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1. 12. 21. 10:41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브레인>은 이제 강훈(신하균 분)의 엄마인 순임(송옥숙 분)이 악성 뇌암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에 접어들어 극 전반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연기의 신이라 불리워도 손색이 없는 신하균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뿐만 아니라, 신하균이라는 인물을
다시한번 재조명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신하균 홀로 드라마 전반을 이끌어간다는 느낌이 너무도 강렬한 탓에 한편으로는 주변인물들이 다소 빛을 내지 못하고
있어 조금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합니다.
신하균과 함께 대립구도를 겨루고 있는 정진영과 연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최정원이 아직은 이렇다할 임팩트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신하균의 상상을 넘어서는 연기혼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도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200% 해내고 있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강훈의 엄마 순임역을 맡고 있는 송옥숙
입니다.
베테랑 연기자인 그녀의 역할은 극중 비중도가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일련의 사건들로 극 전반의 내용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분량으로 따지고 보면 미약하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며 자신밖에 몰랐던 신하균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은 바로 엄마 순임의 역할이
지대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방송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대화 속에서 엄마의 마음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표현해준 송옥숙의 연기가 최절정에 달했던 순간
이었습니다.
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는 순임을 찾아온 상철(정진영 분)에게 그녀는 감사의 말과 함께 당부를 빼놓지 않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우리 강훈이 잘 부탁드립니다."
이미 자신의 아들이 천하대병원을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는 순임이지만, 담당교수인 상철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당부를 잊지않았
습니다.
"잘해주려고 했는데 병원을 옮겨버려서요."
상철은 독단적으로 병원을 떠난 강훈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철저한 오해를 하고 있는 서운한 마음이 남아 있어서인지 애둘러 순임
의 당부를 외면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순임은 마치 이런 상철의 마음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다시 한번 단단히 부탁을 해놓습니다.
"그래도 스승님인데요. 한번 스승님은 영원한 스승님이죠... 잘부탁합니다." 하며 또 한번 90도로 인사를 전한 것입니다.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엄마의 당부.
그것은 참으로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마지막 부탁일 것입니다.
비록 스승을 떠난 모진 제자이지만 자신이 세상을 떠나서라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상철의 가슴을 크게 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지난 일련의 일들을 모두 알고 있는 듯한 순임의 진심어린 당부는 그래서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상철의 마음을 혼란과 상념
에 싸이게 만듭니다.

이어서 강훈이 엄마를 보기 위해 병실에 찾아왔습니다.
이 순간 혹여라도 상철에게 부탁하는 자신의 안쓰러운 모습을 봤을까 노심초사하는 송옥숙의 연기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순임은 자신때문에 마음고생하는 아들의 얼굴이 많이 핼쓱해진 것이 안쓰러워 어디 아픈지 안부를 물어봅니다.
자신의 병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아들의 건강을 염려하고 안쓰러워하는 순임의 모습은 우리들의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안위보다는 자식을 먼저 생각하고 염려하는 그녀의 모습은 엄마의 모습 그자체였습니다.
짧게 오고가는 대화였지만,
엄마의 마음을 너무나 잘 표현해 낸 송옥숙의 연기는 강렬하지는 않지만 진한 여운과 감동을 남겨주는 명품 연기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순임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어 갔습니다.
임상실험에 사용되는 약을 강훈이 몰래 써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녀의 병세는 최악으로 치닫게 되었습니다.
아들을 만나러 가기 전 혹여라도 아픈 몸에서 냄새라도 날까봐 노심초사하는 순임의 모습.
그리고 아들이 사주는 코코아를 마시며 너무나 행복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만큼 극사실적으로 비춰졌습니다.
"나 떠나게 될때 억지로 잡지마.. 그냥 가볍게 훨훨 가게 해죠..."
혹여라도 자신을 살려내기 위해 아들의 마음이 다칠까봐 염려하는 순임은 결국 마지막 유언이 되고만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아들의 셔츠깃이 구겨져 있는 것을 애써 펴주려 손을 뻗는 그녀의 모습은 이제 이별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
았음을 알려주는 마지막 손길이었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게 된 순임은 시간을 내어 집에 다녀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떠나기 전 옷장정리라도 해두고 떠나려는 그녀의 애달픈 마음은 십분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순임이 사라지게 된 것을 알게된 강훈은 병원전체를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엄마를 찾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지혜(최정원 분)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오는 순임을 향해 강훈은 서글픈 타박을 하고는 있지만, 그 속에는 엄마를 걱정하고 염
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녹아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들의 모습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겨울에 노란 개나리꽃이 피었다며 밝게 미소지으며 다가서는 순임의 모습에서
슬픈 순간이 임박했음을 이내 알 수 있었습니다.
경이로운 생명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자신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음을 알고 있는 순임은 마지막으로 그 꽃 한번 만져보려 손을
뻗어보지만, 결국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져 버렸습니다.
지극히 사실적이면서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송옥숙의 연기는 <브레인>이 명품드라마가 될 수 있게 한 숨은 일등공신이라
고 생각합니다. 신하균 혼자서 드라마 전반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불편한 시선들을 일순간 무색케 만드는 송옥
숙의 명품연기는, 홀로 강렬한 빛을 발하지는 않지만 곁에서 다른이의 빛이 더욱 발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있어 시청자들이 드라
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순임이 모두의 바램대로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설령 이대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다하더
라도 아주 오랜시간동안 송옥숙의 사실적이고 내공깊은 연기만큼은 시청자들의 뇌리속에 깊이 자리잡을 것만 같습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