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1. 12. 13. 10:30









마음이 떠나버린 병원.
이제 강훈(신하균 분)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병원에 더이상 있어야 할 이유가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온전히 자신의 실력 하나만으로 미친듯이 달려왔지만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너무나 외롭고 철저하게 혼자의 힘만으로 버텨
왔던 강훈에게 세상은 눈꼽만큼의 너그러움은 커녕 배신과 차가운 홀대만이 눈덩이처럼 되돌아 올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금 당장에라도 문을 박차고 도망쳐 버리고 싶은 그 공간에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
들어오면서 강훈의 심장은 터져버릴것만 같아 숨조차 쉬기 버거울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위선자라며 온갖 독설을 서슴치 않고 내뱉었던 김상철(정진영 분)교수가 자신의 어머니를 수술한다는 사실은 강훈에게 큰 안도
감을 안겨주었지만 그런 사실조차 강훈에게는 더 큰 혼란만 안겨줄 뿐이었습니다.
절박한 이 순간 결국 자신이 믿고 의지할 사람이 김상철 교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자존심 하나로 버텨왔던 강훈에게 너무나 견디
기 힘든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김상철 교수를 볼 면목이 없는 강훈은 이제 단 1초라도 천하대병원에 머무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한시라도 빨리 이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방 하나만을 서둘러 챙긴채 병원을 빠져 나왔습니다.



갑작스럽게 강훈이 병원을 떠났다라는 소식을 전해들은 지혜(최정원 분)는 한동안 넋을 잃고 맙니다.
곧 떠날 것이라는 그의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었음을 잘 알고는 있었지만 한마디 이별의 말도 없이 이처럼 갑작스레 떠날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그가 떠나고 없다는 것을 잘 알고는 있지만 숨을 헐떡이며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동안에도 혹시 얼굴 한번 볼 수 있지 않을
까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에 안고 강훈의 사무실로 가보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어두컴컴한 텅빈 공간 뿐이었습니다.
다른 이의 얼굴에서 강훈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애써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는 이미 마음속에 강훈을 담아두었기 때문입니다.
칼날처럼 날카로웠던 첫키스의 추억,
술에 취해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와중에도 살갑게 자신에게 타이 묶는법을 가르쳐주던 강훈의 모습은 지혜에게는 쉽게 잊혀질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어 있었습니다.



버티기 힘든 하루하루였지만 언제나처럼 김상철교수와 함께 연구에 매진하고 있던 지혜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강훈이 어머니의 검사결과를 보기 위해 잠시 병동에 들렸다는 소식을 수간호사에게 전해들은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까치발을 하며 연구실을 나오는 그녀의 표정은 한없이 들떠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자신의 마음을 들킬 것만 같아 숨죽이며 병동에 다녀오겠다며 말을 건네는 지혜의 얼굴에는 한없는 설레임이 가득 담
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강훈 생각 뿐입니다.
연구실에서 병동까지의 거리가 만만치 않았지만 지혜는 숨한번 고르지않고 앞만 보고 내달렸습니다.
하지만 아직 운명은 두 사람을 쉽게 만나도록 허락해주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검사결과를 확인한 강훈은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오며 엘레베이터에 몸을 실었고,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문이 닫히는
찰나의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린 지혜는 강훈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한번 온 힘을 다해 떠나는 강훈을 만나기 위해 내달리기 시작한 지혜는 결국 먼발치에서 떠나는 이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 밖
에 없었습니다.
강훈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여 미친듯이 달려온 지혜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라 쉽게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을 향한 지혜의 애틋한 마음을 무작정 외면할 수 없었던 강훈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뒷모습만으로 아쉬움의 마음을 대신하였습니다.  



다음 예고편에서 자신의 곁에 잠시만 있어달라며 나즈막히 말을 건네는 강훈.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전차처럼 한껏 독을 품고 미친듯이 질주하는 강훈을 멈춰 세울 수 있는 것은 이제 지혜뿐입니다.
자신의 사랑을 알아달라며 보채거나 다그치기 보다는 한발자국 물러나 먼발치에서 조용히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지혜는
이제 강훈이 유일하게 기대고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로 보입니다.
신들린 듯한 신하균의 연기는 <브레인> 전반을 이끌어가는 큰 축입니다.
원맨쇼라 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신하균의 숨막히는 강렬한 연기 덕분에 다른 연기자들이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너무나 잘 표현해 내고 있는 최정원의 연기는 그나마 숨을 고를 수 있
는 여지를 시청자들에게 안겨주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