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0. 12. 3. 19:58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린지도 일주일이 다 되어 갑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이전보다 화제가 되고 있는 선수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 아쉽게도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처음으로 동메달을 차지한 손연재 선수가 눈에 띕니다.
아마도 여리고 귀여운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근성있고 악바리같은 그녀의 집념때문에 더욱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그런 손연재 선수의 기사를 보다보면 늘상 김연아의 이름이 언급됩니다.
본의 아니게 두 선수가 그동안 너무나 비슷한 행보를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한국 스포츠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피겨스케이팅과 리듬체조에서 이렇게 걸출한 선수가 나온 것부터 시작하여,
연예인 못지 않은 뛰어난 스타성과 사랑스럽기만 한 두 선수의 미모까지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기도 없고 관심받지 못하는 소외 종목에서, 여린 체구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강하고 지독한
근성면에서 두 선수는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손연재에게는 제2의 김연아, 포스트 김연아라는 별칭이 어느날부터인가 따라 붙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손연재 선수에게 늘상 물어보는 질문중에 제2의 김연아라고 불리우는 것에 대한 소감을 자주 묻곤 합니다.
그때마다 손연재는 제2의 김연아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다소 부담이 된다면서, 아직 비교하기에는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냥 '리듬체조계의 손연재'라고 불러달라며 겸손함을 보입니다.
김연아 선수의 좌절과 성공을 모두 지켜보며 롤모델로 삼아왔던 손연재에게는 아직 동경의 대상인가 봅니다.
그러나 두 선수의 지난 행보가 너무나 닮아 있기에 우리는 손연재 선수에게 제2의 김연아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에
큰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손연재 선수에게 이런 별칭이 따라다니는 것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왜일까요?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까지 그동안 걸어왔던 길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고독했습니다.
물론 김연아 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피땀 흘리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모든 선수들이 겪는 공통된 아픔
이었겠지만, 이미 알려진대로 그녀는 가혹하리만큼 철저하게 홀로 그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마땅히 연습할 곳이 없어서 일반 시민들과 몸을 부대끼며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훈련하던 김연아 선수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전무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그 고독한 시간이 얼마나 그녀에게 상처가 되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작년 그랑프리대회에서 대기실에 홀로 앉아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김연아의 사진을 접한 다수의 네티즌들이 고독하고
외로워보인다고 느꼈던 것은, 그녀에 대한 지난 힘든 시간들을 우리가 너무나 익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억측이 될 수도 있겠지만, 손연재 선수를 향한 체육계와 언론 그리고 국민의 관심은 벌써부터 그녀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 막 날개짓을 하는 어린새에게 창공을 힘차게 훨훨 날아오르기를 기대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무리한 요구를
말입니다.

국가적인 차원의 관심과 사랑은 받았지만 정작 김연아가 후진양성을 위해 애타게 주장했던 빙상장 건립이 무산되었던
일을 떠올려본다면, 아마도 우리에겐 그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져주는 천재가 필요할 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인재를 만들어 내는 일에는 무관심하고 매정한 것 같습니다.
손연재에게 제2의 김연아라는 타이틀을 무턱대고 붙이는 것이 못마땅한 이유가 그것입니다.
그녀가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내자마자 마치 다가올 세계선수권 대회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또다시 따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할 뿐, 정작 그녀가 지금 최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앞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은 없습니다.
그나마 손연재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기대가 신경쓰였는지, 부랴부랴 대한체조협회와 소속사에서는 그녀를 위해 러시아
전지훈련에 올인할 수 있는 '손연재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물론 구체적인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습니다.
과연 막연한 프로젝트 남발이 아닌 실질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손연재 선수가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배려를 해 줄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손연재 선수는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려있는 내년 9월에 열리는 프랑스 세계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소중한 경험을 발판 삼아 지금 보다 더욱 넓은 세계를 향해 힘찬 도약을 준비중입니다.
그녀의 미니홈피 타이틀은 여전히 Dreams Come True, 꿈은 이루어진다 입니다.
작고 여린 체조요정 손연재 선수가 꿈을 이루는 그 날, 또 다시 환한 미소를 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한순간 사그러들지 않고,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