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2. 28. 09:05

<아이리스2> 5회분에서는 유건(장혁 분)이 아이리스에게 저격을 당한채 실종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미 유건이 실종되는 것은 드라마 전개상 필연적이고 중요한 부분이었기에 시청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내심 궁금하였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해보자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참담한 심정일 뿐이다.

배우들의 열연은 언제나처럼 인상깊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설정과 식상한 스토리 전개가 버무려지면서 도무지 공감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산발적으로 이어졌기 떄문이다.


유건과 수연(이다해 분)에게 앞으로 비극적이고 슬픈 운명이 펼쳐지기에 앞서 제작진은 너무나도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저녁식사를 하던 도중에 수연이 잡고 있는 컵을 깨뜨리는 장면이나, 사격장 안에서 현우(윤두준 분)가 수연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며 다정하게 서로 장난을 주고 받는 모습, 그리고 작전을 나가는 중에 유건이 수연에게 전화를 걸어 몰래 청혼반지를 숨겨두었던 인형을 꺼내보라는 이야기를 전하는 설정 등은 앞으로 두 사람에게 슬픈 운명이 닥쳐올거라는 복선이었을 터.


하지만 제작진은 친절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너무나 식상하고 구태의연한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맥을 빠지게 했을 뿐이다. 굳이 그런 설정들을 동원하여 두 사람의 슬픈 운명을 암시해 줄 필요성이 있었을까? 물론 앞뒤 다 잘라먹고 갑작스레 유건이 저격을 당하여 실종된다면 슬픔이 극대화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된 설정들을 동원할 바에는 차라리 빼버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너무나 행복하던 시간 불시에 닥쳐오는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 또한 비극적이기 떄문이다. 식상하고 충분히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설정들을 너무나 눈에 띄게 펼쳐놓을 바에는 과감하게 삭제하는 편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장혁이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설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신체의 다른 부위도 아닌 유효사거리 안에서 그것도 국제테러집단인 아이리스의 저격수에게 정확히 머리에 총상을 입고 즉사하지 않을 확율은 얼마나 될까? 이 장면의 전과 후에서 보여졌던 일부 어색하고 억지스러운 설정들을 제쳐두고서라도 이 부분만큼은 시청자들이 쉽사리 공감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극적인 장면을 위해 다소 과하지만 불가피한 설정이라 말하고 싶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본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도망가는 아이리스를 홀로 뒤쫓다가 총격으로 인해 차량 전복사고가 나는 편이 극적 긴장감은 떨어질지 몰라도 그나마 시청자들의 공감은 이끌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포천에서 저격을 당하고 이어지는 장면에서 유건은 어느새 수송기 안에 누워있고 아직 죽지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긴급한 응급처치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과연 머리에 총상을 입고 장시간 심각한 출혈이 일어났을텐데 가능한 이야기일까? 극적인 상황전개를 통하여 주인공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선보이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그것은 시청자들이 공감을 할 수 있는 적정선 안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드라마이긴 하지만 아이리스2는 액션첩보물이지 판타지물이 아니지 않은가?


유건이 저격을 당하고 쓰러지는 모습을 다각도로 반복해서 보여주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강제로 자극하려 애쓰기 보다는, 차라리 저격을 당한 유건이 사라지고 난 것을 알게 된 수연이 오열하는 모습에 시간 할애를 하여 조금만 더 호흡을 길게 가져가 주었다면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눈물을 훔쳤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곧바로 레이가 상부에 보고하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감정선은 갑자기 뚝 끊겨버렸다. 다비치의 슬픈 목소리가 끊겨나간것처럼. 눈물을 막 흘리다가 갑자기 누가 버럭 소리를 질러버려 놀라 눈물이 뚝하고 멎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왜 시청자의 마음을 배려하지 않을까? 충분히 눈물을 흘리며 주인공들의 가슴 찢어지는 슬픔과 동화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전혀 배려해주지 않았다.


<아이리스2>가 액션첩보물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이 단순한 비아냥거림이 아님을 제작진은 더 늦기전에 알아야 한다. 그저 안티들의 흠집내기라 외면하고 흘겨듣지 말고 시청자들이 왜 공감하지 못한 채 아쉬움의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는지 제작진은 서둘러 인지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그저 현란한 액션과 불필요하게 멋있게만 보이려는 그림을 구현해 내려 애쓰기 보다는, 시청자들이 좀 더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상황전개에 치중해야 한다. 이제는 시청률이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이유를 누구보다 제작진이 잘 알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해당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아이리스2>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