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1. 12. 14. 10:25









"살인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김신우 박사에게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간 집도의가 바로 김상철(정진영 분) 교수라는
사실을 전해들은 강훈(신하균 분)은 분노를 숨길 수 없었습니다.
모두에게 존경받고 청렴결백함을 표방해왔던 김상철 교수가 바로 자신의 아버지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란 것을 알게된 강
훈에게 상철은 그저 지난 과오를 철저하게 숨긴채 살아온 파렴치한 위선자에 불과했습니다.
의신대 병원에 근무한 적도 강훈의 아버지를 수술한 적도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상철의 말은 강훈에게 그저 비겁한 변명
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완벽한 진실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간 의사가 바로 상철이라는 것을 이미 굳게 믿어버리게 된
강훈은 더이상 그의 손에 또다시 어머니를 맡길 수는 없었습니다.
강훈은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병원과 의사를 수소문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하지만 새롭게 옮긴 병원에서는 그가 해야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작은 병원인데다 의사 수도 부족하고 숨쉴 틈도 없이 밀려오는 응급환자를 모두 감당해 내야 했기에 그는 정작 자신의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아무런 힘도 보탤 수가 없었습니다.
 



강훈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존재는 그저 미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미움을 넘어 원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아버지와 자신만을 남겨둔 채 집을 나가버린 엄마에 대한 존재를 기억속에서 지우고 싶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홀연히 배가 부른채 다시 돌아온 어머니.
하지만 지금까지 엄마만 같은 동생으로만 알고 있었던 하영(김가은 분)이가 실은 자신의 친동생이 맞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강훈은
그때서야 아련히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결국 어머니의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됩니다.  
하영이를 임신한 이후 강훈의 아버지는 아무런 이유없이 순임을 의심하며 알콜중독에 폭력까지 일삼으며 가족을 괴롭혔습니다.
결국 순임(송옥숙 분)은 이러다가 뱃속의 아이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불가피하게 집을 나가게 된 것입니다.
지금껏 강훈은 그저 아버지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가버린 어머니만을 한없이 원망하며 지내고 살아왔지만, 그것은 자신의 깊은
오해와 불신이 불러온 왜곡된 기억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동안 왜 얘기하지 않았는지 물어보는 강훈의 질문에 순임은,
"넌 그렇게 알고 있는데, 그래서 엄마를 그토록 미워했는데.. 네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엄마한테 미안할 거 아니야" 라며 못내
지난 세월이 그저 미안하고 죄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존심 강한 완벽주의자, 철저하게 자신의 판단만을 신뢰하고 믿어온 아들의 성품을 어머니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자신의 아들이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봐 진실을 숨긴채 온갖 핍박과 서러움을 감내하며 살아왔지만, 이제
죽음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더이상 감추고 숨겨본들 오히려 더 큰 상처로만 기억되기에 감춰온 진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게 된
것입니다.



강훈이 사용하던 사무실에는 아직 그의 물건이 남아있었습니다.
옷장속에는 언제나처럼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끓여놓은 사골국물이 펫트병 속에 담겨져 있었고 깨끗한 속옷도 잘 정리되어 담겨
져 있었습니다.
지긋지긋하기만 했던 사골국물.
강훈은 단 한번도 어머니가 전해준 먹기좋게 펫트병 속에 담겨져 있는 사골국물에 손댄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사무실 안 냉장고 속에 차곡차곡 쌓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강훈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존재는 아마도 비좁은 냉장고 속을 가득채우고 있는 사골국물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정말로 어머니가 주는 사골국물이 진절머리 날 정도로 싫었다면 미련없이 바로 내다 버렸을 것입니다.
구태여 그것을 비좁은 냉장고 속에 차곡차곡 쌓아놓는 수고를 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강훈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라는 존재 또한 밉고 원망스러웠지만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아프기만 했던 지난 세월의 일부가 비로소 자신의 오해에서 비롯된 과오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겨져 있는 펫트병속 사골국물을 바라보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그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강훈은 어머니에 대한 미움과 원망은 모두 털어버리고 오로지 어머니를 살려야만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그토록 미워했던 어머니를 이제는 살려내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능력도 힘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어머니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철저하게 믿고 있는
김상철 교수 뿐이었습니다.



"제가 돕겠습니다. 교수님의 교모세포종 연구가 하루빨리 성공할 수 있도록 제가 돕겠습니다."
"연구를 서둘러서 어머니께 이 약을 쓰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강훈은 처절할 정도로 간절합니다.
자신의 실력이 대단하니 연구를 돕겠노라 교만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어머니를 살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바로 상철의 연구를 돕는 일 뿐이라는 것을 인지한 것
입니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원망스러운 김상철 교수지만 어머니의 목숨을 살려내기 위해 그의 연구에 자신의 힘을 보태겠노라 간
절한 바램을 피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철은 그의 제안을 거절하며 되돌려 보내려합니다. 아직 자신을 살인자라 믿고 있는 강훈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강훈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던져버립니다.
"제가 잘못 알았습니다. 어머니를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무릎꿇고 살려달라며 애원하는 강훈은 흐르는 눈물과 간절함 때문에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었고 애원의 한마디조차 내뱉기도
어려웠습니다.
자존심따위 이제 중요치 않습니다.
설령 상철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라 할지라도 그것 역시 지금 이 순간에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내 심장을 쥐어 뜯어서라도 어머니만 살려낼 수 있다면.. 강훈은 무엇하나 망설일 필요도 머뭇거릴 여유조차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어머니를 살려낼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정도로 강훈은 절박하고 간절했습니다.
과연 상철은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자신앞에 무릎꿇고 눈물로 호소하며 애원하는 강훈의 부탁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
입니다. 어떠한 선택을 한다해도 그의 어머니의 생명을 살려낼 수 있을거란 확신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영혼까지 팔듯한 강훈의 처절한 호소가 과연 굳게 닫힌 상철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진심이 담겨져 있
는 강훈의 눈물과 간절한 바램은 온전히 상철에게 전해졌을거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