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3. 18. 07:00



돌아온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2013년 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또다시 남기게 되었다.

김연아는 쇼트 <뱀파이어의 키스>에서 69.97점(기술점수(TES)36.79점+예술점수(PCS)33.18점)과 프리 <레미제라블>에서 148.34점(기술점수(TES)74.73점+예술점수(PCS)73.61점)을 기록하며, 토탈 218.31점이라는 경이적인 점수로 2위인 카롤리나 코스트너와 20여점 차이를 두며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로써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거두었던 세계신기록 228.56점에 이어서 피겨 여자싱글 역사상 두번째로 높은 점수를 또다시 자신의 힘으로 일궈냄으로써 피겨여제의 건재함을 전세계에 알리게 되었고, 더불어 후배들에게 약속했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3장이나 얻어내는데도 성공을 하였다.


 


예상한 일이었지만 놀라웠고 감동 그자체였다.

모두가 김연아의 우승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이틀전 열린 쇼트에서 지나치게 편파적인 평가를 받은 이후. 혹시라도 그녀의 마음이 흔들려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기우에 불과하였다.

김연아의 레미제라블 연기는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스포츠를 예술로서 승화시킨 걸작 중의 걸작이었다.

웅장함과 애잔함을 동시에 표현해내며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그녀의 풍부한 연기력과 이전보다 더욱 안정화된 스킬들은 관중과 시청자 뿐만 아니라 심판들의 마음을 동하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결국 프리 예술점수에서는 73.61점을 기록하며 밴쿠버 동계올림픽때보다 1.85점 높은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하였고, 심판 9명 가운데 3명은 메이저 대회 사상 처음으로 10점 만점을 주기도 하였다. 그녀는 또한 7개의 점프를 포함하여 12개의 기술 요소에서 모두 가산점을 받았는데, 가산점으로만 무려 16.51점을 받아 경쟁선수들을 압도하였다.


 


결과적으로 김연아 선수가 2013 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일인지 모르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과정은 결코 녹녹치가 않았을 것이다.

특히나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의 경우 13개의 기업이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중에 10개의 스폰서가 일본기업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압도적인 스폰서 기업의 수만 보더라도 이번 대회의 돈줄을 일본이 책임을 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입김은 전방위적으로 강력하게 작용을 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직접적으로 눈에 보일리 만무하다. 하지만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면 암묵적으로 일본선수들이 혜택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하지만 어디에도 증거는 없었다. 그저 특정 선수가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로 인하여 조금이나마 혜택을 받은것 같다는 심증만 남아 있을뿐.


김연아가 마지막 순서로 등장하면서 잠시 웜업을 하는 동안 그녀의 주위를 둘러싼 스폰서 일본 기업들의 광고들이 화면에 비춰졌을때의 압박감이란 상당했다. 그 넓은 빙판을 둘러싸고 있는 광고물들이 마치 그녀를 옥죄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전에는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인데 이번 대회에는 유난히도 압박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결국 김연아는 그 모든 압박을 혼자만의 힘으로 이겨냈다. 그것도 상대방이 두번 다시 김연아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을만큼 압도적으로 완벽하게 말이다. 혹시나 다음 기회에는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라는 미련 따위를 갖지 못하도록 처절하게 응징하는 것처럼 보여 통쾌하기까지 했다.


 


김연아의 우승을 한층 더 빛내주었던 캐나다 합창단의 애국가 합창은 감동 그자체였다.

보통 녹음된 반주로 들려주던 방식이 아닌 30여명의 캐나다 합창단이 라이브로 애국가를 불러주었는데, 음정 박자 뿐만 아니라 그녀들의 발음은 무척이나 또렷하고 정확했으며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임해주어 시청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마치 김연아 선수 덕분에 융숭한 대접을 함께 받는 기분이어서 짧은 순간 가슴벅차기까지 했다.

현지 합창단이 우승한 선수의 국가를 현장에서 직접 불러주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인데, 물론 우승후보 몇몇 국가만 집중적으로 연습을 했다고 전해지고는 있지만 캐나다의 이러한 세심한 배려는 김연아의 우승이 더욱 눈부시게 빛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여담이지만 당연히 김연아가 우승할 것을 예견하고 다른 국가보다 더 많은 연습을 해주어서인지는 몰라도 그녀들의 애국가 부르는 실력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는데 트위터를 통해서 전해지는 얘기로는 약 두달간 애국가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고 한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김연아에게 참으로 중요한 동기부여를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경기를 마친 이후 기립박수를 보내주는 관중들을 향한 그녀의 시선은 기쁨과 환희에 가득 차 있었고, 자신이 지금 무엇을 위해 이토록 고통스러운 길을 또다시 내달리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뚜렷한 해답을 얻어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이후 이렇다 할 동기부여가 없던 탓에 잠시 방황하던 시간도 있었지만, 좋았던 기억보다는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던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서 압도적인 우승을 거둠으로써, 잠시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다시 한번 세계를 향하여 날아오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김연아 선수가 오늘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비록 남은 시간들이 지금까지 걸어온 것보다 더욱 험하고 외로울 수도 있겠지만,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응원하고 있으며 당신의 모습을 보며 함께 감동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먼발치에서 응원밖에 할 수는 없겠지만 누구보다 김연아 선수가 행복한 스케이터로 남을 수 있기를 오늘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래본다. 


<해당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SBS 2013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