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1. 10. 25. 07:00









<나는가수다> 김경호의 암연.
수없이 많은 라이브공연을 한 베테랑 김경호마저도 탁트인 공간에서 공연을 펼치는 것이, 게다가 자신의 무대를 평가하는 2000명
의 평가단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는 나가수 호주특집 편이었습니다.
경연이 끝난후 결과발표에서 3위 김.경.호 라는 이름이 호명되었을때, 그는 앞서 펼쳐왔었던 그 어떤 순간보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고 당황한 기색마저 역력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기뻐하기 보다는 의아해하고 어리둥절 하기까지 했던 그의 표정은 물론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리허설 때보다 본 경연에서 관객과의 교감이 충분히 되지 못했다고 스스로 자책했던 김경호는 아쉬움이 남는 무대였던 것입니다. 
이번 무대는 그에게 있어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보고자 했던 다소 위험부담이 도사리고 있었던 무대였기에 애초 순위에 대한 욕
심을 버리기는 했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것 만큼의 그 무엇인가가 채워지지 못하여 마냥 기뻐하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김경호가 선보였던 무대는 청중평가단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한치의 모자람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본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로 완벽해 보였습니다.
노래가 끝난후에도 좀처럼 가시지 않는 마음속의 진한 여운은 다른 가수들의 무대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김경호는 이전보다 더욱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전보다 더 깊게 호흡을 내쉬었고 무대위에서 고개를 반쯤 숙인채 차렷자세로 꼿꼿하게 서있는 모습에서 어떤이는 웃음이 흘러나
왔겠지만, 자신의 무대를 선보이기에 앞서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다잡는 그의 모습에서는 웃음보다는 비장함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노래를 대하는 자세와 관객을 마주하는 진지하고 겸허한 모습에서는 김경호가 이 무대를 어떠한 심정으로 임하고 있는지를 너무
나 극명하게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김경호가 지난 무대보다 더욱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던 이유는 이전과는 다른 자신과의 또다른 싸움을 이제 곧 시작해야 했기 때
문입니다.
과연 스스로가 의도한대로 그리고 바라던대로 곡을 소화해 낼 수 있을지 그는 가슴이 터져나갈듯한 긴장감으로 숨이 턱까지 막히
는듯 굳은 표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대중앞에 선보일 수 있는 다시 없는 좋은 기회이기에 벅찬 감격도 분
명 한 몫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결과만 놓고본다면 인순이와 바비킴의 화끈한 무대는 나란히 1,2위에 올랐을만큼 2000명의 청중평가단을 한순간에 매료시키는
저력을 발휘하였습니다.
두 사람의 무대를 두고 호불호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분명한 건 그들은 자신의 무대에 최선을 다하였다는 것이고,
최상의 무대를 지켜본 청중평가단들은 자신이 느낀 그대로 그들을 평가했다는 것입니다.
다만 놀라웠던 것은 그렇게도 치열하고 가히 숨을 턱 막히게하는 경연속에서도 차분함을 잃지않는 김경호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의 무대에 앞서 선보였던 인순이의 폭발적인 무대 때문에 김경호는 평소보다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확성기를 앞세우며 무대 전체를 뛰어다니며 격정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던 인순이는 호흡이 가쁠 수 밖에 없는 그 흥분된 순간에도
전혀 흐트러짐없이 완벽하게 노래를 소화해 냈습니다.
그녀의 무대가 끝나자마자 청중평가단은 인순이의 이름을 목청껏 외쳐대며 못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당연히 다음 무대에 올라야하는 김경호는 예상했었지만 상상 그 이상의 열광적인 인순이의 무대때문에 적지않게 당황했을 것입
니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빠른 시간안에 차분함과 냉정함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주 나즈막히 애절하게 시작되는 노래 첫소절에서는 그 어떤 미세한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간평가 무대에서 김경호는 매니저 정성호에게 곡 중반 이후 엄청난 반전이 있다는 것을 살짝 알려주었습니다.
김경호의 편곡을 몰래 들어본 정성호는 예상 밖의 반전에 놀라움을 숨기지 못한 채 복덩이라며 환호하였습니다.
김경호는 <암연> 처음부분에서는 원곡 느낌 그대로 읊조리듯 부르지만 간주이후에는 앞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스타일대
로 재해석하여 부를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과연 그의 말대로 아주 조용하고 애잔하게 1절이 마무리 된 후, 마치 꿈을 꾸는듯한 느낌의 현악기와 피아노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내 빠르고 격정적인 멜로디로 돌변하면서, 한 번의 턴과 짧지만 강렬했던 헤드뱅잉이 터져나왔습니다.
청중평가단은 한 순간 짧은 탄식과 환호로 김경호의 무대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이것은 아주 짧은 순간에 이루어졌지만 그 여운만은 너무나 길게 이어졌습니다.
김경호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후반부를 이어나갔지만, 결코 넘치거나 과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채 더욱 과격하고 처절하게 치고만 나간 것이 아니라, 노래 속에 담겨져 있는 깊은 슬픔을 전하기 위
하여 극도로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슬프다고하여 미친듯이 울부짖거나 하염없이 눈물만을 쏟아내기보다는, 가슴 속에서 미처 꺼내지 못한채 삼켜버릴 수 밖에 없는
지독한 슬픔을 김경호는 5분여라는 짧은 시간동안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여주듯이 성공적인 무대를 통해 담아냈습니다.
애잔하고 정적인 무대만으로도 청중평가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확인시켜준 김경호의 이번 무대는 그래서 더
욱 의미있었고 오랜시간 마음속에서 울려퍼지는 진한 여운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경호는 지금까지 나가수 경연에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던 도전곡들이 자신의 결과물이 아닌 사랑하는 후배들이 밤을 새어가며 편곡작업을 해준 것이고, 앞으로도 더 좋은 곡을 선보일 수 있도록 이들에게 더 큰 박수와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말을 잊
지 않았습니다.
마치 수줍은 소년과도 같은 떨림과 순수한 마음, 그리고 남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그의 마음씨가 너무나 훈훈하고 보기 좋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않는 아니 더욱 더 짙어지는 그만의 매력과 목소리, 게다가 따뜻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진 김경호라는 가수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 이 또한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