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4. 4. 10:04



2013년 제4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및 TV부문 각 후보들이 발표되었다.

후보작품들을 살펴보면 아주 오래전에 본 듯한 작품들이 올라와 있어 다소 생경한 느낌이 들기도 하겠지만, 제49회 백상예술대상은 2012년 4월1일부터 2013년 3월31일까지 국내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및 동 기간에 공중파와 케이블에서 방송된 TV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며, 올해도 어김없이 영화부문보다는 TV부문의 경쟁이 치열하여 수상의 영광이 누구에게로 돌아갈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이 된다.


그런데 TV부문 후보작들을 살펴보던 중 유독 눈에 띄지 않는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아이리스2>였다.

전작의 명성을 잇지 못한채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드라마이고,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간신히 두자릿수 시청률로 연명을 하고는 있지만 배우들의 열연만큼은 타 작품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대중들의 판단은 그러하지 못한 것 같다.

주연 배우들은 자취를 감춘채 <아이리스2>에서 유일하게 윤두준만이 남자인기상 후보에 올라와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대중들의 외면을 극명하게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KBS연기대상 및 2010년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던 이병헌을 떠올려본다면 <아이리스2>의 주연들이 모두 후보조차도 오르지 못한 것은 비참함을 넘어 치욕스럽기까지 하다. 이것은 바로 <아이리스2>가 현재 얼마만큼 시청자들의 외면을 철저하게 당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일 것이다.

물론 하나의 시상식일 뿐인 백상예술대상 후보를 통하여 <아이리스2> 작품 전체를 평가하는데는 다소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간대 방송되었던 타 드라마의 배우들이 여러 부문에 걸쳐 고르게 후보에 오른 것과 비교해본다면 이것은 분명 초라하고 비참함을 넘어 충격적인 결과임에는 분명하다. 


 

 


최소한 다른 배우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장혁과 임수향 두 사람은 후보에 올라와도 이상할 것이 없을것만 같은데 그들의 이름 석자 조차도 보이지 않는 것은, 아마도 작품 자체에 대한 대중들의 실망감이 배우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이다.

게다가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더했던 것은 이번 15회분이 전과는 판이하게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전보다 더욱 사실적이고 격렬하며 박진감 넘치는 배우들의 화려한 액션신과, 마치 전혀 다른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진행이 더해져 지켜보는 내내 의아함마저 들었다.

 

실전상황을 방불케하는 임수향과 윤소이의 격렬한 단검 격투장면은 손에 땀을 쥘 정도로 아슬아슬하고 박진감이 넘쳤으며, 어머니를 죽인 당사자 이범수와 극적으로 맞딱드린 장혁의 혼신을 다한 연기는 몰입도를 극에 달하게 해 주었다.

게다가 소소한 부분이긴 하지만 언제나 귀에 거슬렸던 무분별한 OST 남발이 전과는 달리 줄어들었고, 장혁과 임수향이 밀실에서 독대하는 장면에서는 두사람의 섬세한 감정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게 할만큼 충분한 시간할애를 통하여 그들의 아픔을 시청자들이 고스란히 나눌 수 있는 여지를 선사해주었다. 

이처럼 이전회 분과 비교해서라는 전제는 분명 두어야 하겠지만, 혹시 작가가 교체되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혀 다른 느낌이었던 것만은 분명했다. 물론 쌍수를 들고 대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진작에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만큼은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드라마는 중반을 넘어 종반을 향해 다가가고 있고 아직 백산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점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들은 이미 어떻게 그려지게 될지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 부분들이기 때문에 큰 관심과 궁금증을 자아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미 등을 돌린 시청자들을 다시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앉히기 위해 더 보태야 할 것도 보탤 수 있는 것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시점에 와 있다.

그저 더는 최악의 상황이 되지 않고 오명을 남기지 않도록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하는데, 제작진과 배우들이 좀 더 힘을 내 대단원의 막을 내릴 수 있도록 그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백상예술대상 후보에서 철저하게 외면을 당했다는 사실에 직면한 지금 그들 모두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맥이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버렸다.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만 더 힘을 내고 쪽잠을 청하더라도 행복할 터인데 이렇듯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눈밖에 나버린 상황을 마주하게 되니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대한민국에서 첩보액션물로 거듭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애초부터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제작진과 작가의 역량을 시청자의 입장에서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한다면 분명 이것은 문제이며 잘잘못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혹여라도 전작의 인기에 편승하여 못해도 중간은 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다면 그건 돌이킬 수 없는 큰 과오일 것이다. 몇백억을 들이고 해외올로케로 촬영을 했다는 식으로 시청자들의 기대치만 밑도 끝도 없이 올려놓은채 그 기대를 완전히 져버린 부분은 제작진이 다시한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배우들 못지않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 회분을 온전히 완성시켜 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제작진에게 이 모든 상황의 책임을 떠안아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긴 하다. 

그저 누구를 원망하고는 싶지만 딱히 그럴만한 대상조차 쉽사리 떠오르지 않아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그저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만 든다. 차라리 배우들의 피땀어린 열연이 없었더라면 이처럼 참혹한 마음은 들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아이리스2>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