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3. 22. 10:17



<아이리스2>가 이제 중반을 넘어섰다. 초반 무서운 기세와 비교해본다면 지금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비단 시청률의 높고 낮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드라마의 완성도와 기대충족이라는 점에 있어서 시청자들에게 전혀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다. 손을 봐야할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기에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표현으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어 아쉽다.

최소한 시청률이 높지 않더라도 매니아층의 구축과 그들에게서 만큼은 철저하게 보호받고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아이리스2>는 동네북 마냥 이리치리고 저리치이면서 구박덩이 신세로 전락을 해버린지 오래다.


그렇다면 이대로 흐지부지 끝을 내야 할까?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열연과 200억이라는 제작비 그리고 밤낮을 불문하고 고생하는 제작진들의 수고는 이대로 묻혀버려야만 하는 것일까?

물론 아직 소생의 기회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언급했듯이 드라마는 이제 중반을 넘어서는 시점이기 때문에 동시간대 여타의 드라마를 치고 올라서기는 어렵다손 치더라도, 최소한 애시청자들의 뇌리속에 그래도 그 정도면 괜찮은 드라마였어 라는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유종의 미는 반드시 거둬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까?

언급했듯이 <아이리스2>에는 여전히 불필요한 장면들과 어색한 설정들이 남아 있어 시청자들의 한숨을 쉬게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얼마든지 작가와 제작진의 역량으로 개선이 가능한 부분들이다. 배우들의 발연기가 문제라면 낭패겠지만 그들에게는 그다지 큰 문제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열연을 무색하게하는 제작진과 작가가 문제일 것이다.


12회분 말미에 등장했던 연화(임수향 분)의 샤워장면은 <아이리스2> 사족의 대표적인 예로 남을 것이다.

왜 그녀가 유중원(이범수 분)과 대화를 나누기전에 꼭 샤워를 해야 했을까? 연화는 이전 회에서 레이를 암살하다가 실패한 이후 아이리스로부터 자취를 감춘 이후였다. 그동안 감시의 눈을 피해다니며 씻지도 못한 것은 잘안다. 그런데 꼭 샤워를 하는 장면이 그려져야 했을까? 그것도 벗은 옷들부터 클로즈업하면서 샤워하는 모습 하나하나까지 BG를 깔면서?

이런 장면들은 작가가 굳이 끼워넣을 이유가 없다. 다음장면이 혹여나 유중원과의 베드신이었다면 모를까 이건 무슨 이유를 들이대더라도 사족에 불과했다. 혹시 연화에게 무한 애정을 보내는 남시청자들을 위한 팬서비스라면 할 말은 없다.


불필요한 장면에 이어 어색한 설정으로 대표되는 장면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위상철을 제거한 후 유건의 지문을 소음총에 묻혀 놓고 보란듯이 바닥에 내려놓는 설정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유건이 암살했어요라고 알려주고 싶었겠지만, 그걸 또 철썩같이 믿을 NSS가 유건을 의심하게 된다는 설정을 이렇게 뻔하고 유치하게 할 수 밖에 없었을까? 몰입할 만 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맥빠지는 설정들은 시청자들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들을 극복하고 끝까지 <아이리스2>를 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문을 해 본다면,

백산역을 맡고 있는 김영철이라는 배우가 건재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다.

맡은 바 배역속에서 인물과 혼연일체하여 자신의 감정을 100% 전해줄 수 있는 이러한 큰 배우가 <아이리스2>에서 고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시 생각해봐도 안타까울 뿐이다.

백산이라는 다중적인 인격의 소유자를 이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쉽게 떠오르지도 않는다. 복잡미묘한 내면의 감정들을 다각적인 측면으로 표출해 내고 있는 김영철은 등장하는 매 장면마다 몰입도를 극도로 높여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드라마의 생명줄을 근근히 버텨내주고 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내와 아들이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는 순간 그두 눈에는 조용히 눈물이 차올랐다.

그 벅찬 감정을 어찌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조금씩 일그러져 가는 얼굴부터 빨갛게 충혈되어 가는 두 눈 그리고 그속에서 차오르는 눈물까지도 김영철의 연기는 드라마가 아닌 실제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NSS와 아이리스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건과의 포로 교환 장면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그의 표정은 그래서 더욱 가슴아팠다.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이후 처음으로 조우한 백산은 이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진 백산과 지영(이보희 분)의 해후하는 장면은 김영철의 애절한 감정선을  볼 수 있어 더욱 인상적이었다.

지난 세월을 회상하듯 한걸음 한걸음 그녀의 집뜰로 들어가는 발걸음에서 가슴벅찬 마음을 전해 받을 수 있었다. 

인기척을 느껴 밖으로 나온 지영을 마주한 백산.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서로 사랑했던 그 옛날 상준과 수민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저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속에 지난 세월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죄스러움이 고스란히 모두 담겨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마주하며 흐느끼는 지영을 품에 안아주며 그녀가 홀로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고통의 시간들을 어루만져 주고 감싸주었다. 중년배우들이 이토록 애절하고 애틋한 사랑하는 감정을 표출하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닐텐데 두 사람의 모습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나도 아름답고 가슴 아팠다.


"반드시 살아계세요. 당신에게 들어야 할 얘기가 있으니까."

포로교환에서 마주한 유건이 백산에게 남긴 이 차가운 한마디는 앞으로 백산의 운명을 예고하고 있다.

아마도 최후의 순간 백산은 아들을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맞바꾸어야 하는 얄궂은 결말을 예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연인과 아들을 조우했지만 그 행복은 오래갈 수 없는 백산의 비극적인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아이리스2>가 총체적인 난국에서 그나마 연명하고 있는 큰 이유는 김영철이라는 배우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흐름상 그가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아이리스2>라는 힘든 작품을 통하여 그의 묵직한 존재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었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아이리스2>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