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2. 21. 09:54

아이리스2가 한 주만에 수목극 시청률 선두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이 모양새가 참으로 오묘하다.

정상에 힘겹게 오른 이를 누군가 억지로 잡아 끌어내리거나 경쟁자들에게 밀려났다기 보다는, 그저 정상에 서 있을만한 힘이 없어 스스로 포기하고 내려와 버린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예능프로그램이 아닌 드라마의 시청률은 오르기도 어렵지만 떨어지기 시작한 것을 다시금 원상복구하거나 그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임을 시청자 뿐만 아니라 제작진 모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 시청자들은 아이리스2로부터 완전히 마음을 접어버리지는 않았다. 드라마를 향한 애정이 너무나 크기에 섭섭함과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일뿐이다.

실전을 방불케하는 장혁과 이범수의 액션, 서로 선보이는 모습은 다르지만 두사람의 진지하고 열정적인 액션만큼은 아이리스2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든든한 버팀목이며, 또하나 독버섯과도 같은 임수향의 치명적인 매력과 극의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호연은 시청자의 발목을 여전히 붙잡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만의 힘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잡고 버틸 수 있을까?


언급했듯이 아이리스2는 한 주만에 시청률 경쟁에서 밀려버렸다. 근소한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첫방의 무서운 기세를 떠올려 본다면 이것은 분명 밀린 것이 맞는 표현이라고 본다. 왜 시청자들은 한 주만에 채널을 돌려버렸을까? 드라마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한순간 채널을 돌려버리는 이유는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어제까지 4회분을 내내 지켜보면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되짚어 본다면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아이리스2는 본방이 시작되기전 지난 방송분을 친절하게 정리해주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하이라이트 영상과 함께 이제는 배우들이 직접 내레이션에 참여하여 극의 몰입도를 높여준다는 기사를 보았다.

물론 이것은 지난 방송을 보지 못했거나 아예 시청을 하지 않고 있던 시청자들을 위한 제작진의 배려일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이런 되새김질은 조금 짜증날 수도 있다. 지난 방송분 마지막 장면, 최고조로 긴장감을 안겨주었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바로 그 다음 장면이 오늘 본방에서 지체없이 곧바로 이어지길 바라지만, 아이리스2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지난 방송분이 장황하게 보여지고 있노라면 그 숨막혔던 긴장감은 다소 김이 빠져버리게 된다. 열심히 본방사수를 하고 있는 애시청자로서 이런 김빠짐은 허탈함으로 이어지고 아쉬움마저 든다.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2회분 마지막 장면은 현우(윤두준 분)가  우연히 레이(데이비드 맥기니스 분)를 발견한 뒤 추적하는 것 그리고 유건(장혁 분)과 수연(이다해 분)이 나란히 걷는 도중에 아이리스의 저격수가 유건을 노리는 장면이었다. 당연히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를 수 밖에 없는 엔딩이었다. 벌써 장혁이 저격을 당하나? 

다음 장면이 어떻게 이어질지 시청자는 궁금하고 아쉽지만 즐거운 기대와 상상을 하며 한 주를 기다린다. 


그런데 3회분의 시작이 이상했다. 제작진의 편집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전보다 더욱 길게 약 3분 가까이 지난 방송분을 되짚어 보는 것으로 시작하여, 현우가 레이를 미행하던 것을 회상하는 장면이 다시한번 나오고 그 이후에야 비로소 2회분 말미에서 보여졌던 바로 그 장면. 장혁을 노리는 저격수의 모습이 등장한 것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드라마가 시작하고 나서 약10여분이 지난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본방으로 봤기 때문에 순간 착각을 한 것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2회분의 마지막 장면, 그 심장이 터져버릴 듯한 긴장감이 바로 3회분 시작으로 곧바로 이어져야 할텐데 상당 시간이 지난후에야 이어진 것이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저격수는 실제로 장혁을 향해 저격을 시도한 것이 아닌 그저 피융~하며 장난을 친것에 불과했다.

당연하다. 주인공이 벌써부터 저격을 당할꺼라 생각했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 아닌가?

하지만 2회분의 긴장감을 한 주동안 가슴에 품으며 기다려 왔는데, 허탈함은 숨길 수가 없었다.



3회분의 액션이 너무나 숨가쁘게 이어져 온 탓일까? 4회분에서는 빠른 전개보다는 주위를 다시한번 환기시켜주는 분위기가 내내 이어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여전히 유건과 수연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는 어김없이 등장하였다. 매회마다 이어져온 달달한 모습들, 이제는 잠시동안 보여주지 않아도 뭐라 할 시청자는 없을텐데, 게다가 4회분에서는 급기야 진한 러브신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아이리스2에서 유건과 수연의 러브라인은 이미 성사된 채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보통 남녀의 사랑이 완성된 채 이야기가 시작되면, 두 사람이 자의든 타의든 멀어지는 계기가 분명 나오게 된다.

아무런 갈등없이 러브라인이 지속된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유건은 아이리스의 공격을 받아 머리에 총상을 입은채 실종된다는 설정이 이미 알려져 있다. 유건이 실종된다면 홀로 남은 수연은 그를 그리워하며 가슴아파할 것이다. 곁에서 두 사람의 사랑을 내내 지켜봐왔던 현우는 수연의 아픔을 나누게 될 것이고, 수연은 현우에게 자연스레 마음의 문을 열게 될 것이다.

조금은 진부한 스토리일까?

예상이 되는 그림이긴 하지만 제작진이 다소 진부한 설정을 어떻게 그려나가게 될지 오히려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아마도 아이리스2의 승부처는 박진감 넘치는 첩보액션보다도, 앞으로 세 사람의 애증의 관계가 얼마나 식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나가게 될 것인가에 있지 않을까?

액션은 이미 분에 넘치도록 만족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애틋하고 가슴 절절한 남녀의 이야기이다.

왜 첩보액션물에서 사랑타령을 기대하느냐 반문하는 이가 있겠지만, 생사를 넘나드는 요원들 사이에서 그려지는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언제보아도 질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시청자들은 아이리스2를 향해 거는 기대감이 남아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열연을 하고 있는 배우들의 진정성 만큼은 시청자들 역시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리스2  제작진이 1편의 내용을 재편집하여 내보냈다는 기사를 보았다.

시청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잡아보기 위한 제작진의 불가피한 선택과 지극한 정성이 없었다면 불가한 일이다. 

그런 유연함과 열정이 있는만큼 앞으로 남은 방송에서만큼은 지금보다 좀 더 시청자의 마음을 헤아려 주기를 욕심내본다.


<해당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 KBS2 "아이리스2">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