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3. 29. 09:15



비록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는 <아이리스2>이지만 출연 배우들의 연기투혼 만큼은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제작진의 엉성하고 식상한 스토리 전개때문에 배우들의 몸을 불사르는 연기가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회자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얼마전 촬영중 실명위기에 처했다는 윤소이를 비롯하여 <다큐3일>을 통하여 온몸이 멍으로 뒤덮힐만큼 상처투성이였지만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촬영에 임하고 있었던 임수향, 그리고 극 초반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액션장면을 소화해 내고 있는 모든 배우들의 열연은 드라마의 인기와는 상관없이 시청자들에게 박수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물론 제작진 역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 회분을 온전히 완성시켜 내기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엉성하고 식상한 구성과 전문가의 고증을 과연 받았는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는 몇몇 장면들, 그리고 잊을만 하면 어김없이 등장하여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과도한 PPL까지 배우들의 연기투혼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들이 수없이 많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아이리스2> 14회분에서는 그동안 시청자들의 관심과 큰사랑을 받고 있었던 레이(데이비드 맥기니스 분)가 유건과의 대결에서 장렬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마치 노홍철이 빙의한 듯 너무나도 흡사한 외모 덕분에 드라마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데이비드 맥기니스의 퇴장은 예견된 수순이긴 했지만 그의 출중한 연기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시청자의 입장에서 아쉬움이 컸다. 여느 베테랑 배우 못지않은 자연스럽고 완벽한 연기력을 선보인 그는 씬스틸러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록 악역이긴 했지만 매력적인 케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아이리스2>라는 그릇이 미처 담아내지 못할 정도로 넘쳐났던 그의 매력과 연기는 벌써부터 차기작이 기대될 정도로 오랜시간 뇌리에 남을 것만 같다.


 


수연(이다해 분)의 오빠를 사살하고 도주에 나선 레이는 유건의 끈질긴 추격 때문에 그와의 정면대결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과거 기억상실에 걸린 유건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레이는 그와 절대로 적으로 만나고 싶지 않다는 소회를 밝힐 만큼 목숨을 건 대결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고수들만이 아는 육감이었을까? 자신이 결코 유건과의 대결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거란 사실을 그는 지난 1년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던 터이다. 하지만 숙명과도 같았던 두 사람의 대결은 마침내 이뤄졌고 레이는 피눈물을 흘린채 그의 앞에서 처절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유건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란 걸 잘 알고 있는 레이는, 그가 통제력을 상실하여 자신을 죽이게끔 방아쇠를 당기라며 자극하였고, 마침내 소중한 사람들이 레이의 손에 죽어간 것을 떠올린 유건은 최민 부국장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채 그를 처참하게 사살하고 말았다. 이미 자신의 역할을 모두 마친 테러리스트가 죽음을 겁내할까? 오히려 자신의 죽음으로 조직이 건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채 처형에 가까운 살인을 벌인 유건은 오히려 패배자가 될 뿐이었다.

이렇듯 두 사람의 대결은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장감을 최고조로 이끌면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데는 성공하였다. 그동안 드라마의 팽팽한 긴장감 조성에 일등공신을 해주었던 레이에게 마지막 선물을 선사하듯 제작진의 정성과 공이 충분히 담겨있음을 알 수 있을만큼 명장면으로 손꼽아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제작진이 성사시켜 놓은 빅매치 속 유건과 레이의 대결은 참으로 흥미진진했지만, 웬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이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미 눈치챈 분들도 있겠지만 크리스찬 베일 주연 <이퀼리브리엄>이란 영화를 쉽게 떠올렸을 것이다.

지나치게 과장된 액션 장면과 스토리의 부실 때문에 흥행에는 실패하였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 영화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분들은 많을 것이다.

특히나 영화속 마지막 장면에서 다수의 적과 일전을 벌인 후, 수장과 최후의 일대일 대결에서 그려진 크리스찬 베일의 건카터씬은 극한 화려함때문에 격투씬의 최고봉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무술인 건카터는 영화속에서 소개되어진 독창적인 스킬로, 쉽게 말해 총을 쏘는 도구로만 여기는데 그치지 않고 칼처럼 휘두르거나 가격을 하며 순간적으로 다수의 적을 제압하는 기술이다.


분명 건카터씬은 시각적인 면에서 상당히 흥미롭고 긴박감을 주기에는 최적의 액션씬으로 손꼽힌다. 단순히 멀리서 총으로 쏘는 심심함을 극복하고 자유자재로 총의 모든 부분을 사용함과 동시에 근접 거리에서 한순간 다수의 적을 타격하고 사살하는 모습은 액션을 즐기는 매니아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장면일 수 밖에 없었다.

동양에서 근접거리의 적을 제압하는 도구는 칼이었지만, 이 동양적인 색채에 총이라는 도구를 삽입하여 그 화려함과 신선함의 극치를 완성해낸 것이 바로 <이퀼리브리엄>의 건카터 씬이다.


14회분 유건과 레이의 최후의 대결에 바로 이 화려한 건카터씬이 삽입이 되었는데, 과거 영화를 봤던 사람으로서 과연 어떻게 그려지게 될지 반가운 마음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류는 그저 아류에 지나지 않는다는 씁쓸함과 아쉬움만이 남을 뿐이었다. 분명 두 사람의 연기는 손에 땀을 쥘 만큼 박진감 넘쳤고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끄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이퀼리브리엄>이 그러했듯이 화려함 뒤에 남는 허탈함과 공허함은 지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첩보액션물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어느정도 현실성있는 모습이 그려져야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텐데 건카터씬은 결코 이에 적절한 액션은 아니었으며 그저 허세에 불과할 뿐이었다. 

제 아무리 옷이 날개라고는 하지만 어울리는 옷이어야 날개가 될 수 있을텐데, 두 사람의 숨막히는 대결속에 건카터씬은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옷을 걸쳐놓은 것에 불과했다. 오죽하면 이럴바엔 차라리 총대신 대검을 들고 나와 칼부림을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마저 들 뿐이었다.

제 아무리 공을 들인 명장면이라 해도 시청자의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그건 그들만의 축제에 불과할 것이다. 화려함과 비쥬얼적인 부분을 신경쓰느라 시청자의 감정과 공감을 고려하지 않았던 제작진의 만찬을 마음 편히 먹어보지도 못한채 씁쓸하게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때문이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아이리스 / 이퀼리브리엄 홍보자료>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