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3. 18. 10:01



"올해는 조금만 하세요. 어머니 건강도 예전같지가 않은데.."

"네가 좀 많이 도와주면 됐지."

"저 없으면 어떻게 하실려구요.."

"네가 없기는 와 없어.. 아침부터 무슨 실없는 농담이고.."


자식이 부모에 앞서 세상을 떠나는 것 만큼 큰 불효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집앞 텃밭을 가꾸며 노모와의 애틋한 대화를 마지막으로 창훈(정동환 분)은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노모와 아내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자식들을 남겨둔 채 너무도 허망하게 세상과의 이별을 고한 창훈은 그렇게 가족과의 슬픈 작별인사를 조금씩 나누어 갔다. 왜 슬픈 이별은 항상 예고없이 찾아오는 것인지 그저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순신(아이유 분)이 사기를 당하여 사채를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창훈은 비밀을 지켜달라는 딸의 마음을 꼭 지켜주고 싶었다. 마음 속 응어리를 누구에게라도 하소연하며 풀어내고는 싶지만 소중한 딸의 부탁을 아버지로서 져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를 통하여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정애(고두심 분)는 속상한 마음에 순신을 나무라며 자책을 한다. 그저 모든것이 미련스럽고 어리석은 엄마의 잘못이라며 순신을 탓하기보다는 제 자신을 다그치고 원망할 뿐이었다.


약속을 지켜달라 그리도 부탁을 하였는데, 순신은 아버지가 자신과의 약속을 어긴채 엄마에게 일러바쳤다는 오해를 하며 되려 나같은걸 뭐하러 낳았느냐며 창훈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오해를 하는 딸아이에게 자신이 아니라고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그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에 창훈은 그저 순신의 모진 말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가슴이 미어지고 아팠지만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막내딸의 다친 마음과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창훈은 용기를 내어 데이트 신청을 한다. 손수 맛있는 생일 케익을 고르는 아버지의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 행복하였고 그런 마음을 알아주었는지 순신은 흔쾌히 아버지의 데이트 신청을 허락해 주었다.


 


순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정애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며 자책하였다. 업둥이인 순신이 기를 못편채 가족들에게 매번 무시당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있던 중에 딸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주는 사기꾼의 달콤한 말에 현혹되 버린 것이다. 정애는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어 속이 상해 앓아눕게 되었다.

하지만 자책하는 정애에게 창훈은 타박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두 손을 꼭 잡아주며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다.

자식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아버지였고 아내에게는 누구보다 자상한 남편인 창훈은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며 마음 아파하는 아내를 위해 진심어린 위로를 해 준 것이다.


"당신 정말 훌륭하게 잘 살아왔어. 애들 엄마노릇 정말 잘해주었고, 당신같은 엄마 세상에 드물어 그러니까 자부심 갖어.

이제 이만한면 부모 노릇 충분히 했으니까 앞으로는 우리 두 사람 인생이나 재미나게 살아보자.

여보 김정애 여사.. 앞으로는 내가 매일 재밌게 해줄테니까 나만 믿으라구."


돌아서면 한순간 남이 되버리는 부부라지만 이토록 아내의 마음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남편이 세상에 또 있을까?

오랜 세월 자식들 키워오며 마음 고생한 아내가 또다시 자신의 탓이라며 속상해하는 모습을 본 창훈은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다. 아내의 슬픈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 우스꽝스러운 애교를 보여주는 창훈의 마음은 슬프지만 애틋하였고 아내를 생각하는 그 마음은 고스란히 전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창훈은 정애를 가슴에 꼭 안아주며 그녀의 슬픔을 어루만져 주었다. 앞으로는 더 잘해주겠노라 다짐하며 지나간 일은 모두 다 잊자며 그녀에게 전하는 위로의 말들 덕분에 정애는 비로소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이토록 자상하고 너그러운 아버지이자 남편인 창훈은 끝내 비극을 맞이하였다.

순신을 만나러 가기 전 갑작스레 연락이 온 송미령(이미숙 분)을 만난 이후, 그저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그녀를 구하려다 억울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어 숨을 거두게 된 것이다.
모든 비밀과 슬픔을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둔 채 떠나간 창훈은 자신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막내딸의 모습을 보지도 못한채 그렇게 세상과의 황망한 이별을 고하였고, 아버지에게 모질게 대했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있던 순신에게는 차마 용서를 구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아직 가족들을 위해 해주어야 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기에 쉽사리 눈을 감을 수 없었지만 예고없는 이별은 그렇게 한순간 창훈에게 닥쳐와 버렸다.


아버지이자 남편 그리고 아들인 창훈의 죽음으로 순신의 가족은 앞으로 지금보다 더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야 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그러하듯이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아픔따위는 뒤로한 채 그저 앞만보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렇게 갑작스러운 이별은 언제나 가슴이 아프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순간들을 맞이하며 살 수 있었을텐데 부질없이 허망한 죽음은 언제나 원망스럽기만 할 뿐이다.


<해당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최고다 이순신>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