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9. 8. 23. 18:15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하 백반기행)>은 식객 허영만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소박한 동네에 들러 음식에 대한 가치와 맛을 찾아가는 기행 프로그램입니다. 

올해 5월 첫방이후 평균 1.5~2%초중반의 준수한 시청률로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벌써부터 매니아층을 형성해가고 있습니다. 


허영만이 다녀간 식당들을 찾아가서 음식을 맛보고 후기를 올리는 이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데,

특별히 맛집이라고 대놓고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식객이 다녀갈 정도면 이미 맛은 검증된 셈이니 전국에서 그의 발자취를 뒤따르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백반기행>을 보고 있으면 <한국인의 밥상>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 <한끼줍쇼> 등의 프로그램들의 좋은 점들을 참고하여 아주 잘 버무린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저음의 나레이션도 좋고 동네를 다니며 마주치는 이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방랑자처럼 자유로이 다니는 허영만의 모습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지만 한편으로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어 방송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발길 닿는 곳에 있는 식당에 들러서 음식에 담긴 유래가 무엇인지 어떤 식재료를 사용하여 훌륭한 맛으로 탄생하는지를 허영만은 특유의 화법과 어투로 시청자들에게 무심히 툭툭 던져줍니다. 자극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시피 오로지 음식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니 웃음까지 기대하는 일은 사치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백반기행>에 잠시나마 잔잔한 파동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8~9회 방송에서 게스트로 등장한 배우 오현경 때문이죠. 

그 전에도 다녀간 게스트들이 있었지만 오현경의 등장은 식객 허영만과 마찬가지로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조금은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연기자이자 방송인 오현경은 현재 <모란봉클럽> 진행자로 어설픈 듯 하지만 만만치 않은 입담과 내공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기 뿐만 아니라 방송 전반에서 그녀는 특유의 솔직하고 밝은 에너지로 함께하는 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데 <백반기행>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무뚝뚝하고 어려울 법한 허영만과의 첫 만남에서 오현경은 기죽기는 커녕 분위기를 리드하기까지 했습니다. 미모 칭찬을 받자마자 안경이 예쁘고 독특하다며 역으로 칭찬을 돌려준 것이죠. 허영만도 오현경의 붙임성이 마음에 들었는지 방송 후반에 들어서면 한결 부드러운 표정과 말투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오현경의 맛에 대한 평가는 생각 이상으로 적절하고 정확한 편이었습니다.   

넘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교만한 것도 아닌 순수하게 음식을 먹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그녀가 허영만도 마음에 들었는지 후반부에는 연신 오현경의 맛 평가를 기다리는 눈치였죠. 

  

그렇다고해서 둘 사이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민어코스 정식을 먹으면서 묘한 신경전을 벌였는데요.


민어회를 먹으면서 씹는 맛이 있다며 오현경이 한마디를 던졌는데,


(허영만) "잘 생각하면 씹는 식감은 맛하고 사실은 관계가 없어요."


(오현경) "씹는 식감이 음식 맛을 느끼는 요소의 하나인거 아세요?"


(허영만) "하나인지는 알겠지만, 그게 사실 결정적인 맛하고는 착각할 수 있어요. 생선회를 먹을때 씹는 맛이 있다는 건 질긴 듯한 감이거든요. 숙성을 시키면 질긴 맛이라는 게 없어져요. 활어 먹을 때 씹는 맛이 있는거지. 활어는 숙성한 고기에 비해서 식감은 좋으나 나는 많이 처진다고 봐요. 활어만 먹어봤던 사람들은 선어가 아니다라고 고집할 수 있어요. 근데 다양하게 먹어보면 금방 그 맛을 알아요."


그저 씹는 맛이 있다고 했을 뿐인데 생각지도 않은 허영만의 반론이 시작되며 의외의 기싸움이 펼쳐진 것이죠. 씹는 맛에 대한 식객의 철학이 끝나고 재차 오현경이 반격에 나설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내 말을 아끼고 허영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으로 태세전환을 한 뒤 설전은 짧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오현경의 입모양을 보아하니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한 수 접어두고 꾹 참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 식객도 느꼈을테죠.




우리 오현경 씨를 고정으로 해줘~ 내가 참 수월하네


 


게스트에게 이런 극찬은 또 없겠죠?


민어정식을 끝으로 방송이 마무리될 무렵 오현경을 고정으로 해 달라는 허영만의 다그침은 그저 빈말은 아닐겁니다.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넘쳐흐르는 식객이지만 의외로 달고 짜고 맵고 비린 음식을 잘 먹지 못합니다. 식당 주인이나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음식을 즐기는 일반인들에게 건네는 어투가 조금은 투박스러워 어색한 기류가 흐를때도 있었습니다. 


그럴때마다 오현경은 허영만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었습니다. 

서울 토박이지만 입맛은 지방이라며 너스레를 떨고 비린 젓갈이나 생선도 거부감없이 먹고 식사량도 상당히 큰 편이었습니다. 편집의 힘이겠지만 하루동안 그녀가 먹은 음식양은 결코 적어보이지 않았는데 끝까지 잘 먹더군요. 


허영만의 투박한 말투를 들은 사람들이 혹여 오해할까봐 적절하게 말을 섞어서 부드러운 분위기로 반전시키는데 자신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음식에 대한 의견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구사할 줄 알고 호스트인 허영만에게 되려 음식도 권하고 때로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골탕(?)도 먹이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소소한 재미도 선사해주었습니다. 


앞서 책임CP가 뜬금없이 허영만에게 오현경씨랑 백반기행 한 번 더 가시죠라고 권유했습니다. 

오현경은 지체없이 좋다라고 했고, 허영만도 동의했죠. 

오현경의 백반기행 재출연은 12회 방송에서 빠르게 성사됐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그녀가 추천했던 식당을 방문하게 된 것인데, 제작진도 오현경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이 참에 회차마다 새로운 게스트를 부를 것이 아니라 여건만 된다면 오현경을 고정 출연으로 하는 것이 프로그램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식객도 농이 아닌 정말 그래주었으면 하는 눈치로 보였는데, 과연 제작진이 요청을 받아들여 결단을 내릴지 앞으로 지켜봐야겠습니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TV조선-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