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3. 8. 07:30



박철영(김승우 분)을 죽음에 이르게 한 유중원(이범수 분)의 정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아이리스2>는 반전의 기회를 엿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한 자릿수 시청률이라는 쓰디쓴 결과뿐이었다. 시청률이 모든 것을 나타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초반보다 점점 하락세로 곤두박질 치고 있는 시청률을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기도 어려워졌다.  


초반 무서운 기세에서 점점 김이 빠져버린데는 몇가지 크고 작은 이유들이 있었다. 정확하지 않은 고증과 일부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심심치 않게 보이는 옥의 티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그나마 어울리지도 않는 OST의 남발, 그리고 전작 <아이리스1>의 스토리 답습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물론 이 정도는 애교로 그냥 넘어가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텐데, 아마도 시청자들이 <아이리스2>에 걸었던 기대가 그만큼 컸기에 그 실망감은 배가 되고 있는 것만 같다.


게다가 최근에는 머리에 총상을 입어 기억상실증에 걸린 정유건(장혁 분)이 아이리스의 착한 사냥견이 되어 이전에 보여주었
던 화려한 액션마저 상실되어 보는 재미 또한 사라져 버린지 오래이다. 긴장감 넘치고 화려한 액션이 넘쳐나도 부족할 판인데 이제 그런 첩보액션물의 길에서 벗어나 도무지 무슨 장르의 드라마인지 가끔 잊어버릴만큼 <아이리스2>는 심심하고 지루해졌다. 그저 뻔한 스토리의 전개가 이어지면서 무대만 여기저기로 정신 산만하게 바뀔 뿐 극적 긴장감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쯤이면 손에 땀을 쥐고 브라운관을 뚫어져라 봐야할텐데 오히려 졸음이 밀려올 지경이니 참으로 큰일이다.

한 시간을 꼬박 드라마를 지켜보았지만 머릿속에 인상깊게 남는 장면 또한 특별히 없다는 사실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게 되었다. 물론 이번 <아이리스2> 8회를 통해서 한가지 확실하게 남는 부분이 따로 있기는 하다.


 


지급된 카메라와 핸드폰을 꺼내라는 친절하고 다정한 본부의 연락을 받은 수연(이다해 분).

그녀는 시키는대로 아이리스의 은신처로 향하는 그 긴박함 속에서 카메라와 핸드폰을 번갈아 들며 주변 정보를 본부로 보내주었다. 분명 잠깐 스쳐지나가도 될 장면이었지만 친절하게 제품의 세부기능까지 시청자들에게 선보여주면서 시연을 하는 수연은 배우가 아닌 CF나 홈쇼핑 모델로 보일 뿐이었다.

그녀가 지금 혈혈단신으로 적진의 은신처로 잠입하는 스릴있고 긴박감 넘치는 장면이었지만 카메라 앵글은 그저 제품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드라마 초반부터 내내 눈쌀을 찌푸리게 했던 과도한 PPL은 이번 8회에서는 절정을 넘어 대폭발을 이루었다.

이제는 어떤 새로운 것이 나오기만 하면 또 PPL인가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배우의 호흡과 표정을 보며 몰입하기에도 부족할 판에 산발적으로 터져나오는 PPL때문에 시청자들은 김이 새버린다.

굳이 그 장면에서 카메라와 핸드폰을 꺼내들며 신기능을 선보여야 했을까?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카메라나 핸드폰의 세부기능을 만지작 거리는 대신에 호흡이 가쁠만큼 빠르게 진행됐어야 한다.

하지만 카메라는 제품들을 비추기에 급급했고 덕분에 은신처에 잠입한 수연을 덮치는 아이리스 요원의 습격 또한 지지부진 아무런 긴장감 없이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일본 아이리스의 은신처라는 것을 알면서도 수연 혼자만을 보낸 설정 그자체도 현실성 없고 어처구니가 없는 판인데, 갑작스러운 아이리스의 습격마저도 아무런 감흥없이 끝나버리니 허탈함은 극에 달할 수 밖에 없었다.


 


언급했듯이 이번 8회에서는 카메라와 핸드폰 외에도, 전기자전거와 목걸이, 귀걸이, 초콜릿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만큼 산발적으로 PPL이 이어졌다. 드라마에 집중할만하면 떡하니 모습을 드러내는 제품들때문에 시청자의 입장에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했다. 물론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 전개상 느긋하게 제품들을 비추고 앉아있느니, 차라리 조금이라도 배우들이 열연하는 모습을 맘대로 컷하지 말고 내보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배우들이 눈물을 흘릴만하면 오열을 할만하면 감정을 잡을만하면 멋대로 뚝뚝 끊어버리고 다른 장면으로 휙휙 바꿔버릴 때마다 민망할 지경이다.


8회에서 보여진 정도의 노출 시간이라면 웬만한 CF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더 많은 할애를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청자가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신제품 광고를 보고 있는 것인지 최소한 분간은 할 수 있게끔 적정선은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허우적대는 드라마에서 이처럼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의 과도한 PPL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은 시청자들을 등돌리게하는 지름길일 뿐이다. 시청률 회복은 커녕 조기 종영을 염두해 두어야 할 날이 머지 않을 수도 있으니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시청자들이 무조건적으로 PPL을 거부하고 외면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그 정도가 지나치고 드라마 전개상 구태여 보여줄 필요가 없는 무분별한 PPL을 싫어하고 지양할 뿐이다.

<아이리스2>와 동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그겨울 바람이 분다>에서는, 얼마전 조인성과 송혜교의 그림같은 PPL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두 배우 모두 자신이 모델로 나서고 있는 제품들이 드라마속에서 버젓이 보여졌지만 웬일인지 그 흐름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진행되었고,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눈쌀을 찌푸리는 대신에 배우나 광고주 모두 호감도가 상승하는 윈윈효과를 얻게된 것이다. 이와 같이 PPL은 적절하게만 사용이 된다면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고 오히려 관심의 대상이 얼마든지 될 수가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지켜보는 시청자에게 세뇌를 시키듯 반강제적으로 보여지는 PPL들은 광고효과는 커녕 비호감만 늘어날 뿐이며 종국에는 채널을 돌려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시청자들이 많이 봐야 광고효과도 커질텐데 채널이 돌아가고 모두가 떠나버리면 그 책임은 누가 질것인가?


물론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PPL을 완전히 떼어놓고서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이리스2> 제작사 측에서는 부족한 제작비를 PPL로 충당할 수 있는 숨통이 트이는 것이고, 광고주 입장에서도 화제가 되는 드라마속에서 자신들의 제품이 조금이나마 더 많은 시간동안 보여지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언급했듯이 조화롭고 적정선만 지켜진다면 윈윈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도를 지키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안겨주면서까지 무리수를 두는 것만큼 미련한 짓은 없을 것이다. 드라마 전개와는 아무런 관련없는, 마치 PPL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장면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노골적이고 무의미한 제품의 나열들은 시청자들에게 스트레스만 안겨줄 뿐이다. 이제 <아이리스2>에서도 보여줄만큼 충분한 PPL들을 선보여 주었으니 앞으로는 절제의 미덕을 제발 보여주기를 바래본다.


<해당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아이리스2">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