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1. 12. 31. 07:00









어깨를 늘어뜨리며 힘없이 뒤돌아서 걸어가는 엄마의 낡은 신발.
한없이 달콤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신하균과 최정원의 풍선껌 키스.
엄마의 마지막 선물이 되어버린 옷장 속 잘 정돈된 셔츠.
끼니거르는 아들의 건강이 염려되어 언제나 정성스럽게 준비해두는 페트병 속 사골국물. 
그리고 병원에서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연결고리가 되어준 코코아까지...
<브레인> 안에는 신하균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을 고스란히 대변해주는 여러가지 소품들이 등장하여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비록 사물은 아니지만, 결정적인 순간 신하균의 두 손은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소리없이 전하고 있어 극의 재
미를 더욱 배가시켜 주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언제나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강훈의 눈빛은 너무나 강렬하고 인상깊지만, 결정적인 순간 두 손
을 타고 흘러내리는 감정연기만큼은 섬세하고 내공깊은 신하균의 연기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있습니다.
분노, 사랑, 복수, 공포 등등 다양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훌륭히 소화해 내주고 있는 신하균의 손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는 것도
<브레인>을 애청하는 좋은 방법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연구에 몰두하던 지혜(최정원 분)는 실수로 손가락에 작은 상처를 입게 됩니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두리번 거리고 있는 지혜곁으로 조용히 구급상자를 들고온 강훈(신하균 분)은 신경외과의가 산만해서 어
떻게 하느냐며 타박을 하지만, 지혜의 손가락을 정성스럽게 소독하고 반창고까지 직접 붙여주는 것을 잊지 않는 그의 손 끝에는
이전과는 다른 염려와 애틋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언제나 강훈을 바라보고 있지만 눈길 한번 제대로 맞춰주지 않는 강훈에게 내심 섭섭한 마음을 안고 있었던 지혜는, 언제나 무뚝
뚝하고 차갑기만 한 강훈이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다는 애틋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임상실험을 위한 대기업의 금전적인 지원을 철저하게 거부하는 상철(정진영 분).
하지만 연구를 거듭해 나갈수록 더욱 큰 비용이 필요한 시점에 맞물려 자칫 연구가 지연되게 될 위기에 처합니다.
한시라도 빨리 엄마의 치료약을 개발해 내야하는 강훈은 상철에게 기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기를 권유해보지만,
상철은 자신이 생각해왔던 방법대로 천천히 해 나갈것이라며 그의 애절한 부탁을 야멸차게 외면합니다.
게다가 안절부절하는 강훈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는 커녕, 되는 것이 있고 안되는 것이 있다는 차가운 한마디만을 남겨놓
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갈 길을 가버립니다.
상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강훈은 주먹을 움켜쥐며 힘겹게 분노를 삭혔습니다.
당장에라도 달려가 그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후려치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엄마의 생명이 달려있는 절박한 이 순간 자신이
믿고 의지할 사람은 바로 상철 밖에 없기에 그저 그의 뒤에서 힘주어 주먹을 불끈 쥐어보는 것 외에는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머지않은 엄마와의 이별의 순간은 숨가쁘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결국 직접 엄마를 수술해야 하는 절박함과 공포를 마주하게 된 강훈은 살갗이 벗겨나갈만큼 거세게 자신의 두 손과 팔을 연신 닦
으면서, 살릴수 있다 반드시 내가 살려낸다라는 자기암시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마음속으로 외쳐댑니다.
지금 이 순간 믿고 의지할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강훈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당장에라도 문을 박차고 나가 도망쳐버리고 싶을만큼 무섭고 겁도 났지만, 엄마의 목숨을 살려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
이란 것을 알기에 그는 이를 악물고 용기내어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그도 역시 사람이기에, 자신의 가족을 직접 수술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막상 엄마가 누워있는 수술대 앞으로 다가선 강훈의 손은 자신도 모르게 사시나무 떨듯 미친듯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애써 윽박지르며 메스를 달라고 외쳐봤지만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손을 발견한 강훈은 결국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늦은밤 강훈은 수술을 마친후 잠들어 있는 엄마의 병실을 찾아갑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이별의 순간 앞에서 강훈은 그동안 엄마에게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러웠습니다.
