금이라도 다른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 본인의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직장의 신> 5회분에서는 미스김(김혜수 분)이 또 한번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장면이 그려졌는데, 이전 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과장된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특히나 회사를 위함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퇴근시간을 반드시 지켜내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러시아 바이어를 윽박지르며 계약을 성사시켜낸 미스김의 행동은 현실 상황 속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돌발적인 행동이기에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그녀가 나설 수 있는 상황이나 권한은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계약은 원하는대로 성사가 됐지만 상대방에게 저질러 버린 무례함과 바닥으로 곤두박질 쳐버린 회사의 이미지는 어떻게 만회를 할 것인가? 열일 제쳐두고 원하는 계약만 성사되면 그 모든 것들은 모두 용서가 되는 것일까?


물론 이 모든 것은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상황이며 다소 과장된 모습으로 묘사된 것일 뿐이다.

하지만 미스김의 행동이 무조건적으로 비현실적이며 과장된 모습이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충분히 논리적으로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마음을 움직이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이 시종일관 무리한 요구만 늘어놓고 있는 바이어에게 꺼내놓을 수 있는 히든카드는 무엇일까?

드라마 속에서는 전후관계가 다소 바뀌긴 했지만 과감하고 단호하게 상대방과의 기싸움에서 절대로 밀리지 않는 신념과 의지가 협상테이블에 앉아있는 실무자가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최종무기일 것이다. 상대방의 기에 짓눌려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는 종국에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세포 하나하나까지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첨예한 대립상황속에서 결국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자는 정신력이 강한 쪽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다소 과장된 모습으로 그려지기는 했지만 미스김의 행동 기저에 깔려있는 자신감과 상대방을 제압하고 리드하는 능력은 실무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겉으로는 단지 목숨에 견줄만큼 소중한 자신의 퇴근시간을 고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무리하고 무례한 행동으로 그려지기는 했지만 미스김의 과감하고 돌발적인 행동에 대하여 비난만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구태여 미스김이 상대 바이어에게 속사포처럼 뱉어낸 러시아어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이 아닐까? 구구절절 어떤 말이 오고갔는지는 그 상황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절대로 상대방의 기에 주눅들거나 끌려다니지 않는 자신감과 소신있는 모습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안면몰수하고 회사를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희생하여 돌파구를 마련할 수 밖에 없는 직장인의 애환을 더불어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매회 반복되는 과장된 모습들이 자칫 시청자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지치게 할 수 있는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특히나 설사병이 걸린 버스기사를 대신하여 미스김이 직접 운전을 하는 설정이라든지, 인보이스가 담겨있는 사물함의 열쇠를 빠른 시간안에 공수하기 위해 모든 직원이 팔을 걷어 부치고 최단경로를 알려주는 모습들은 제작진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지만 다소 무리한 설정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다소 과장되기는 했지만 일련의 상황들이 무조건 비현실적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것도 직장인들의 비애이자 현실이 아닐까? 회사의 사활이 걸려있는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모든 직원이 똘똘 뭉쳐 돌파구를 찾아내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어처구니 없지만 웬일인지 측은하게 느껴지며 남의 일 같지만은 않았다. 

제 시간안에 도착하지 않으면 당장 회사에서 짤릴 위기에 처해있는 정주리(정유미 분)가 신발끈을 질끈 동여매고 금빛나(전혜빈 분)와 두 손을 묶은 채 미친듯이 뛰고 또 뛰어가는 모습에서 비장함마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절대로 과장된 모습이 아니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직장의 신>을 보고 있노라면 웃다가 울기도 하고 유쾌하다가도 한순간 씁쓸한 마음을 갖게 하여 참으로 복잡미묘한 심정이다. 물론 너무나도 연기를 잘해내고 있는 모든 배우들과 현실상황을 적절하게 그려내고 있는 제작진의 피땀어린 노력이 더해졌기 때문이겠지만, 그저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당장이라도 내일 아침 나에게 얼마든지 직면할 수 있는 일들이 눈앞에 그려지고 있기에 더욱 박수치며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문득 생각을 해본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직장의 신>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