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1. 12. 12. 07:00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마치 주술사가 주문을 외우듯 자우림 김윤아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라는 가삿말을 수없이 반복하며 지켜보는 모든 이의 가슴을
동하게 하였고 청중평가단 한사람 한사람의 뇌리 속에 쉽게 지워지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깊이 남겨 놓았습니다.
조금은 단조로운 멜로디와 토씨하나 다르지 않은 1절과 2절 길지않은 가사때문에 과연 자우림이 어떤 편곡을 선보여줄 것인지 기
대반 걱정반인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역시나 그들은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1978년 산울림 2집 수록곡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전주만 3분30초인 탓에 당시로서는 너무나 파격적인 스타일의 곡이었습
니다. 게다가 노래 제목 또한 주단이라는 신선한 단어를 선택함으로써 도대체 무엇을 담고 있는 노래인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
하기에 충분한 곡이었습니다.   
주단이란 최상급의 명주와 비단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내 마음속에 그대를 위한 주단을 깔아놓았으니 이제는 사뿐히 즈려밟고 제발 나에게 와주십사하는 애원과 갈망의 마음이 한껏 담겨 있는 노래가 바로 이곡입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 그대 길목에 서서 / 예쁜 촛불로 그대를 맞으리
향그러운 꽃길로 가면 / 나는 나비가 되어 / 그대 마음에 날아가 앉으리
아~ 한마디 말이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 그대 위해 노래 부르리 <중략>

길지 않은 가사속에 함축적이고 서정적으로 이어지는 노랫말이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가사 속에 담겨져 있는 장면을 머릿속에 쉽게 그려낼 수 있을만큼 구체적인듯 보이지만 현실이 아닌 상상속에서만 이뤄질 수 있는 아득함과 아련함 때문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안타까움과 아쉬움도 깊게 묻어나 있습니다.



짙은 초록색 여신느낌의 드레스로 홀연히 등장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
젬베의 울림으로 시작한 자우림의 무대는,
마치 퀸의 <We will rock you>와도 같이 심장을 두드리는 듯한 깊은 울림이 맨먼저 눈에 들어왔고, 이어 Enigma의 <Return to Innocence>와도 같은 몽환적인 느낌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신비로운 분위기로 한순간 좌중을 압도해 나갔습니다.
숨소리조차 크게 쉴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롭고 환각에 빠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김윤아와 코러스가 혼연일체하여 내는
울림은 단연 독보적이라 할만큼 완벽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태초의 원시인류가 내는 듯한 알 수 없는 소리처럼 이어지는 김윤아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흐느낌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을 울리
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여신의 모습을 하고는 있었지만, 마치 주술사와도 같이 그녀는 끊임없이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라는 가사를 반복하였고,
청중평가단은 어느새 하나둘 그녀의 외침을 따라하며 한없이 노래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모습은 압권이었습니다.
제 아무리 후크송의 묘미가 반복에 있다해도 같은 보컬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자칫 단조롭고 지루해질 수도 있는 위험
성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극도의 단조로움을 이겨내기 위한 방편으로 자우림은 음악을 하고 있는 친구와 후배가수들의 목소리를 더하여 더
욱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을 최대한 살려냄으로써 노래의 단조로움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모습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나가수라는 꿈의 무대 위에서 김윤아의 이와 같은 믿음과 배려는, 비록 짧은 한소절씩의 파트였지만 참여해 준 모든 가수들은 너
무나 안정적으로 각자의 개성있는 보컬을 충분히 선보임으로써 자우림의 노래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일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초반엔 젬베 그리고 후반부에는 탬버린을 가미함으로써,
주단을 밟고 사뿐히 걸어오는 님의 간절한 모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몽환적인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효과를 얻으면서 전체적으로
무대의 완성도가 극에 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 굉장하다"
"노래를 귀로 안들었어요.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자우림의 무대에 흠뻑 젖어있었던 김창완의 이어지는 찬사와 너무나 행복한 듯 활짝 웃어보이는 그의 미소속에서 자우림의 무대
가 얼마나 완벽했고 감동적이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구구절절 어느부분이 좋았다라는 일반적인 평가보다 그저
굉장했고 정말 자랑스럽다라는 단촐한 평가와 함께 해맑게 웃고 있는 김창완의 마음속에는 이미 자우림의 노래가 깊이 자리잡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이제 명예졸업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자우림.
더는 보여줄 것이 없을만큼 그동안 수없이 많은 변화를 꾀하며 자우림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이어온 무대가 어느새 마지막을 바
라보고 있습니다. 나가수에서 명예졸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지난 무대들을 상기해보면 익히 알 수 있겠지만, 적어도 오늘 자우림의 무대를 보면서 그들은 이미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무대였습니다.
끝으로 역사상 최강의 중독성강한 후크송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자꾸 머릿속과 입가를 맴도는 내 마음
에 주단을 깔고라는 가사와 김윤아의 몽환적인 음색은 과연 언제쯤 잊혀질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할 따름입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