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4. 12. 09:20



종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아이리스2>가 또다시 시청률 한자릿수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으며 <남자가 사랑할때>에게 수목극 선두자리를 순순히 내주었다. 물론 <아이리스2>에게 시청률이라는 단순한 수치는 크게 의미 없어진지 오래일 것이다. 혹여나 경쟁작이었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7급공무원>이 종영된 이후 일부 시청자들이 찾아와 주지는 않을까 어리석은 기대를 해보기도 했지만, 새롭게 선보이는 수목극들 역시 만만치 않은 출연진들이 포진해 있기에 시청자들은 이미 흥미와 재미를 모두 잃어버린 <아이리스2>에게 마음을 선뜻 내주지는 않았다. 


이제 단 2회분만을 남겨놓은 <아이리스2>는 그 끝을 알 수 있는 뚜렷한 시점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미스터블랙의 정체가 조금은 허탈했지만 밝혀져 버렸고, 아이리스를 궤멸하기 위해 온 몸을 다바쳐 그들을 뒤쫓고 있는 정유건(장혁 분)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내려는 백산(김영철 분)의 희생은 불가피할 것이며, 그와 대적하고 있는 유중원(이범수 분)과 김연화(임수향 분) 역시도 죽음의 그림자를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과거 머리에 맞은 총상의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이 재발하는 것이 정유건에게는 가장 큰 변수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아직 긴장을 늦추기는 어렵지만, 주요 인물들의 마지막 결말은 이미 예견된 수순을 차근차근 밟으며 진행되고 있어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더이상 새로운 흥미를 찾아보기는 힘들게 되었다.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딱 꼬집어 어디서부터 무엇무엇이 잘못되었다고 나열하기 버거울만큼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된 <아이리스2>, 제작진은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이 작품이 무슨 이유로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곰곰히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의미있는 큰 수확은 있었다. 바로 김연화라는 인물을 끝까지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는 임수향이다. 드라마의 성패를 떠나 팔색조와도 같이 다양한 감정을 무리없이 소화해 낸 그녀의 연기만큼은 칭찬받아 마땅할 것이다.

아마도 그녀가 일찍 죽음을 맞이하여 사라졌다면 그나마 남아있던 시청자들마저 미련없이 채널을 돌려버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인데, 다방면으로 질책과 비난을 받는 드라마 속에서 시종일관 그녀만큼은 시청자들에게 아낌없는 칭찬과 응원을 받고 있어 이례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에 부응을 하듯 늦은밤 유건과 나누었던 연화의 술자리 장면은 그 어느때보다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는다. 두 사람이 늦은밤 실내포차에 들러서 소주를 마시는 장면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문득 술 한잔 생각나게 할 만큼 달달했고 편안해 보였다. 비록 연인사이는 아니었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고이 품은 채 마주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아련하고 애틋한 슬픔을 표현해내기에 충분하였다.


 

 


소중한 사람들이 자신의 곁에 있으면 불행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유건이 사랑하는 연인 수연을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못한채 그리워하는 모습이나, 만나면 티격태격하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유중원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연화의 마음은 너무나도 애틋하고 슬픔이 가득하였다. 누구의 잘못을 따질수도 없을만큼 되돌아가기에는 너무나도 멀리 와버린 탓에 앞으로 나아갈 길조차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술잔을 나누는 두 사람 모습은 시청자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였다.

싸늘하게 식어있는 두 눈을 잠시 잊고 유건에게 술을 권하는 연화의 모습은 발랄하고 귀여웠지만 내면의 슬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게다가 제발 유중원의 목숨만큼은 살려달라며 술기운을 빌려 애원하는 그녀의 모습에선 얼음장처럼 차가운 유건의 마음조차 흔들리게 할만큼 강한 순애보를 느낄 수도 있었다.


아쉽게도 <아이리스2>는 드라마 자체의 인기와 작품성 모두에 있어서 흥행에 실패하였다.

드라마를 통해서 세간의 화제가 될 만큼 이슈 하나쯤은 부각이 되어야 할텐데 당장 떠오르는 긍정적인 효과는 전무하다. 그저 과도한 PPL과 일부 배우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어색한 연기 그리고 구태의연하고 식상한 스토리 전개에 대한 시청자들의 질책과 비난만이 떠오를 뿐이다. 차라리 배우들의 열연이라도 없었다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을텐데 그들의 노고가 모두 물거품이 되버린 것만 같아서 씁쓸한 마음뿐이다.


그래서일까?

그나마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임수향이라는 배우를 <아이리스2>를 통하여 알게된 것만으로도 고맙고 위안이 된다. 물론 드라마의 인기가 지금보다 더욱 높았더라면 그녀의 이름 석자를 더 많이 알릴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연화로 등장하는 임수향은 시청자로 하여금 드라마에 집중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다. 대수롭지 않은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그녀가 등장할때마다 흐트러졌던 마음을 다잡을 수도 있었고, 슬픔이 가득 담겨있는 시선 뿐만 아니라 작은 몸짓 하나하나마저도 빠져드게 만드는 묘한 느낌들은 아마도 연기자로서 타고나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녀가 앞으로 더 성장하고 더 좋은 역할을 거뜬히 해낼 수 있을거란 기대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당연히 아직 작품이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그녀가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찾아와 줄까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비록 드라마는 흥행에 실패하였지만 배우로서 그녀는 자신의 몫을 충분히 다해냈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아이리스2>에서 임수향만큼 시시각각 다양한 감정을 표출해내고 있는 인물은 없다. 웃다가 울다가 슬퍼하다가도 기뻐하고 분노하는 그녀는 고된 액션장면 이상으로 철저하게 감정을 혹사당하고 있다. 그나마 드라마의 인기가 지금보다 좋았더라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고 힘을 낼 수 있었을텐데 고전을 면치 못한채 종영을 앞두고 있는 현 상황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질 뿐이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아이리스2>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