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2. 2. 3. 09:30








<해를 품은 달>에는 중견연기자들의 비중도가 여타의 사극과 비교해서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닙니다.
대왕대비역을 맡고있는 김영애나 영의정 김응수 그리고 국무역의 전미선 정도가 언뜻 떠오를 뿐입니다.
이들은 드라마 전반에 걸쳐서 갈등과 긴장감을 이끌어가는 핵심인물들이긴 하지만 역할에 비해 한 회당 출연하는 분량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비중과는 무관하게 이들이 펼치는 명품연기는 드라마의 집중도를 높여주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기에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사람, 이들보다도 상대적인 비중도가 더욱 떨어지는 역할을 맡고 있긴 하지만 등장하는 장면마다 가슴뭉클함을 전해주는 이가 있으니. 바로 연우의 어머니 정경부인 신씨역을 맡고 있는 양미경입니다.

<대장금>에서 수랏간 한상궁 역을 맡으며 자애로운 스승의 역을 맡으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것이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르는 양미경의 사극 연기는 참으로 인상이 깊습니다.
사극에 특화되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외모에서 느껴지는 이미지 뿐만 아니라, 대사처리와 시선 하나하나까지도 그녀의 연기는 어느것 하나 흠 잡을데가 없습니다. 해품달에서 연우의 어머니로 극중 비중도가 적은 탓에 그녀의 연기를 충분히 느끼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간간히 등장하여 자식을 그리는 애틋한 모습만큼은 드라마 전반의 퀄리티를 한층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연우가 세자빈 간택을 앞두게 되어 궁중법도를 직접 가르치는 장면에서, 그녀는 혹여라도 닥칠지 모를 딸의 불행함을 미연에 막기 위해 엉터리로 예절을 가르칩니다.
실소가 나올법한 장면이기도 했지만 연우를 꼭 안아주며 앞날을 염려하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따뜻한 모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우가 저주를 받은 이후 사택에 머무르며 생사를 넘나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의원에게 제발 딸아이를 살려달라며 간절한 부탁을 함과 동시에 윽박지름을 번갈아가며, 급기야 제 성을 이기지 못하고 실신하는 모습에서는 드라마가 아닌 실제상황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양미경의 연기는 완벽해 보였습니다.

어느덧 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자신의 딸이 죽은줄로만 알고 살아가고 있는 신씨.
액받이 무녀 월로 살아가고 있는 연우가 임금의 오해를 산채 옥에 갖히고 고통을 겪고 있는  그 순간, 신씨는 꿈속에서 연우와 조우하게 됩니다.
꿈에서 본 연우는 웬일인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슬픈 얼굴을 하며 그저 강녕하시라는 말만 전할뿐이었습니다.
추운날 얇은 옷만 입은채 초췌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난 자식의 모습을 본 어미의 심정이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꿈에서 깨어난 신씨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대로 별당으로 찾아가 딸의 모습을 그리며 오열합니다.
꿈속에서나마 볼 수 있어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일이었지만 너무도 애지중지 키운 딸을 하루아침에 잃게 된 어미의 심정을 그려내는 양미경의 모습이 보여지는 순간에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애써 잊으려 노력해보았지만 마음속에 품은채 살아온 지난 세월이 떠올라 신씨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떠나간 딸을 그리워합니다.
등장하는 장면의 대부분이 오열하며 눈물을 쏟아내는 연기로 일관되고는 있지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철저하게 적정선을 지켜내며 자식을 잃은 어미의 연기를 펼쳐가는 양미경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해품달 초반, 아역연기자들의 연기가 호평을 받았던 이유 중의 하나는 그들의 연기속에서 애틋함이란 감정을 느껴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서 좀처럼 느껴보기 힘든 애틋함이란 어려운 감정선을 어린 연기자들이 너무나 잘 표현해 내주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들의 연기에 매료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성인연기자로 전환된 이후, 좀처럼 그때의 그 느낌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인물들간의 극적인 만남의 연속이 이어지고 있지만 웬일인지 가슴먹먹해지는 애틋한 느낌을 전해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짧은 순간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자식을 그리는 신씨에게서 그러한 애틋함을 느낄 수 있어 그녀의 연기가 더없이 소중하기만 합니다.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연 못지 않게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력 또한 있어야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떠올려본다면 해품달에서 비록 눈에 띄지 않는 역을 맡고 있지만 양미경의 존재감은 절대로 외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잠시 한눈을 팔면 놓칠 수 있을만큼 짧은 장면에서조차도 시청자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고 눈시울을 적시게 만드는 그녀의 애달픈 연기는 역시 양미경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 뿐입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