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2. 1. 2. 10:43










자신의 이름을 걸로 오른 무대.
물론 1위에 올랐다면 더없이 기쁨으로 가득했겠지만, 중위권에 머무른 김경호는 자신의 무대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아쉬움도
실수도 없었다는 자평을 밝히며 어느때보다 후련하고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백지영의 <사랑안해>는 쉽지 않은 노래였습니다.
단순히 가녀린 고음이 지속되는 것 때문이 아니라 가사속에 녹아있는 슬픔과 애절한 감성을 전하는 것이 남자로서는 쉽지 않았
기 때문입니다.
두번 다시 사랑안해라고 절규하는 몸부림을 남자의 목소리로 어떻게 표현해 내야하고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하는지에 대한 고찰은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김경호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김경호는 너무나 훌륭하게도 자신이 마음속으로 그려왔던 무대를 대중들에게 선사해주었습니다.


전혀 다른 모습 두가지를 모두 보여주겠다라고 호언장담한 김경호.
그 어느 무대보다도 그의 비장한 각오와 함께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1절은 섬세하고 가녀린 여자의 음성으로 2절은 거칠고 굵은 남자의 음성으로 소화해낸 김경호의 <사랑안해>는, 어찌보면 욕심이
과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다소 무리한 도전은 아닐까라는 걱정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우는 그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혼자 불러도 혼성 듀엣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국내 몇안되는 가수라 소감을 밝힌 김태훈 자문위원의 평이 다소 비아냥거리는 듯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만큼 웬만한 내공이 아니고서는 감히 흉내내기조차 어려운 일이란 것을 애둘러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 김경호라는 가수가 왜 굳이 백지영의 곡을 선택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김현철 자문위원의 평은 혹평
에 가까웠지만 그가 한가지 놓친 것이 있었습니다.



조금 다르게 생각해본다면 두가지의 목소리를 내어 부른 김경호의 <사랑안해>는 여성과 남성이 마치 서로를 마주보며 얘기를
나누는 듯한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었습니다.
듀엣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서로가 서로를 향해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며 절규하는 느낌을 전해받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두가지의 목소리로 나누어 부른 덕분에, 두번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노라 절규하는 이유가 같은 가사였지만 여성과 남성
의 서로다른 생각의 차이를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바이브 윤민수와 장혜진이 부른 <그남자 그여자>라는 곡을 알고 계신다면 김경호의 <사랑안해>를 조금은 이해하기 쉬울 것이
라고 생각합니다. 동일한 가사에 남자와 여자만을 바꾸어서 부른 <그남자 그여자>는 호소력 짙은 윤민수와 장혜진의 애절하고 비장함이 느껴지는 노래입니다. 물론 김경호가 부른 <사랑안해>와는 시점과 상황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혼자서 두가지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같은 맥락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혼돈되었고 가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라는 김현철의 지적은 단순히 1절과 2절에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를 사용했다라는 겉모습
만 보고 내놓은 졸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아예 한쪽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라는 그의 의견은, 김경호가 수많은 노래를 제쳐두고 굳이 왜 백지영의 노래를 선곡했는
지에 대해 전혀 짐작조차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여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평이었습니다.
두개의 목소리가 혼란스럽지 않았나라는 지적을 내놓기에 앞서서 김경호가 왜 무리를 하면서까지 두개의 목소리를 내어 무대에 올랐는지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김현철의 평은 그래서 공감이 되지 못했습니다.

방송이 나간 이후 김경호는 공식홈페이지에 새해인사와 함께 짧게나마 자신의 이번 무대에 대한 의견도 남겨놓았습니다.
언제나처럼 겸허하게 모두의 의견을 받아들이며 변명하지 않는 그의 모습이 좋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후회를 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잘할 수 있는 것만 골라서 순위만 생각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음악에 대
한 자부심과 함께 음악인으로서 단호하고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언제나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으며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김경호의 마음을 좀 더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끝으로
가져봅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