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1. 6. 28. 11:37






"국악기 하나 없이도 국악의 느낌이다."
"무조건 꽉꽉 채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었다."
"한 폭의 안개 낀 산수화를 보는 느낌이다."

<나는가수다> 중간평가에서 조관우가 부른 故 김정호의 <하얀나비>를 향한 동료가수들의 극찬입니다.
JK김동욱과 브라운아이즈가 리메이크하여 새롭게 선보인 사실이 있긴 하지만, 국악의 느낌을 한껏 살려내어 반주를 최대한
줄이고 조관우의 애절한 미성을 최대한 살린 <하얀나비>는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시청자들까지도
숨죽이며 그의 노래에 흠뻑 빠져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처절하고 한이 서려 있는 느낌.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못하고 단순한 멜로디인 탓에 어떤 방향으로 편곡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던 조관우였지만,
그와 깊은 인연이 있는 작곡가 하광훈의 조언 덕분에 한이 서려있는 국악의 느낌으로 <하얀나비>는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하얀나비>가 국악의 느낌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은, 원곡을 부른 김정호라는 가수의 집안내력에 대해 조금만 살펴본다면
단순히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김정호의 내력을 찾아가면 서편제 판소리의 한 계보가 나온다.
박유전의 법통을 이어받은 전남 담양 출신의 명창 이날치의 소리는 능주의 김채만에게 이어지고,
김채만의 소리는 박동실에게 이어지는데, 박동실이 바로 김정호의 외할아버지이다.
박동실의 가계도를 보면 명인 명창들이 많이 발견된다.
외조부 배희근과 부친 박장원은 명창으로 이름을 날리던 이들이고, 동생 영실도 소리꾼으로 활동했다.
박동실의 딸 수길과 숙자도 소리를 익혔는데, 둘째달 숙자에게서 난 아들이 바로 김정호다. (이경엽 교수 "씻김굿"中)



천재가수였지만 안타깝게도 요절한 비련의 가수, 가요 역사상 세 번에 걸친 추모공연을 헌정받은 김정호의 집안내력은 국악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한과 애상적인 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로 보입니다.
그 시대를 살아가면서 김정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지 못한 채 전해지는 글과 남겨진 노래를 들어보며 그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것이 너무나 아쉽지만, 세상을 떠난 그를 여전히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면 가수 김정호는 너무나 행복
한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을 떠난 후 하얀나비가 되어 그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곁에 남아있다는 평처럼, <하얀나비>라는 곡은 김정호
라는 가수에게 있어서 더 없이 상징적인 노래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조관우의 여러 미션 후보곡 중에 <하얀나비>라는 곡이 올라오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원곡을 부른 가수의 면모를 짧게나마 살펴보니 조관우만큼 이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가수가 또 있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미 알려진대로 조관우의 집안 역시 대대로 국악을 해 왔으며, 아버지 명창 조통달 외에 조통달의 양어머니이자 이모이며 최초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자 중 한 사람인 명창 박초월이 있습니다. 박초월은 조통달의 세째이모이며, 큰이모 박초선 역시 일제강점기
시절의 여류 명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호만큼이나 조관우 역시 국악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기에, 노래를 통해
시공을 초월한 두사람의 만남은 필연적인 만남으로까지 생각됩니다.
조관우가 <하얀나비>를 본 경연에서 어떤 모습으로 선보여줄지 방송을 통해 지켜봐야 하겠지만, 순위와는 무관하게 오랜시간 대
중들의 기억속에 회자될만한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여줄것이라는 믿음만큼은 그래서 더욱 더 확고합니다.

어린시절 LP판으로 전해들었던 <하얀나비>.
당시에는 제목도 가수의 이름조차 몰랐던 노래를 수십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야 가슴설레이며 다시 들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반갑고 또 행복합니다. 
또한 조관우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한번 세상에 널리 전해질 <하얀나비>를 분명 故 김정호 역시도 먼발치에서 흐뭇하게 지켜봐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Posted by 믹스라임