물끄러미 엄마를 바라보던 강훈의 눈에는 힘겹게 살아온 지난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엄마의 거친 두 발이 보였습니다.
강훈은 조용히 엄마 곁으로 다가가 두 발을 꼭꼭 주물러 주었습니다.
차마 고생하셨다며 어깨를 주무르지는 못한채 그저 잠들어 계신 동안 몰래 두 발이라도 주무르며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미안한 마
음을 대신 남겨두었습니다.

그러나 자존심도 내팽개쳐 버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엄마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 하였지만, 결국 엄마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이 찾아와 버렸습니다.
임박해오는 임종의 순간 강훈과 동생 그리고 엄마, 이렇게 세 사람은 두 손을 꼭 맞잡으며 마지막을 함께 하였습니다.
그렇게 아들의 곁에서 두 손을 맞잡으며 떠날 수 있어서 엄마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반면 강훈은 자신을 두고 먼저 떠나가는 엄마가 야속하고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극한의 슬픔은 그의 눈에서 눈물조차 흐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수목장을 마치고 돌아온 강훈.
그동안 본의아니게 자신때문에 고생을 한 지혜에게 강훈은 데이트 약속을 무심히 전하였습니다.
너무나 뜻밖일 수 밖에 없는 강훈의 약속에 지혜는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짓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강훈에게 달려갑니다.
그리고 절대로 약속한 거 잊지말라며 그녀는 억지로 강훈의 손에 약속시간과 장소를 펜으로 적는 과감한 모습을 보입니다.
강훈은 갑작스런 지혜의 행동이 너무나 낯설고 당황스러워 뿌리치고 싶었지만, 그녀는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은채 결국 강훈의
손에 시간과 장소를 적는데 성공합니다.
겉으로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내심 그런 지혜의 적극적이고 당돌한 행동이 강훈은 무작정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강훈의 손 등에 적혀있는 약속장소와 시간은 그에게 절대절명의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엄마가 정성스럽게 다려놓은 셔츠를 꺼내 입는 강훈.
엄마의 손길이 묻어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거부했던 강훈은 이제 당신의 정성이 한껏 담겨있는 셔츠를 직접 꺼내 입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합니다. 절대로 상철을 용서하지 않겠노라고.
셔츠 단추를 여미며 상철에 대한 복수를 재차 다짐하는 강훈의 모습은 비장했고 날카로웠습니다.
얼음장처럼 차갑게만 보이는 두 손으로 억세게 여미는 셔츠의 단추는 마치 상철의 목을 옥죄는 듯한 기세처럼 거칠기만 했습니다.
이제 강훈에게서는 눈꼽만큼의 너그러움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신하균의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쓸쓸한 그림자까지도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신하균 덕분에 시청자들은 한동안 뇌리 속에 잊혀지지 않는 명품 연기를 보는 호강을 누리고 있지만,
<브레인>이 끝난 이후 앞으로는 웬만한 연기를 보고 감동받거나 몰입하지 못할 것만 같아 벌써부터 그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2011년 KBS 연기대상에서 신하균의 대상 수상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것은 비단 <브레인>을 아끼고 애청해주고 있는 시청자들 뿐만 아니라, 그의 신들린 연기를 매스컴을 통해서 전해듣는 사람들
까지도 그의 수상이 당연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느라 고생했던 신하균의 두 손에 과연 연기대상 트로피가 전해질 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그러나 섣부른 예단은 금물일 것입니다.
신하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연기자들이 자신이 많은 바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기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피땀흘려 노력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누구보다 신하균의 대상수상과 함께 그가 어떤 표정과 말투로 소감을 전해줄 지 너무나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물론 신하균에게 대상의 영예가 주어진다면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고 소름끼칠 수 밖에 없는
명품 연기를 볼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의미가 더욱 클 것입니다.
아직 종방까지 몇회가 남아 있지만 시청자들이 신하균의 연기에 감탄하는 것을 넘어 그의 건강까지도 염려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브레인> 속 강훈이란 인물과 혼연일체 되어버린 신하균, 드라마가 끝난 이후 한동안 강훈으로 살아왔던 그가 온전히 자신의 생
활로 돌아가기까지 또 얼마만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혼란과 고통의 시간을 겪게 될지 벌써부터 염려와 걱정이 앞서는 것은 그
저 기우가 아닐 것입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