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3. 24. 07:30



 


KBS2 <인간의조건>에서 일주일 동안 자동차 없이 살고 있는 여섯남자에게 주어진 4일차의 새로운 체험과제는 친구와 함께 걷기 좋은 길을 걸어보라는 미션이었다. 자동차없이 혼자서 걷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닌 자신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좋은 길을 걸어보라는 주제였다.


상국과 경환 그리고 준현은 수술후 회복을 하고 계신 상국의 아버지 병문안을 위해 경남 양산으로 내려갔다. 바쁜 스케줄을 뒤로하고 함께 해준 경환과 준현에게 상국은 무척이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세 사람은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동거동락하면서 지내온 동기이자 둘도 없는 친구사이였다. 너무나 다행히도 건강하신 아버지의 병문안을 마친 상국 일행은 곧바로 4일차 친구와 걷는 미션을 수행하였다. 평소에 걸어왔던 길이 아닌 샛길로 빠져서 도랑도 건너보고 들녘도 거닐면서 이런 저런 장난도 쳐가며 조금이나마 서로의 마음을 잘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고, 그런 세 친구가 함께 걷는 길은 서로의 진심을 알 수 있는 특별한 길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고 웃고 울며 지내왔던 세 친구는 이번 기회를 통하여 앞으로도 의지하며 더 멀리 오래 걸을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서로에게 되어줄 것이다.


성호는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어린 아들과 놀아주지 못한 것이 늘 미안하여, 아들을 친구삼아 길을 걷게 되었는데 처음 가보는 체험장소에서 구경도 하고 서점에 가서 아이와 함께 책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프로그램 덕분에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다는 그의 말에는 평소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철없이 장난만 치는 아빠인줄 알았는데 아이를 아끼고 생각하는 그의 깊은 마음과 큰 사랑을 짧은 시간이었지만 알 수 있었다. 


태호는 용감한 형제의 마지막 회의를 끝내고 오랜만에 멤버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위해 길을 나섰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오랜시간 호흡을 맞추며 지내왔던 네 사람이 이렇게 나란히 길을 걸어가며 대화를 주고 받았던 기억은 처음이었다. 언제나 저녁을 먹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량을 이용하여 모인 다음에 밥만 먹고 헤어졌는데, 이번 기회를 통하여 친구들과 사이좋게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그들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준호는 그의 오랜 친구인 개그우먼 김숙을 찾아갔다. 그에게 있어서 길이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 길을 누구와 함께 걸어가느냐가 준호에게는 가장 최우선시되는 부분이었다. 준호는 귀찮음을 무릅쓰고 함박눈이 내리는 늦은 저녁에 김숙을 만나러 방송국으로 향하였고, 극적으로 만난 두 사람은 눈 내리는 길을 서로 걸으며 눈싸움도 하고 지난 얘기들을 나누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었다.

눈내리는 밤 김숙과 함께 걸어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준호는 무척이나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비록 장난스러운 답변을 섞어가며 은근슬쩍 넘어가보려는 눈치였지만 소중한 친구와 함께 보냈던 눈내리던 그날의 추억은 서로의 기억속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이며 앞으로도 더욱 돈독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아침 일찍 라디오 생방송을 위해서 숙소를 나선 준현은 간밤에 눈이 너무 많이 온 탓에 조심스럽게 길을 나섰다. 하필 입춘에 큰 눈이 내려 마치 봄이 오는 것을 시기하는 듯 했지만 이른 아침의 설경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런데 잠시 후 비탈길을 내려가던 중 준현은 신기한 광경을 목격하였다.

한 아주머니가 눈이 많이 쌓여있는 곳을 일부러 깊게 길을 만들면서 내려가는 것이었다. 굳이 누가 시킨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머니는 묵묵히 길을 파내려가다가 준현과 만난 것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준현은 발시렵지 않으세요라고 물었지만 눈이 오는 날에는 늘상 해왔다는 듯이 너무나도 태연하게 부츠를 신어서 시렵지 않다고 말을 건네며 큰 웃음으로 화답하였다.

자신의 추위보다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며 묵묵히 걸어가는 아주머니의 모습은 준현에게 적지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른 새벽부터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길을 걸을 수 있었던 준현은 그의 표현대로 아직은 세상이 참 살기 좋은 곳이라 생각해 볼 수 있을 만큼 참으로 훈훈한 광경이었다.


준현에 이어 상국과 준호도 길을 나섰는데, 비탈길에 눈이 많이 내려 위험하기도 하고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없어서 투덜대기는 했지만 외면할 수 없는 아름다운 설경이 그들의 바쁜 시선을 사로잡았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풍경을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는 두 사람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상국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눈덮인 북악산의 설경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SNS에 올리면서 눈이 많이 왔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합시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이와같은 상국의 글을 본 제주도에서 답신이 올라오고 눈이 오지 않은 지역에서는 아쉽다는 메시지까지, 낯선 이들과의 대화가 줄곧 이어졌는데 이것은 자연이 선물해 준 이야깃거리임과 동시에, 그런 모습을 상국이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그가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방송에서 언급된 것처럼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연이든 목적이 있든간에 친구나 동료, 가족과 함께 오랜시간 길을 걷다 보면 서로 모르고 지내던 새로운 사실들을 조금씩 알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비단 의도한 것이 아닌 서로 나란히 길을 걸으면서 오고가는 대화속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들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잠시 잊고 있었던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내어 꼭 길을 나서보자. 그 길이 어디가 되든 상관은 없다. 그저 함께 길을 나서며 걷고 있는 내 소중한 사람들과 발걸음을 맞추며 걷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인간의조건>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