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1. 12. 28. 10:54













엄마는 강훈의 셔츠가 내심 마음에 걸렸습니다.
가뜩이나 병원일에 치여 끼니조차 제때 챙기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자신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아들의 셔츠 깃마저
구겨져 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병세가 악화되어 몸가누기 조차 힘든 와중에도 순임(송옥숙 분)은 그렇게 강훈의 셔츠를 다리기 위해 몰래 병원을 빠져나오게
된 것입니다.
도대체 어딜 갔다왔냐며 윽박지르는 강훈에게 그저 옷장정리좀 하고 왔노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던 엄마는 아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을 그렇게 정성스럽게 준비해 두었던 것입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이제 누가 그자리를 대신해 줄지 걱정 뿐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이라곤 그저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도록 말끔하게 셔츠를 다려주는 일 뿐이었습니다.




엄마가 떠난 빈자리.
어두컴컴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강훈은 무심코 옷장을 열어본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무나 깔끔하고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는 셔츠가 강훈의 눈앞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픈 몸을 참아가며 정성스럽게 셔츠를 다리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선했습니다.
환자들에게 깔끔하고 신수 훤한 의사소리를 듣게 하기 위해 당신의 손으로 직접 셔츠를 다리며 흐뭇해하는 엄마의 모습이 생생
하게 떠올랐습니다.
모진 세월 아들의 홀대에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간직하며 살아왔던 엄마였지만, 언제나 자신을 위해 매순간 희생을 마다하
지 않았던 엄마가 떠올라 강훈은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채 미워하며 증오하고 살아왔던 지난날, 뒤늦게나마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살려내고 싶었지만 이제는 떠나고 없는
엄마를 그저 그리며 눈물 밖에 흘릴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밉고 원망스러울 뿐이었습니다.
미안해 엄마라는 말을 전하고 싶은 마음 하염 없지만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엄마를 대신하여 옷장앞에서라도 무릎꿇고 통한의 눈
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 강훈의 모습은 너무나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임상시험약을 불법투여한 책임을 홀로 지게된 강훈은 짐을 챙겨 연구실을 나오는 순간 상철(정진영 분)을 마주하게 됩니다.
무심코 외면하는 강훈을 향해 상철은 위로의 말을 건네기는 커녕 빈정거릴 뿐이었습니다.
"밝히겠다며. 내 안의 숨은 가식이 무엇인지 밝혀보겠다고 하지 않았나?"
"살인자. 내가 살인자라는 것도 밝히지 않을건가?
이제 더 이상 강훈앞에 서있는 상철은 인자하고 따뜻한 품성으로 선망받고 있는 스승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상철의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비수에 강훈은 요동치는 자신의 마음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당장에라도 달려가 멱살을 잡고 얼굴을 후려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는 참고 또 참았습니다.
"이제와서 밝혀서 뭐하겠습니까. 모든게 끝났는데요."
철저하게 자신의 마음을 숨긴 강훈은 이제 더이상 진실을 밝혀서 무엇하겠느냐며 담담하게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하지만 강훈을 바라보는 상철의 표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보다는 예상치못한 강훈의 반응에 더욱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자신의 면전에 얼굴을 들이밀고 복수하겠다며 서슬퍼런 두 눈을 치켜세우는 그를 예상하였지만, 오히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무심히 자신을 두고 떠나버리는 강훈의 모습을 지켜보는 상철의 마음은 더욱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철이 강훈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가라앉히기는 커녕 오히려 짓밟고 자극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지난 과오를 낱낱이 밝혀주고
그 늪에서 자신을 구원해 달라는 처절한 몸부림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순간순간 마주하는 머리가 깨질듯한 고통.
그 알 수 없는 고통의 수렁텅이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해답이 다름 아닌 강훈이라는 것을 상철은 잘 알고 있는듯 보였습니다.



엄마의 죽음으로 잠시 잊고 지내왔던 강훈은 상철에 대한 복수의 칼을 다시 갈게 됩니다.
돌아온 자신의 방안 옷장을 열며 엄마가 정성스럽게 준비해두었던 셔츠를 꺼내입는 강훈의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도 비장했습니
다. 언제나 외면해왔던 엄마의 손길을 이제 강훈은 스스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복수를 위한 서막으로 쓰여지게될지라도 지금 강훈에게는 상철에 대한 뼈아픈 복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
니다. 셔츠깃을 세우며 단추 하나하나를 여며 나가는 그의 손끝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있었고 엄마를 떠나보낸 햇살좋은 날
자신의 방안에서 복수를 다짐하는 그의 표정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예고하였습니다.
상철을 향한 강훈의 복수는 서서히 진행될 것입니다.
단 한칼로 베어내지 않고 서서히 목을 옥죄어가며 종국에는 상철의 숨통을 끊어놓으려 할 것입니다.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셔츠를 꺼내입으며 아이러니하게도 피비린내나는 복수를 다짐하는 강훈의 모습은 가슴아픈
여운으로 남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