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2. 1. 20. 10:36









아역연기자들의 열연이 무척이나 눈부셨던 <해를품은달>에 드디어 성인연기자들이 등장했습니다.
차마 아역이라 할 수 없을만큼 최고의 연기를 펼친 그들의 바통을 뒤이어 받은 성인연기자들이 과연 얼마만큼 부담감을 이겨내고, 이질감없이 드라마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성인연기자들이 등장한 6회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첫등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섣부른 예단과 기우는 잠시 접어두고 앞으로 펼쳐질 그들의 열연 또한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해품달에서 가장 매력있는 인물을 꼽아보라면 사견이지만 바로 양명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양명은 이훤보다 두살많은 이복형으로 희빈 박씨의 소생입니다. 이훤 다음으로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왕자였기 때문에 그의 존재는 언제나 위협적으로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성품이나 총명함에 있어서도 결코 이훤에게 뒤지지않을 만큼 완벽한 모습이기에 그를 견제하는 세력들은 한시도 방심의 고삐를 풀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궐안에 머무르는 대신 팔도를 돌아다니며 견제세력의 시야에서 스스로 잊혀지기 위해 몸부림치며 어린시절을 보내왔습니다.
사내다운 호탕함 그리고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슬픔까지도 모두 연기해 내야하기 때문에 양명이란 인물은 참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게다가 어린시절 양명군의 역할을 너무도 매력있게 소화해 낸 이민호의 연기에 대해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그 어느때보다도 정일우의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인연기자로의 전환에서 양명군의 역할을 맡은 정일우의 등장은 우선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정일우가 등장하는 장면이 순간 최고 시청률을 거두었던 것만 보더라도 시청자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얼마만큼 큰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기대감을 충분히 채워주고도 남을만큼 유쾌하고 익살맞은 모습으로 시청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합방날을 받은 민화공주의 설레임을 단박에 깨뜨리며 놀려먹는 그의 장난스러운 표정은 앞으로 정일우의 연기에 기대를 걸어도 실망하지 않을거라는 기대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훤이 임금의 자리에 오른 이후에도 여전히 양명군은 팔도를 돌아다니며 유랑생활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습관처럼 해왔던 방랑생활이 이상할 것도 없지만 그 때와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금은 자신에게 줄을 닿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뇌물을 손에 든 채 집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양반가들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방랑생활이었지만 양명은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지난 슬픔을 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양명군에서 대감이란 말을 듣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연우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 그의 애잔한 슬픔은 허염과의 대화 속에서도 여실히 잘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자네 궁금하지 않은가. 살아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자네와 나는 이렇게 세월을 먹어가는데, 내 기억속에 자네 누이는 여전히 13살이군."

곁에서 지켜주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 한스럽고 원망스러운 양명의 마음속에 연우는 예전 그대로였습니다.
잊으려 애를 써보기도 했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었고 그렇게 허염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먼 하늘 바라보며 떠나간 연우의
자란모습을 애써 그려보는 양명의 두 눈에는 그저 슬픔만이 가득할 뿐이었습니다. 
무심히도 세월은 흘러 이제는 기억속에 희미해져버린 연우였지만, 그녀를 떠올리며 다시한번 깊은 슬픔에 잠기는 정일우의 눈빛연기때문에 무척이나 마음아팠던 장면이었습니다.



허염과 헤어진 양명군은 홀로 길을 걷는 와중에 상상 속에서 연우와 조우하게 됩니다.
이제는 상상속에서 밖에 만날 수 없는 그녀는 여전히 마지막으로 보았던 어린시절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리고 또 언제나처럼 연
우는 이훤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곁에서 지켜주라며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 연우의 마음이 내심 섭섭한 양명이었지만, 그것은 어찌보면 양명군을 위한 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왜 연우를 지켜주지 못했느냐며 원망의 목소리를 토해내고 돌아선 양명군, 세월이 흘렀지만 언제나 그 마음 한 구석에는 이훤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남아있었을 것입니다. 자신보다 더 마음이 아팠을 이훤에게 차마 위로의 말을 건네지는 못할 망정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며 야멸찬 말을 내뱉었던 지난 세월이 언제나 양명군에게는 마음 한구석 응어리처럼 맺혀있었던 것입니다.
많은 세월이 흐르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이훤의 곁을 지켜주라는 연우의 당부는 오히려 양명군을 걱정해주는 그녀의 애달픈 마음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훤이란 해에 가려져 슬픔을 간직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빛이지만, 그 슬픔속에서도 밝은 빛을 내고 있는 양명군의
연기를 과연 정일우가 어떻게 그려나갈지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당장에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정일우의 슬픈 두 눈에서
흘러나오는 애잔한 연기가 쉽사리 잊혀지지 않아 벌써부터 다음회가 기다려지기만 합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