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3. 21. 10:27



정유건(장혁 분) 팀장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이 아직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백산(김영철 분). 백산을 연기하고 있는 베테랑 연기자 김영철의 뜨거운 눈물은 단연코 <아이리스2> 11회분의 백미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뜨거운 눈물은 더 큰 파급력을 일으켜 내지는 못했다. 자신의 아내와 아들이 살아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일련의 과정들 속에 크나큰 아쉬움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지수연(이다해 분)은 유건을 구해내기 위한 묘안을 만들기 위해서 위상철을 가까스로 만날 수 있었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그는 수연에게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털어놓으며 지난 과오를 회고하고 반성하였다. 그리고 수연은 위상철을 통해서 백산과 유상준이 실은 동일인물이었다는 것과 정유건의 아버지가 백산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재차 언급하지만 이것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일일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아버지가 한때 아이리스의 핵심인물인 백산이라는 사실, 충격이 아닐 수가 없는 장면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수연의 반응은 어리둥절할뿐 그다지 놀라지도 충격을 받는 모습도 아니었다. 물론 의도는 알겠다.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사실을 듣고 난 후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어안이 벙벙한 모습을 표현해 내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좀 더 심한 충격을 받아주어야만 했다. 차라리 쌩뚱맞더라도 그 자리에 털석 주저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아니면 최소한 위상철과 헤어진 이후 자신이 받은 충격을 좀 더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시켜 줄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없었다. 그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된 느낌 정도랄까?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곧바로 백산을 찾아갈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고민을 하고 이 사실을 어떻게 백산에게 알려 정유건과의 포로교환 협상에 응하게 할 것인지 좀 더 생각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아이리스로부터 구해내기 위함만이 아니라 그 남자의 아버지를 불가피하게 맞교환하여 보내야만 하는 딜레마에 그녀는 흠뻑 빠져야만 했다. 그러나 수연은 울지도 충격에 빠지지도 않았다. 그저 촛점을 잃어버린 멍한 시선과 표정이 전부였다.



 


백산이 유상준과 동일인물이며 정유건의 아버지라는 사실은 <아이리스2> 전체를 지탱해주는 큰 기둥중의 하나이다.

시청자들은 바로 이 비극적인 운명이 과연 어느 순간에 어떠한 모습으로 그려질지 내심 기대를 했을것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평온했고 파급은 없었다. 

자신이 죽는다고 모든 비밀을 너무나도 쉽게 털어놔버리는 핵심인물의 등장. 이 역시도 맥이 다 빠져버리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제 곧 죽으니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지난 비화를 털어놓는 모습은 시청자의 공감을 받아내는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조금도 머뭇거리지도 않았으며 손대면 톡하고 봇물 터지듯이 처음 본 수연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털어놔버렸다.

비록 시한부인생을 살고 있다는 설정이지만 좀 더 고민하고 좀 더 진중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언급했듯이 드라마 전반의 핵인 이 부분에서는 좀 더 많은 고민과 정성을 들여 시청자들에게 선보여야만 했다. 과거 세사람이 나란히 찍혀있는 사진 한 장을 들고온 그녀에게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지난 일들을 털어놓으며 용서를 전해달라는 위상철의 모습은 생경하기 그지 없었다. 그동안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허우적 거렸던 <아이리스2>에게 소생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바로 백산의 비화였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드는 아쉬움은 너무나도 컸다.


 

 

위상철과 헤어진 이후 곧바로 백산을 찾아간 수연은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

정유건이 자신의 아들이며 사랑하는 여인이 아직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백산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지난 시간 유건과의 만남에서 웬지 모르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게 하는 그에게 묘한 느낌을 받은 기억을 되뇌인다. 아마도 그것은 혈육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그러한 지난 시간들을 회고하며 상념에 빠진 백산의 두 눈에는 어느새 조용히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일그러지는 표정과 함께 두 눈에 조금씩 차오르는 눈물은 시청자의 가슴을 울리는데 성공하였다. 비극적인 상황속에서 초래되었던 지난 과거들을 떠올리며 자신이 지켜주지 못했던 아내와 아들의 생존 소식을 전해듣는 아버지의 마음은 얼마나 쓰리고 아팠을까.


하지만 웬일인지 이와는 반대로 이러한 일련의 소식들을 전해주고 있는 수연의 두눈은 너무나도 무미 건조해 있었다.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남의 일처럼 그녀에게서는 어떠한 감정의 기복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펑펑 소리내어 울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일은 어찌되었든 간에 자신이 지금 마주하고 있는 사람은 그토록 사랑하는 남자의 아버지이다.

그런 백산을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불가피하게 교환해야하는 복잡미묘한 심경과 크나큰 슬픔이 수연에게서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의 떨림과 함께 그저 한방울 소리없는 눈물만 흘러내려 주었다면 이렇게도 아쉽지는 않았을텐데.


유난히도 두 사람의 클로즈업된 얼굴에서는 마치 서로 다른 상황을 연기하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분명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마치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나누는 듯 느낌 또한 상이했다.

백산을 연기하는 김영철의 묵직한 연기는 그야말로 백미였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내와 뱃속에서 사산한 줄로만 알았던 자식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난 이후부터 그의 얼굴 근육 하나부터 조용히 차오르는 눈물까지도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그 모든 감정을 온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와 마주하고 있는 수연은 너무나도 침착하고 냉정하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부분만 되짚어 나갈 뿐이었다. 드라마를 처음부터 지켜보지 않았던 이들은 유건과 수연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선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만 몰입하고 흠뻑 빠져들 수 있다. 물론 상황에 맞는 인물들의 적절한 모습들을 표현해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제작진의 고충 또한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번 방송분에서 여주 수연은 자신이 받은 충격적인 비화를 듣고 전하면서 최대한 감정선을 끌어올려 주어야만 했다. 그것이 비단 대성통곡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그저 자신도 모르게 차오르고 흘러내리는 눈물 한방울이었으면 족했을것을, 어디에서도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었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아이리스2>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