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1. 12. 27. 10:15








너무나도 햇살 좋은날.
차마 세상과의 이별인사를 나누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남을 수 밖에 없는 햇살좋은 날 순임(송옥숙 분)은 힘겨웠던
수술을 마치고 아들 딸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였습니다.
비록 휠체어에 몸을 의지할 수 밖에 없었지만, 아들과 함께 공원을 거닐며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순임은 지금
이 순간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듯한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햇살을 아들과 함께 만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순임의 소박한 꿈은 곧이어 마주하게 될 크나큰 슬픔을 예고하는 듯 하여 오히려 더욱 슬프게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의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순임은 강훈(신하균 분)에게 당부의 말을 무심하게 전합니다.
"수목장이라는게 있다네."
"나는 묘지같은거 따로 만들어주지 말고 저런 나무같은 곳에다가 묻어줘."
"열매랑 나뭇잎 되어서 햇볕이나 실컷 먹게."
너무나 태연하게 전하는 순임의 마지막 당부는 고스란히 강훈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이제 곧 다가올 이별의 순간을 알고 있다는 듯이 순임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바램을 아들에게 전하였습니다.
예전같았으면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말라며 윽박지르고 몸서리쳤을 강훈이었지만,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며 강훈은 조용히 그녀의 마지막 유언을 가슴에 새겨놓는 것으로 대신하였습니다.
몸서리칠만큼 햇살좋은날 아들곁에서 해맑게 아이들의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순임은 그렇게 세상과의 마지막 인사를 홀가분하게
전하였고, 이제는 아무것도 더 바랄 것이 없이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결국 순임은 오래지 않아 아들과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힘겹던 삶을 조용히 마무리 지었습니다.
내 자식들을 건사하지 못했던 지난 날들이 서럽고 안타까운 마음에 쉽사리 눈을 감지 못할 것만 같았지만,
세상을 떠나는 이 순간 마지막으로 그토록 내 목숨보다 소중했던 아들과 딸의 손을 함께 만져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순임은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다시는 아들의 손을 따뜻하게 만져보지 못할 것만 같았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지만, 지금 떠나는 내 손을 꼭
감싸쥐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목숨을 살려내보기 위해 모든 것을 참고 감내해 준 아들의 모습은 떠나
는 순임에게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마지막 순간, 순임은 전하지 못한 한마디를 홀로 되뇌이며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우리 아들.. 딸 이제 못봐서 어떡하지... 어떡하지."
"그래도 좋았어. 강훈이 하영이 엄마였자나. 좋았어."
엄마로 살 수 있어서 좋았다라는 그녀의 독백은 너무나 가슴아팠습니다.
자식을 버린 못된 엄마로 오해받으며 살아왔던 지난세월, 하지만 세상과의 이별을 하기전 그 몸서리칠만큼 무서운 오해를 풀고
아들의 곁에서 세상을 떠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순임은 엄마로 살 수 있어서 좋았다라는 말을 남겨놓았습니다.
비록 말로 전하지는 못하였지만, 자신의 두 눈을 바라보고 있는 아들은 자신의 마지막 유언을 모두 알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이대로 떠나는 엄마가 너무나 야속하고 밉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끝까지 곁에서 지켜주고 있는 아들에게 너무
나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엄마를 떠나보내는 강훈의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표현해 낸 신하균의 연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신하균의 연기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그동안 조용히 뒷받침 해 주었던 송옥숙의 명품 연기 또한 <브레인>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또다른 작품에서 그녀의 깊은 연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하
루빨리 찾아왔으면 하는 바램을 끝으로 가져봅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