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2. 1. 11. 11:37











<브레인>의 강훈과 상철이란 케릭터를 신하균과 정진영이 아니었다면 또 누가 감당해 낼 수 있었을까요?
이제 종방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너무나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입니다.
물론 지켜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두 사람의 신들린듯한 연기를 보는 것은 크나큰 기쁨이지만, 그들이 한 인물을 완성해내기까지
얼마만큼 피나는 각고의 노력을 했을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것만 같습니다.
단순히 대본을 외우고 습관처럼 해왔던 연기가 아닌 인간의 깊은 내면을 끄집어내어 시청자의 눈앞에 선사해주는 두 사람의 연기
혼은 아무리 찬사를 보내도 부족할 것만 같습니다.

마침내 상철(정진영 분)은 강훈(신하균 분)에게 자신의 뇌수술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 한가지를 걸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상철의 뇌를 열고 종양이 보이는 그 순간, 마취에 잠들어있던 자신을 깨워 뇌를 보여달라는 요구였습니다.
누구보다 뇌수술 중간에 마취상태를 깨우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상철은 강훈에게 무리한 요구를
건넨 것입니다.
너무나 터무니없고 황당하기까지한 상철의 요구에 강훈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상철의 요구는 그저 억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상철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마음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세월 그토록 자신을 욕망에 춤추게 하고 때로는 죄책감에 몸부침치게 했던 자신의 뇌,
수많은 연구를 가능하게 하고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했던 그 뇌를 상철은 너무나 간절하게 보고 싶었습니다.
목숨이 끊어진다해도 단 1초만이라도 자신의 뇌를 볼 수만 있다면 상철은 당장에라도 눈을 감을 각오가 되어 있었습니다.
평소 상철은 뇌는 사람의 마음 그 자체라 굳게 믿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신이 아닌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유일하게 만질 수 있는 뇌신경외과의사라는 것을 자부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자신의 뇌를 스스로 직접 열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너무나 이기적이며 독선적으로 살아왔던 자신의 마음을 한번만이라도 두 눈으로 보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비록 절체절명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되는 마지막 순간이 될지도 모르지만, 상철은 강훈을 통해서 자신의 과거모습을 보게 되었고
강훈이라면 충분히 자신에게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죽음과도 맞바꿀만큼 고통스럽게 했던 지난 기억,
강훈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간 자신의 과오까지도 직접 강훈에게 꺼내어 보여주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수술실로 들어온 상철은 마지막으로 강훈에게 유언과도 같은 한마디를 건넵니다.
"수술하다가 잘못돼도 그건 이선생 탓이 아니야. 자책하지마. 갈만해서 가는거야."
상철은 혹여라도 자신의 수술이 잘못되어 강훈이 곤경에 처할뿐만 아니라 자신처럼 자책하며 또다시 고통의 시간을 보내지는
않을까 염려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강훈은 상철이 혹여라도 노파심에서 건넨 것이 아닌 진심으로 무엇을 걱정하고 염려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상철의 진심이 담겨있는 마음을 건네받은 강훈은 수술을 위해 머리카락을 다듬어야 하는 순간, 자신이 손수하겠노라 나섰습니다.
아직 용서를 허한것은 아니지만 상철의 마음을 곡해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강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원수라 생각하며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지만, 지금은 반드시 살려내야하며 스승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지키고자
한 강훈의 마음은 그래서 더욱 서글프고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강훈은 수술대에 오른 상철에게서 돌아가신 엄마의 모습도 잠시나마 보았을 것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을 염려해주며 두 손을 꼭 잡아주었던 엄마의 모습과 지금 눈 앞에 있는 상철의 모습은 너무나 흡사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살려내고 싶어했던 엄마였지만, 언제나 최고라 자부해왔던 그 마저도 살려낼 수
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삶을 먼저 살아온 또 한사람의 생명이 자신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과연 강훈이 상철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았던 부탁을 들어주고 생사의 기로에서 그를 살려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불보듯 뻔한 결말이라 예상해볼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예상을 깨는 두 사람의 연기혼이 어떤 그림으로 대미를 장식하게 될지 벌
써부터 다음주가 기다려집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