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3. 15. 10:25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엄마를 한없이 기다리던 8살 어린 소녀가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언제나 자신을 데리러 오던 엄마가 웬일인지 오지를 않는 어느날 소녀는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순간 소녀의 부모는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은 채 험한 세상 그녀만을 두고 떠나 버렸다.

이후 소녀는 어느 누구에게도 떼를 부리거나 어리광을 피지도 않은채 숨죽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만 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신의 부모가 죽음을 당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아무런 이유도 모른채.

그리고 세월은 흘러 소녀는 부모님을 여읜지 20여년이 흐른 뒤 자신의 마음을 열고 온몸으로 사랑을 했던 남자친구마저도 테러로 인해 생이별을 당하게 되었고 이제 그녀 곁에는 아무도 있지 않게 되었다.


삶의 가장 소중한 순간에 소중한 사람들을 테러로 잃게 된 그녀는 이제 누구도 믿을 수 없었고 오로지 자신만을 의지하며 고통의 나날들을 참고 살아왔다. 그리고 그 모든 불행한 순간에 아이리스라는 거대 조직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두번 다시는 그들에게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 않기 위해 NSS의 부국장이란 자리에 서있게 되었다.


이처럼 NSS 최민(오연수 분) 부국장에게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는 아이리스에 대한 극한 증오가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제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아이리스를 궤멸하고 응징하기 위해 그녀는 오랜 시간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두었던 결심들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아이리스를 뒤쫓아오던 지난 세월동안 자연스레 그들의 이념과 조금씩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미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리스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그림자를 밟으며 따라오는 동안 어쩌면 그녀는 조금씩 그들을 경외하고 동경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과거 최민은 백산(김영철 분)에게 아이리스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도록 협조를 해주면 특별 사면을 해주겠노라 제안을 하였다. 뜻밖의 제안에 백산은 최민이란 인물이 앞으로 누구보다 위험한 인물로 변화될 수 있음을 직감하고 그녀의 제안을 애써 무시해 버린다. 물론 그녀에게 이런 권한이 있을리 만무하다. 하지만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녀이기에 허황된 넋두리로 보이지는 않았다.


최민에게 있어서 정의란 오로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이며, 아이리스는 바로 그 정의에 방해가 되는 가장 강하고 위험한 적이라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장본인들이기에 반드시 응징해야한다는 깊은 증오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최민은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극단적이고 초법적인 선택까지도 마다하지 않았던 백산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위험한 제안을 서슴치 않는 최민의 생각을 백산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앞으로 어떤 상황과 변화를 겪을 것이며 지금과는 다른 삶을 선택할 것이란 것도 어림 짐작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정의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게 된다면 언제라도 그녀는 조국을 배신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백산이 그래왔던 것처럼.


 


남북통일 회담에 참석한 북측대표단을 암살하고 북측 대표인 권영춘(안승훈 분)을 납치하는 자작극을 펼친 유중원(이범수 분)의 함정에 빠져버린 최민은 이전과는 달리 평정심을 완전히 잃어만 갔다.

지속적이고 노골적인 유중원의 도발과 압박은 시간이 지날수록 최민의 목을 옥죄어 오기 시작했으며, 점점 더 무리한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몸부림을 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마침내 그녀는 최악의 국면을 모면하기 위해 유중원과의 담판에서 백산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왜 그토록 아이리스가 백산의 뒤를 쫓고 있는지 최민은 유중원 앞에서 숨김없이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지난 4공화국에서 이미 완성된 5개의 핵무기를 언급하며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벌일 각오가 되있느냐며 역으로 유중원의 숨통을 조여버렸다. 예상치 못했던 최민의 반응은 모든 계획을 주도하고 있던 유중원에게도 큰 타격이었다.

번복하지 않겠다 맹세했던 미사일부대의 지령 또한 이내 거둘 수 밖에 없었고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 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최민의 히든카드는 효과가 있었다.

유중원이 그려놓은 전쟁의 시나리오가 한순간 일시정지하게 되었고,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는 최악의 국면만은 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유중원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아이리스의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직권남용과 반역죄를 각오해야 할거야"

"최민도 어쩔 수 없군. 코너에 몰리면 숨기고 있던 트라우마에 의한 제2의 본성이 나오게 되 있어."
NSS국장과 백산의 소회를 떠올려보면 최민은 중대한 결단의 기로에 서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극 초반 냉정하고 침착하며 어떠한 외부 충격에도 눈하나 꿈쩍하지 않았던 최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애써 냉정을 되찾으려 애를 쓰지만 안정제를 먹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정도로 그녀는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자신이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정의라는 이름에 대해 조금씩 회의를 가지게 되고, 자신이 처해있는 최악의 상황속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그 정의라는 이름은 조금씩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건드리면 당장에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이 불안하고 위태로워보이는 그녀가 결국 아이리스의 회유에 못이겨 충견으로 전락하여 대한민국에 등을 돌릴 것인지, 아니면 소중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응징의 대가를 아이리스에게 받아낼 것인지는 오로지 그녀의 결정에 달려 있다.


<해당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아이리스2>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