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3. 14. 08:57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주연 못지 않은 조연들의 눈부신 활약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중에는 반짝하고 한방을 터트리며 분위기 전환을 해주는 역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주인공들이 미처 살려내지 못하거나 놓쳤던 부분들을 받쳐주고 보완해주면서 함께 이끌어 갔을때 비로소 드라마는 안정적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그만큼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충분조건을 갖추게 된다.

조연들이 부실하거나 임팩트있는 모습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상대적으로 드라마는 부실해보이거나 이내 지루하고 실망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평균 20회에서 길게는 50회정도를 다루는 중장기 드라마에서는 특히나 주연들의 이야기로만 극을 이끌어가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조연들의 눈부신 활약이 있어야만 지치지 않고 끝까지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아이리스2>를 바라본다면 역시나 아쉬운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다.

이제 드라마는 초반을 넘어 인물들의 갈등과 긴장감이 최고조로 상승하는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주연배우들을 받쳐줄 든든한 조연배우가 아직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극 초반 임수향의 선전이 있기는 했지만 웬일인지 제작진은 그녀의 비중을 오히려 조금씩 낮춰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며, 나머지 인물들은 아직 제 기량을 펼치고 있지 못하여 시청자들의 뇌리 속에 남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언제나 그렇듯 제 아무리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라해도 정체기가 있기 마련이다. 매번 고만고만한 사랑이야기와 천편일률적인 출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가족이야기 등등 구태의연한 내용들이 장황하게 펼쳐지는 바람에 시청자들은 잠시 외도를 꿈꾸게 된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지루함에 잠시나마 시선을 돌리려는 순간에 귀신같이 드라마에는 긴장과 갈등에 더욱 불을 붙이고 꺼져가는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만들 인물들이 새로이 등장하게 된다.

이렇게 드라마 중반부터 새로이 투입되는 인물들은 비장한 마음으로 작가의 특별한 지령을 품에 안은채 등장을 하게 되는데 시청률의 높고 낮음과는 상관없이 그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축구경기에 빗대어 본다면 교체투입된 믿음직한 미드필더 정도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허리를 강력하게 지켜줄 미드필더가 현재 <아이리스2> 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전작인 <아이리스1>에서 이러한 역할을 했던 인물을 꼽아보라면 어렵지 않게 윤제문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물론 윤제문은 중반이 아닌 극 초반부터 출연했다는 점에서 위에서 언급했던 부분과는 조금 상이하다. 하지만 그는 NSS 대테러 팀장으로 극 초반에는 주연들에 가려져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로 비중이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중반으로 이어지면서 백산(김영철 분)과 진사우(정준호 분)의 행동에 의심을 품으면서, 급기야 두 사람의 관계와 뒤를 캐기 시작하는 장면들을 주도하면서 드라마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데 일등공신이었다. <아이리스1>이 중후반 시청률 30%를 넘어섰지만 잠시 주춤하던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이때 윤제문을 시발점으로 새로운 갈등과 긴장감이 조성되어 탄력을 받은 이후 마침내 40%를 찍는 기염을 토해내며 막을 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윤제문은 제대로 총을 잡거나 격렬한 격투장면을 선보인 적이 없었다. 그저 NSS 본부안에서 여기저기를 다니며 나즈막히 지시를 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직장상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분명한 자기만의 케릭터가 있었고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등장하는 매순간마다 시청자들을 압도하는 묵직함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리스2> 9회분에서는 바로 이와 같이 윤제문과 같은 역할을 하며 드라마의 허리부분을 든든히 책임져 줄 인물이 등장하였는데 바로 윤소이였다.


 


윤소이가 맡은 박태희는 서울 명문대 학생회장 출신이지만 북한 요원인 유중원(이범수 분)을 만나 북한의 특수훈련과 대테러훈련을 받으면서 고정간첩활동을 펼치는 엘리트간첩이다. 그녀는 유중원을 도와서 혁명을 일으켜 양분화된 대한민국을 구원한다는 명분으로 간첩활동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북측의 키플레이어 역할을 하며 극 중후반을 책임져 줄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였다.

윤소이는 그동안 <무영검><아라한장풍대작전><무사백동수>에 이르기까지 난이도 높은 액션 장면을 훌륭히 소화해내면서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왔다. 평소 액션장르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아이리스2>에 합류하기 위해 오랜시간 트레이닝과 다양한 액션 워밍업을 준비해오면서 열의를 다져왔다고 한다.


비록 첫등장일뿐 아직 섣부른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녀의 등장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고 앞으로 기대를 걸어도 될만큼 성공적으로 보였다. 특수훈련을 받은 고정간첩역할을 그녀보다 잘 할 수 있는 여배우가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 만큼 완벽한 느낌이다. 드라마를 위해 고된 연습을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보다 야윈 얼굴은 날카롭고 냉철한 고정간첩의 모습에 적절하였고, 시선처리와 걸음걸이 그리고 딱딱한 말투 하나까지도 그녀는 이미 박태희 그 자체였다.

아이리스 작전팀장인 레이와의 첫 만남에서 청하는 악수를 외면한 채 자신이 호위해야할 VIP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나, 혼자왔냐는 질문에 너무나도 태연하게 네라고만 대답을 하며 무덤덤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비록 몇 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윤소이의 임팩트는 강렬했고 인상적이었다.


언급했듯이 드라마에서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여러모로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가 된다. 하지만 그들의 등장이 언제나 긍정적인 면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되거나 사족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윤소이가 9회부터 등장한다는 얘기가 처음 전해졌을때 만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이미 연화(임수향 분)라는 인물이 예상외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비슷한 느낌인 박태희의 등장은 여러모로 불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전작 <아이리스1>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선화(김소연 분)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윤소이의 차갑고 단호한 이미지는 예상 외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액션장면이나 긴장감을 고조시킬만한 것들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그녀에게 거는 기대감이 상당해 보인다. 


물론 윤소이의 등장이 드라마 전반에 걸쳐 어떠한 상승효과를 불러 일으킬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시청자들은 그녀에게 건 기대만큼 그 이상의 것을 해주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담감은 자칫 더 큰 실망감으로 돌아올 수 있는 위험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등장을 기점으로 새로운 갈등과 긴장감이 조성되어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 중반의 힘든 고개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넘어설 수 있는 시발점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나 제작진 모두에게는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해당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아이리스2>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