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4. 3. 17:16



애국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광고천재 이태백>에 이은 후속작 <직장의 신>이 벌써부터 화제다.

흥행보증수표 오지호와 김혜수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과 함께 원작 <파견의 품격>이 워낙 유명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거는 기대는 어느때보다 커보인다.     

물론 치욕스러운 시청률로 마무리 된 전작에 이은 작품이기에 제작진 및 출연배우들의 심적 부담이 얼마만큼 컸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것은 그저 기우에 불과하였다. <야왕>의 마지막회가 방영되며 자체 최고시청률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의 신>은 첫회 방송분보다 다소 상승한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KBS보다는 웬지 MBC드라마에 익숙한 오지호와 김혜수라는 인물의 <직장의 신> 등장이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기는 하지만 그들의 빛나는 열연과 깨알같은 재미 덕분에 그런 부분들은 조만간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불과 2회분이 방송되었지만 시청자들의 공감대 형성과 함께 재미와 유쾌함마저 겻들여져 있는 구성은 향후 월화드라마의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는 충분요건을 모두 갖춘듯 보이며,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병에 걸린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줄 것으로 기대를 해본다.


어제 2회분이 끝나고 다음편 예고에 미스김(김혜수 분)의 이름에 대한 부분이 잠시 언급되었다.

그녀와 과거 함께 일한 적이 있는 김병만의 등장 그리고 그를 통해 비로소 궁금했던 미스김의 이름을 알게된 장규직(오지호 분)이 그녀에게 비아냥거리는 모습이 비춰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를 쏘아보듯 쳐다보는 미스김의 싸늘한 시선은 앞으로 두사람의 첨예한 갈등을 예고하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의 출입증에는 이름 대신에 미스김으로 표기되어 있다. 

미스김의 이름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아니 그 누구도 그녀의 이름을 그다지 궁금해하지는 않는다.
물론 현실속에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비록 정규직 사원증과 다른 출입증이지만 분명 본인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않다. 그리고 그녀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크게 문제삼지도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스김은 계약직이기 때문이다.

사원이 아닌 외부방문객들이 착용할만한 출입증에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계약직으로서 맡은 바 자신의 업무만 잘해낸다면 그런 사소한 부분들은 회사의 입장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미스김은 왜 굳이 자신의 이름 대신에 미스김으로 표기된 출입증을 착용한 것일까?
혹시 자신의 이름이 부끄러워서일까?

드라마 속에서 오고가는 대화를 살펴보면 그녀가 미스김을 고수하는 이유를 어림짐작해 볼 수 있다.


"나는 절대로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 오직 두가지를 위해서만 일한다. 수당과 점심시간" (미스김)


"업무가 아니라 가족으로 참석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꼭 피를 나누지 않더라도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같은 꿈을 나눈 사람들도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가족들을 위해서 오늘 회식에 참석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무정한 팀장)


"그 여자는 몰라. 회식이 어떤 의미인지 회사가 어떤 의미인지. 회사가 단지 돈 받는만큼만 일하는 곳이고 동료는 단지 자기 옆자리에 앉아있는 남이라고 생각하는..." (장규직 팀장)


미스김은 회사와 동료에게 정을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업무로만 회사에서 평가를 받고 싶을뿐 그 외 사사로운 감정들을 그들고 나누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정을 나누면서 몸바쳐 일해봤자 어차피 계약이 만료되면 차갑게 문밖으로 내쳐지는 현실 속에서 미스김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방편으로 철저히 능력으로만 평가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런 차디찬 현실속에서 이름 따위는 자연스럽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되어버렸는데, 슬프게도 어느 누구하나 자신의 이름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구태여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그저 미스김으로 불리워지면 그뿐이었고 충분했다.


모두가 참석하는 회사의 첫 회식을 뒤로한채 퇴근을 하는 그녀에게 무정한(이희준 분)은 가족으로서 참석해 달라고 정중히 부탁을 했다. 하지만 회식은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은 참석하지 않겠다라며 단호히 거절하는 그녀의 눈빛은 잠시였지만 분명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도 진심으로 자신에게 참석을 부탁하는 무정한의 마음을 전해받을 수 있었기에 그녀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잠시 동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마음을 다잡으며 무정한을 뒤로한 채 자리를 떠났다.


슈퍼갑 계약직이라는 별칭을 얻기까지 그녀는 동료를 비롯하여 주위사람들에게 수많은 배신감과 좌절을 느끼고 당했을 것이다. 한때는 마음을 주고 정을 나누며 회사를 위해 그리고 정규직 사원들을 보좌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일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계약직이라는 차별대우와 차가운 시선뿐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어느 누구와도 정을 붙이며 일하지 않겠노라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며,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자신의 주위에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을 쌓게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가 선택한 길이 달랐을 뿐이며 자신이 가고 있는 이 길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녀는 이름따위는 잊어버린 채 미스김으로 살면서 오로지 능력으로만 인정받는다면 그걸로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누구의 강요도 아닌 스스로가 선택하여 이름을 숨긴채 그저 미스김으로 살게 되었지만,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은 계약직을 향한 차가운 시선과 보이지 않는 차별대우 때문일 것이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동료들과 회식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마음 그녀도 사람인데 왜 없겠는가. 하지만 언제나처럼 또다시 상처받을 것이 뻔한 이 차가운 현실속에서 이름을 숨긴채 미스김으로 살 수 밖에 없는 그녀의 모습때문에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씁쓸한 마음은 이내 가시지 않았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직장의 신>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